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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된 비트토렌트와 ‘분산형 인터넷’

암호화폐 트론(TRON)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 프로토콜을 이용해 데이터를 자유롭게 올리거나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그런데 트론을 개발한 트론재단(TRON Foundation)이 P2P 파일 전송 소프트웨어인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개발한 레인베리(Rainberry) 인수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물론 트론 창업자인 저스틴 선(Justin Sun)이 비트토렌트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지난 6월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저스틴 선은 비트토렌트를 1억 4,000만 달러(한화 1,576억 원대)에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토렌트 인수 협상은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되어 왔고 올해 1월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비트토렌트와 다른 업체와의 협상을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저스틴 선이 설립한 레인베리 어큐지션(Rainberry Acquisition)과 레인베리가 합병 신청을 진행해 인수가 완료된 것으로 보여진 것. 다만 당시 보도에선 트론이나 비트토렌트 측 모두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어쨌든 당시 보도에선 트론이 비트토렌트를 인수하려한 이유는 분산 아키텍처인 P2P 기술을 보유한 비트토렌트가 매력적이라는 이유, 트론 보유 기술 중 표절이 있어 방어적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비트토렌트 입장에선 지난 2008년 P2P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또 비트토렌트 창업자인 브람 코헨(Bram Cohen)은 암호화페인 치아(Chia)를 운영하는 치아네트워크(Chia Network) CEO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아래 영상은 그의 강연 내용).

코헨은 비트토렌트 개발자이자 밸브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 개발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그래머다. 그가 관심을 갖게 된 게 암호화폐라는 건 이번 비트토렌트 인수건을 어찌 보면 예고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는 암호화폐를 돈벌이가 아닌 비트코인 같은 기존 화폐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아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적인 면에선 비트코인은 낭비가 크다면서 채굴 시스템 역시 프로세서 기반이 아니라 스토리지 용량을 기반으로 삼는 편이 좋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네트워크 전체 채굴 속도 중 50% 이상을 지배하면 부정 거래를 할 수 있는 51% 공격이라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51% 공격이 쉬운 건 아니지만 코헨은 스토리지 기반 채굴을 한다면 채굴 집중화가 이론적으로도 어려워 51% 공격 위험성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이미 스토리지 기반 채굴을 하는 암호화폐인 버스트코인(Burstcoin) 같은 것도 있다.

 

어쨌든 다시 비트토렌트 인수 얘기로 돌아가면 6월 보도 이후 7월 23일(현지시간) 트론재단과 비트토렌트 양측 모두 인수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비트토렌트 측은 공식 발표 이후 비트토렌트가 전 세계 1억 명 이상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트토렌트 페이나 웹, PC와 맥용 클라이언트 등 제품군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비트토렌트는 앞으로 트론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주축이 되어 그대로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분산형 생태계 시스템을 비전으로 추구하는 동시에 트론의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번 인수에 따라 비트토렌트 서비스 제공 사항이 바뀌는 건 아니라고 한다. 트론 산하에 참여하는 것인 만큼 새로운 서비스 강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트론 재단 역시 트위터 계정을 통해 더 빠르고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분산형 인터넷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강조한다. 저스틴 선 역시 비트토렌트는 1억 이상 활성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라면서 함께 분산형 인터넷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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