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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드론밸리가 말해주는 것

드론은 이미 물류나 건설, 예술이나 심지어 문화 인류학 발견에도 도움을 주는 등 다방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런 드론 산업 발전을 목표로 80개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모인 곳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아니다. 바로 스위스에 위치한 드론밸리(Drone Valley)가 그것.

드론밸리의 장점은 드론 관련 연구를 수행하거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좋다는 점에 있다. 스위스에 이런 드론밸리가 탄생한 건 우연은 아니다. 정책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드론밸리는 200km 떨어진 로잔연방공과대학에서 취리히공대에 걸친 지역을 말한다. 이곳에는 지난 몇 년간 앞서 밝혔듯 80개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모였고 2,500명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런 배경에는 스위스에는 일단 수준 높은 로봇 공학 대학이 2개나 있다는 점을 먼저 들 수 있다. 세계 제일이 아니더라도 유럽 최소 수준 학교인 건 분명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뛰어난 두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혁신적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해주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스위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노스위스(Innosuisse)가 그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관련 법 정비를 통해 드론 분야에서 선구적 존재가 되려 한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려고 하는 만큼 관련 산업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개발 요구를 파악한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 이른바 관공서 업무로 인한 폐해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부가적이지만 큰 장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 스위스 항공 당국은 드론 같은 항공기를 이용해 위험을 평가하는 지침인 SORA(Specific Operations Risk Assessment)를 책정하는 등 드론 활용을 위한 제반 환경 정비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선 연간 2만 2,000대에 이르는 드론이 판매된다. 또 스위스 국내에서 가동 중인 드론은 10만 대에 이른다. 하늘에는 조류나 헬기, 비행기 등 다양한 비행물이 존재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SORA 책정 같은 노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스위스 국영 우편 기업인 스위스포스트는 연구 시설을 위한 세계 첫 드론 운송 서비스를 루가노에서 제공하고 있다. 쿼드콥터 드론이 36km/h 속도로 시내 병원간 수송을 맡고 만일 고장이 나면 자동으로 낙하산을 펼쳐 낙하로 인한 손상을 막는다. 취리히에선 연구 시설간 혈액 샘플을 드론으로 나르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실험의 경우에는 하루 만에 착륙 지역에서 가까운 주민의 소음 피해 호소로 중단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에서 드론을 활용하려는 시도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서두에 밝혔듯 드론을 활용하려는 영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집라인(Zipline)은 의료품이나 혈액 같은 용품을 운송할 수 있는 자율 비행 드론을 개발하기도 했다. 무게 11kg짜리 배터리 구동식 드론은 1.8kg 짐을 싣고 130km/h 속도로 날아가 80km 떨어진 거리까지 물품을 운송한 뒤 자동으로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이 드론은 지난 2016년부터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의료용품을 나르고 있다. 비포장 도로가 많은 이곳에서 긴급 수혈이 필요할 때에도 유용할 수 있다. 드론이 의료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드론은 다양한 기기를 탑재한 채 무인 모드로 비행할 수 있다. 상공에서 부지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측량 같은 건설 분야는 물론이고 씨앗을 살포하고 생육 상태를 파악하거나 가축 방목 상황을 파악하는 농축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드론디플로이(DroneDeploy) 같은 기업은 드론을 이용해 측량이나 자원 조사 서비스를 진행한다. 드론 2대를 이용해 사진을 얻은 다음 3D 모델링과 지도를 곁들여 건설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진척 사항을 파악하고 건설 이전 지형을 알거나 소프트웨어 처리를 통해 건설할 지역을 모델링해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해 건설 진척도를 일일이 기록해 기간별 변화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이 같은 이미지는 풍력 터빈을 모니터링하거나 거대한 광산 전체를 맵핑하는 등 다양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케스프리(Kespry) 같은 기업은 드론을 이용한 측량을 통해 기존보다 6배 이상 높은 비용 효율성을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드론을 날려 정기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지속적인 품질 보증 관리도 가능하다. GPS를 이용한 정밀한 측정과 측정 데이터 처리를 통해 2m 해상도로 현지 측량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올초 보잉이 개발한 드론 프로토타입은 암 4개에 로터 8개를 갖춘 옥타콥터로 eVTOL(electric vertical-takeoff-and-landing) 전동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 화물 수송기 역할을 하려 한다. 무려 113kg에서 최대 226kg까지 화물을 탑재한 채 최대 반경 32km 범위를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수송 능력을 키워 드론을 통한 물류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까지 드론 발전에 방해물이 되는 건 관련 법규라고 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적어도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해 스위스가 실시하는 정책에서 참고하듯 미래 시장을 위한 투자를 위한 공간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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