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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의 꿈 ‘초대형 로켓이 바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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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2월 6일 15시 45분(현지시간) 초대형 로켓인 팔콘 헤비(Falcon Heavy)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뤄진 이번 발사에선 부스터 2개를 분리한 뒤 마지막 부스터를 분리했다. 처음 분리된 부스터 2개는 지표면으로 다시 되돌아오면서 역분사를 하면서 천천히 착륙 지점에 자립한 채 연착륙했다. 이렇게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 부스터는 이후 재사용할 수 있다.

팔콘 헤비는 지구 저궤도까지 발사할 수 있는 유효 하중만 해도 64톤에 달한다. 현존하는 가장 큰 로켓인 ULA의 델타 IV 헤비(Delta IV Heavy)의 경우 28.8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적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저궤도 내 페이로드도 상당하지만 정지위성 등에 이용하는 정지궤도 GTO(geostationary transfer orbit)라고 해도 22.2톤, 화성 궤도라도 13.6톤에 달하는 화물이나 사람을 나를 수 있다. 이제껏 인류가 만든 가장 큰 로켓은 새턴V다. 새턴V의 경우 저궤도 기준으로 팔콘 헤비보다 2배에 달하는 화물을 쏘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팔콘 헤비는 대신 화성으로 인류를 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새턴V에는 없는 활용도를 갖췄다. 이 점에서 이제까지 나온 세계 최대 로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팔콘 헤비는 로켓 발사 순간 227톤에 달하는 추력을 발생시킨다. 이 정도는 예를 들자면 보잉747 항공기 18대가 내는 수준이다. 이제까지 나온 로켓보다 2배라고 한다.

팔콘 헤비 로켓은 선단에 거대한 화물 공간인 페어링을 갖추고 있다. 이 유선형 내부 안쪽에는 관광버스 1대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넓다.

또 다른 특징은 앞서 소개한 부스터 뿐 아니라 로켓 재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사 최소 비용은 9,000만 달러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사용을 할 수 없는 델타 IV 헤비의 발사 비용은 3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3분의 1 정도 예산이면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팔콘 헤비 발사는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팔콘 헤비는 당초 1월 중 시험 발사를 할 예정으로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준비를 해왔다. 엘론 머스크는 팔콘 헤비 로켓을 발사대에 설치하는 장면을 담은 타임랩스 영상을 트윗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팔콘 헤비는 전체 높이가 70m에 달한다. 이 로켓 발사대로 쓰인 LC-39 A는 케네디우주센터 39발사시설 일부로 아폴로를 비롯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 등에도 쓰인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인접한 LC-40 복합 발사 시설 등을 일부를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로부터 임대해 팔콘 헤비와 팔콘9 로켓 발사에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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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는 이번 팔콘 헤비를 시험 발사하면서 재미있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만든 또 다른 기업 테슬라의 첫 자동차 로드스터를 함께 실어 운전석에 우주인이 타게 한 것이다. 로드스터는 2011 스페이스오디세이 음악을 재생하면서 화성 궤도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스페이스X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장면을 실제 생방송하기도 했다. 차량 내 ECU에는 ‘Made on Earth by humans’라고 표기해 UFO 등 외계 생명체가 발견한다면 인류를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고(물론 영어를 알아보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스페이스X CEO인 엘론 머스크는 생방송을 보면서 트윗을 올려 성공적인 발사를 자축하기도 했다. 그는 팔콘 헤비 발사로 이젠 로켓 경쟁은 게임 오버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팔콘 헤비 발사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한편 군사위성 발사나 화성 혹은 목성 같은 외계 행성 탐사 로봇 발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인류의 화성 탐사 역시 훨씬 더 현실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팔콘 헤비 이후 거대한 로켓인 코드명 BFR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가 지난해 9월 호주에서 열린 우주 관련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이 계획은 화성 이주 계획에 사용할 초거대 로켓 프로젝트다.

BFR은 팔콘 헤비처럼 부스터를 갖췄고 승무원과 화물을 탑재할 상단 로켓으로 이뤄진 2단식 로켓이다. 길이는 106m에 이르며 직경도 9m에 달한다. 상당부만 해도 길이는 48m. 이것만 따져도 과거 등장했던 우주왕복선보다 긴 수준이다. 또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엔진 랩터 31개를 갖췄다. 기체와 연료, 화물을 모두 포함해 4,400톤에 달하는 무게를 쏘아 올릴 수 있다. 건조 중량은 85톤이며 최대 발사 가능 적재량은 150톤이다. 팔콘 헤비나 팔콘9와 마찬가지로 임무를 마치면 지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며 다시 가져올 수 있는 화물 적재량도 50톤이다.

내부 공간에는 공기를 가득 채우고 지구와 같은 기압으로 가압하기 때문에 승무원은 우주복이 없어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다. 탱크 부분에는 연료인 메탄올 240톤, 액체산소 860톤을 탑재할 수 있으며 착륙에 사용할 연료 보관 탱크도 따로 마련했다. 또 다른 특징은 이 로켓은 우주 공간에서도 연료를 보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급이 필요할 때에는 BFR 2대끼리 맞대고 도킹,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어쨌든 BFR 같은 초거대 로켓이 등장한다면 우주 개발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궤도 발사 가능한 게 150톤이라면 이제까지 인류가 만든 최대 로켓인 새턴V의 135톤을 넘어선다. 앞서 소개한 팔콘 헤비의 64톤보다 2배 이상 많고 팔콘9의 22.8톤은 비교하기도 어렵다. 이 같은 거대 로켓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대량 물자를 공급하거나 화성 탐사 같은 임무를 맡을 수 있다. 허블우주망원경 같은 거대한 우주 구조물도 분할 발사해서 조립할 필요 없이 그냥 쏘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달에 도달하려는 인류의 계획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재발사도 가능한 만큼 달에 착륙해 임무를 수행한 다음 다시 이륙, 지구로 돌아오는 것도 할 수 있는 것. 거대한 화물 적재량 덕에 우주정거장 건설을 손쉽게 만들고 달에 우주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화성 같은 곳에 가려고 해도 연료를 재보급할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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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의 BFR 구상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화물형 BFR 2대를 화성에 보내 수자원 확인이나 위험 요소를 조사하는 한편 달 탐사에 필요한 기초 계획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어 2024년에는 화물선과 승무원을 태운 BFR 2대를 발사해 인류의 첫 화성 착륙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BFR은 아직 코드명일 뿐이지만 엘론 머스크가 우스갯소리처럼 말한 ‘Big Fucking Rocket’이 주는 상당한 우주 개발 계획 변화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엘론 머스크는 또 화성에 갈 수 있는 이 같은 로켓을 만든다면 지구에서도 응용 가능할 것이라며 로켓 교통망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서 중국 상하이까지 거리는 1만 1,897km. 하지만 이 거리를 뉴욕 앞바다 바지선에서 출발해 39분 안에 도착한다. BFR을 타고 간다는 것이다. 비행기처럼 활주로도 필요 없고 수직으로 발사되는 로켓 그대로다. 시속 2만 7,000km까지 가속해 우주 공간에 도달한 이후 그러니까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속도로 움직여 순식간에 태평양을 횡단해 상하에 앞바다에 위치한 바지선에 역분사를 해가며 착륙하는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홍콩과 싱가포르 사이는 22분, 미국 LA에서 토론토까지 24분 정도면 가뿐하게 도착한다. 비행기를 이용한 장거리 비행 대부분을 30분 안쪽으로 끝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지구 어떤 장소라도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구상까지 실현하려면 남은 과제도 많다. 승객에게 걸릴 중력가속도나 이착륙 과정, 우주 공간에 도달할 때의 안전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미래에는 초거대 로켓이 항공 교통 혁명을 불러올 지도 모른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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