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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해도 알츠하이머를 조기 발견한다?

알츠하이머는 인지 기능과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등을 불러오는 치매의 일종이다. 그런데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앓는 이 병을 씨 히어로 퀘스트(Sea Hero Quest)라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을 하면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알츠하이머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건 기억력 저하다. 하지만 기억력이 나빠지는 건 후기 증상이다. 기억력 저하를 발견한 시점이라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얘기다. 기억력 저하보다 초기 징후는 공간적 지향성이 낮아지는 것. 이 징후를 발견하는데 게임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씨 히어로 퀘스트라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은 독일 이동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이 대학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것이다. 이미 430만 명 이상이 내려 받아 즐기고 있다. 사실 이 게임은 치매 환자가 어떻게 공간을 탐색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게임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해 알츠하이머 병 연구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머는 가상 우주선을 조종하고 다양한 퀘스트를 달성해야 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오래된 지도가 눈앞에 열린다. 퀘스트가 나오면 도전하면 되는데 필드 지도가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고 선반 조종을 해 검문소를 목표로 한다. 해안과 빙산을 피하면서 기억해둔 체크포인트로 향한다. 무사히 도달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게이머가 섬과 빙산 미로를 통과하면서 0.5초마다 플레이 데이터가 연구 데이터로 변환되어 간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통해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을 조기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게임 2분을 플레이해 수집할 수 있는 연구 자료는 실험실 내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 5시간 분량에 상당한다고 한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모인 자료는 실험실 데이터 1,700년 분량에 필적한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 연구팀은 영국에 거주하는 50∼75세 연령층 게이머 2만 7,000명을 대상으로 얻은 플레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 점수를 형성했다. 실험실에 모인 60명 그룹에게도 이 데이터를 받아 알츠하이머 병 위험에 대해 조사했다.

60명 그룹은 사전에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31명은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는 APOE4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가운데 1명이 갖고 있는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가 젊을 때 발병 위험을 3배 높인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혼버거(Michael Hornberger) 교수는 실험 결과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참가자는 공간 탐색 작업이 떨어지는 걸 발견했다면서 이들은 체크포인트까지 도착할 효율적 루트를 몰랐다고 말했다. 기억력 저하를 볼 수 없는 상태라도 게임에서 공간적 지향성을 체크해 조기에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알츠하이머 병의 유전적 위험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기준 점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고 한다.

혼버거 교수는 2050년까지 1억 3,5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치매가 될 것이라면서 치매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는 기억 능력 부족 없이 탐색 능력 약화를 발견해 조기에 알츠하이머 병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에서 모바일 버전을 내려 받을 수 있으며 오큘러스VR 헤드셋으로도 즐길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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