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양자컴퓨터, 미래 소재 시장 열까

양자컴퓨터 기업인 디웨이브시스템즈(D-Wave Systems)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통해 지난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양자 역학 현상을 이론대로 실증, 양자 시뮬레이션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상적인 새로운 재료를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찾아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리학이나 화학, 공학 등 과학의 진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첨단 제품은 물론 여객기와 로켓, 건강 관리까지 진보이 가능성은 늘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는 데에서 시작해왔다. 새로운 재료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미래 도전 과제를 극복할 단초가 되어온 것이다.

가볍지만 강한 소재를 비행기에 쓰거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한다면 우주선이 다른 행성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거나 기존 재료를 분석할 때에는 물리적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상당히 복잡해지는 게 문제다.

이런 물질별 물리적 특성을 고도로 분석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위해 양자컴퓨터는 유용한 도구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물질의 양자 역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게 새로운 기술적 진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웨이브시스템즈는 지난 6월 사이언스, 8월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양자 소재 시뮬레이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전적인 양자컴퓨터 개념에 입각해 기존 컴퓨터는 너무 복잡해서 불가능했던 시뮬레이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물질의 양자적 상태를 직접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면 더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추구할 수 있다. 재료를 이해하고 새로운 재료를 디자인하는 데 양자컴퓨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암 특효약이나 새로운 배터리 등 다양한 응용 재료가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양자컴퓨터를 통한 양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에는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디웨이브시스템즈는 자사의 양자컴퓨터인 디웨이브 2000Q(D-Wave 2000Q)를 이용해 양자 시스템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1970년대 이론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사울레스(David Thouless) 미국 워싱턴대 명예교수와 마이클 코스터리츠(Michael Kosterlitz) 브라운대 교수, 덩컨 홀데인(Duncan Haldane) 프린스턴대 교수 3명이 연구하고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위상적 상전이(Topological Phase Transition)와 물질의 위상적 상(Topological Phases of Matter)에 관한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

디웨이브 2000Q 시스템을 통해 인공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측한 위상적 상전이의 특성은 양자 효과를 가진 이론적 예측과 일치했다고 한다. 코스터리츠 박사는 이번 논문은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실제 시스템의 시뮬레이션에 돌파구를 제시했다면서 실험에선 예상 결과를 거의 모든 걸 재현했고 이는 놀라운 성과라고 밝혔다. 앞으로 양자 시뮬레이터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적 시스템을 탐구하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제 시스템 모델로 정량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 것. 이번 시뮬레이션 방법을 응용한 예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웨이브시스템즈 측은 게재한 논문 2개의 성과를 활용해 머신러닝과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70개 이상 응용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의 응용 프로그램 실용화를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도 나서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해 양자컴퓨터가 연구 단계를 넘어 개발 단계로 이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높은 연산 성능을 가진 초전도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상 양자컴퓨터(topological quantum computer) 개발을 진행하는 등 여러 이론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연구가 진행 중인 것.

또 양자컴퓨터 연구 종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양자컴퓨터 연구 대부분은 비슷한 시점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연구 논증된 양자컴퓨터 구성 장치를 이용한 물리학 실험에 대한 필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디웨이브시스템즈의 물리학 실험이 예가 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된다면 기존 컴퓨터에선 0 또는 1에서만 존재하던 비트가 동시에 2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중첩, 2가지 양자비트가 동시에 같은 상태가 되는 현상인 양자 얽힘 등에 의해 대규모 연산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면 1960년대까지 꾸준히 발전하던 컴퓨터 관련 기술은 진보를 거듭해오면서 해마다 더 작아지고 강력해져왔지만 물리적 한계가 찾아오게 된다. 컴퓨터의 구성 요소는 기억장치와 연산장치, 제어장치 등 단순하다. 컴퓨터에는 칩과 모듈, 논리 게이트, 트랜지스터가 있다, 트랜지스터라는 건 간단하게 말하면 스위치다. 정보를 흘리거나 혹은 멈춘다.

여기에 흐르는 정보 데이터의 최소 단위는 비트로 표시한다. 앞서 밝혔듯 비트는 0 또는 1이라는 값을 갖는다. 비트는 0이나 1 한쪽으로만 표현할 수 없지만 여러 개가 있으면 더 복잡한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논리 게이트는 간단한 연산을 처리하는데 AND 게이트라면 모두 1이라면 1을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0을 보낸다는 정말 단순한 형태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결합을 하면 덧셈이 가능해지고 곱셈도 할 수 있는 등 모든 계산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건 간단한 계산을 위한 묶음만 있으면 된다. 마치 7살 어린이가 모여서 계산하고 있는 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물리학이나 복잡한 3D 게임 플레이까지 가능해진다.

하지만 물질이 작아지면 양자의 성격이 나타난다. 앞서 밝혔듯 트랜지스터는 전기 스위치로 전류는 전자의 움직임이다. 스위치는 이런 흐름을 차단한다. 지금 사용 중인 트랜지스터 크기가 14nm 제조공정을 보통 이용하는데 이는 HIV 바이러스와 견줘도 8분의 1 크기에 불과하며 적혈구의 500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 크기까지 작아지면 전자는 터널효과(tunnel effect)에 의해 벽을 빠져 나와 버린다. 일정한 확률로 장벽의 바깥쪽으로 나오게 되는 것.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하고 있는 게 바로 양자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는 비트를 이용하지만 양자컴퓨터는 2가지 상태를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입자인 양자의 특징을 이용한 양자비트를 이용한다. 0과 1 상태가 광자의 편광 상태에 가까운 것이다. 양자비트는 한 가지 상태가 아니라 한꺼번에 2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중첩이라고 한다.

일반 컴퓨터에서 보통 4비트 정보를 나타내려면 16가지 중 하나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양자비트는 16가지 모두를 한꺼번에 표시할 수 있다. 덕분에 20개 큐빗을 이용하면 무려 100만 개를 병렬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 양자 얽힘 현상이 있다. 이는 큐빗 2개가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같은 상태가 되는 걸 말한다. 하나만 봐도 다른 것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비트 작업은 어렵다. 논리 게이트는 입력 하나에 출력 하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양자 게이트는 입출력이 복잡하다. 큐빗에 넣은 입력이 양자 게이트를 통해 얽힌 걸 관찰하면 가능한 계산이 모두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얻고 싶은 결과는 이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를 찾아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것.

하지만 양자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 검색. 기존 데이터베이스 검색은 모든 요소를 참조할 필요가 있었던 만큼 뭔가를 조사하려면 하나하나 데이터를 참조할 필요가 있었고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양자 알고리즘은 이보다 제곱근의 시간이면 검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100만 초 걸렸던 검색이라면 1,000초에 끝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정보 보안. 현재 인터넷이나 은행에선 공개키 암호화를 통해 정보를 암호화해서 보호한다. 물론 공개키 암호화는 계산하면 해독할 수 있지만 기존 컴퓨터로 이를 처리하려면 몇 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여기에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끝낼 수 있다.

서두에 본 예처럼 양자컴퓨터는 시뮬레이션에 이용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방대한 계산이 필요한 분야다. 그 밖에 양자역학 자체 연구에도 당연히 쓸 수 있다. 의학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