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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에서 돈세탁 우려까지…전쟁과 암호화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전포고하고 영토 침공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 기부용 은행 계좌를 공개하고 있었지만 당초 거부하고 있던 암호화폐에 의한 기부 접수도 개시한 바로 1,720만 달러 기부금이 모인 것으로 보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처음 법적인 이유로 암호화폐 기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지만 공식 트위터 계정이 2022년 2월 27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 주소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외교관인 알렉산드르 셰르바는 비트코인으로 지원하고 싶은 사람도 걱정말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인 엘릭틱(Elliptic)에 따르면 월렛 주소 공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적어도 1만 5,947건 거래로 1,210만 달러 기부금이 모였다는 것. 이 가운데 186만 달러는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판매된 NFT 매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암호화폐에 의한 기부는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NGO인 컴팩얼라이브(Come Back Alive)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곳 기부를 더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암호화폐 기부는 합계 2,720만 달러에 이른다.

또 2014년 설립된 컴백얼라이브는 원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패트레온에서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패트레온은 군사 조직에 대한 자금 제공이 정책을 위반한다며 출자 접수를 중단하고 컴백얼라이브를 삭제했다. 이런 움직임 등 이유로 기부 수단으로 암호화폐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에 육박하면서 은행 ATM 등 기존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어도 사용할 수 있으며 가격도 안정되어 있는 암호화폐 테더가 인기를 끌면서 일시적으로 미국 달러를 10%나 넘는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월 24일 러시아군 공격이 시작되면서 전국적인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인 우크라이나국립은행은 이날 현금 인출 제한과 외환시장 정지에 나서고 전자화폐 발행과 유통을 일시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페이팔, 벤모 등에 맡겨진 환전 통화 자산을 동결해 전시 하에서 금융 혼란을 억제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대피한 난민도 국가에 남긴 예금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난민은 우크라이나 신용카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며 물리적으로는 다른 곳에 있어 안전하지만 예금은 모두 사라졌다며 자신에게 남겨진 유일한 돈은 암호화폐 밖에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NFT가 자신의 목숨을 이어주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돈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포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인이 암호화폐에 눈을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인기 암호화폐 거래소인 쿠나에선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가 인기다.

부패 등으로 정부와 금융 당국에 대한 불신감이 강한 우크라이나에선 이전부터 자국 통화 뿐 아니라 달러도 유통됐다. 또 우크라이나는 20만 명 이상 IT 엔지니어를 보유한 기술국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암호화폐에 익숙하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테더 수요가 단번에 증가해 1USTD는 일시적으로 달러로 1.1달러에 거래될 만큼 올랐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지지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로 러시아계 캐나다인인 비탈릭 부테린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와 분쟁을 평활롭게 해결할 가능성을 포기하고 대신 전쟁을 시작한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분개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인에 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퍼포먼스 아트집단인 푸시라이오트는 2월 25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지원 기금(UkraineDAO)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 CEO는 25일 트윗을 통해 FTX로 우크라이나인에게 25달러를 배부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은 불가능하다며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형태로 지금까지 유례없는 수준으로 엄격한 경제 제재를 발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러브로프 외부부 장관 등 20명 이상 인물이 러시아 국외에 보유한 은행 계좌가 동결됐다. 더구나 전 세계 금융기관이 글로벌 거래용으로 이용하는 스위프트(SWIFT)에서도 러시아 일부 은행을 배제할 방침이라고 발표되면서 러시아는 국제 경제에서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투자사인 비트코이나라(BitcoinIra)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클라인은 이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하나는 반암호화폐파 중앙은행 메시지이며 다른 하나는 암호화폐가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의회 메시지였다며 러시아 국내에서도 경제 제재에 대한 대응책으로 암호화폐 이용이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분석 기업 블록체인인텔리전스그룹(Blockchain Intelligence Group) 규제 관련 디렉터인 미카엘 파사네로는 정치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며 사실 푸틴 대통령은 암호화폐를 러시아 주류 금융 일부 혹은 대체물로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분산형 금융 환경에선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국이 부과한 경제 정책을 회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러시아 사용자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미하일로 페도로브 부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자신은 모든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러시아 사용자 주소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한다면서 러시아와 벨로루스 정치인 관련 주소를 동결시킬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막는 게 중요하다고 트윗을 올렸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면적으로 지지한다고 공표해왔다. 바이낸스는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위기를 돕기 위해 1,000만 달러 기부와 관련 자선단체 공동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모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존재 의의에 반하기 때문에 수백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용자 계정을 일방적으로 동결할 수 없다며 최소화하면서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가 제재를 더 확대할 경우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게임이나 메타버스 관련 NFT 등을 다루는 디마켓(DMarket)은 러시아, 벨로루스 관계를 모두 차단하고 이들 국가 사용자 계정을 모두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한 우크라이나 변호사는 정치인이 소유한 암호화폐 주소록을 공개하고 인기 있는 암호화폐 고래서와 공유할 계획이다. 목적은 해당 주소를 유해한 것으로 인지하고 일반 사용자나 기업이 이런 주소와 거래하는 걸 저지하기 위함이다. 이 변호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나 암호화폐 세상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존재라는 걸 이해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만든 주소 목록은 블록체인 분석 기업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공유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아마도 몇 개월 안에 천천히 일어날 것이라며 관련 지갑 주소에 대한 모든 정보는 자사 제품에 추가되며 자사 파트너는 곧바로 이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러시아 행위자가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를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트윗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대응을 이미 취하고 있다. 또 암호화폐 컴플라이언스 기업인 TRM랩스(TRM Labs) 관계자는 암호화폐 업계는 규제 없는 서부 개척 시대처럼 표현될 수 있지만 적어도 미국에선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는 빠르지만 블록체인에 거래별 기록이 저장되어 사용자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고 위조하거나 삭제하기가 어렵다. 미국에선 암호화폐 자금 세탁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암호화폐 거래소는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가 이용되는 걸 방지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2022년 미국 사법부가 돈세탁 혐의로 36억 달러 상당 비트코인을 압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완전한 익명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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