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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3D프린터…벽돌의 변신

벽돌은 오래 전부터 집 등을 지을 때 필요한 건축 재료로 쓰여왔다. 물론 지금도 전 세계에서 벽돌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벽돌이 쓰이게 된다면 벽돌의 역사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생으로 이뤄진 팀이 이런 벽돌을 인간의 오줌을 이용해 고열로 구워 상온에서 만드는 데 성공한 것.

케이프타운대학 토목공학과 석사 과정을 진행 중인 학생인 수잔 람버트(Suzanne Lambert)와 부케타 무하리(Vukheta Mukhari)가 주인공. 이들은 몇 개월에 걸쳐 벽돌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왔고 바이오 벽돌(bio-brick)로 명명한 벽돌을 인간의 오줌을 이용해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벽돌의 재료인 모레는 우레아제(urease)라는 효소를 만드는 세균으로 정착시킨다. 우레아제는 오줌에 포함된 요소를 분해해 탄산칼슘을 생성해 벽돌을 다진다. 바이오벽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조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레아제가 인간의 오줌에서 생성된 탄산칼슘이 모래를 모양으로 굳히는데 일반 벽돌과 같은 직사각형 뿐 아니라 원통형으로 굳히게 할 수도 있다.

요소를 이용해 벽돌을 다진다는 발상은 몇 년 전에도 미국에서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17년 스위스에서 이뤄진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로 진짜 인간의 오줌을 이용해 벽돌을 굳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보통 벽돌은 1,400도 가까운 열을 가마에서 내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한다. 하지만 바이오 벽돌은 실온에 둔 금형을 통해 만든다. 일반적이라면 그냥 버릴 오줌을 재활용할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테리아가 성장하고 이에 따라 벽돌 강도 역시 강화된다.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강한 벽돌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뿐 아니다. 바이오 벽돌을 만드는 과정에선 부산물로 상업용 비료에서 중요한 성분인 질소와 칼륨이 생성된다. 모은 오줌에서 비료 성분이 되는 걸 고체화해서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고 남은 액체로 벽돌을 다지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 벽돌을 굳힌 다음 남은 액체로는 비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오줌은 액체 황금이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자원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가정 배수 중 오줌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지만 폐수 중 포함된 질소 중 80%, 칼륨 중 63%, 인 중 56%를 차지할 정도다. 오줌에 포함된 요소 중 무려 97%가 비료로 사용되는 인산칼슘으로 변환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산염이 고갈되는 지금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오줌을 이용해 벽돌을 만드는 방법에는 오줌을 모으는 방법, 운송 같은 측면에서 숙제가 남아 있는 상태다. 연구팀은 사회적으로 인정(가능하다)받는다는 이유로 남성 오줌만 이용해 바이오 벽돌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사회 인식 상태라면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오줌은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려는 바이오 벽돌의 이상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바이오 벽돌 실용화에는 이 같은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오 기술 접목이 아니더라도 3D프린터 등을 통해 벽돌의 기능성을 개선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3D프린터로 만든 특수 벽돌인 쿨 브릭(Cool Brick) 같은 경우가 예가 될 수 있다.

앞서 밝혔듯 벽돌은 오래 전부터 인류가 집을 건설할 때 이용해왔지만 사실 사막 같은 지역에선 냉각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액체가 증발할 때 주위 열을 빼앗는 기화 냉각에 의한 냉풍을 만드는 특수 창문을 이용해왔다. 쿨 브릭은 기화 냉각 방식을 이용해 외기를 냉풍으로 실내에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특수 벽돌이다.

기화 냉각은 수증기가 공기 중에 포함되면서 공기 온도가 떨어지는 자연 현상 중 하나다. 냉장이나 냉동 기술이 발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기화 냉각은 1,000년간 이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게 사막 지대에 위치한 아랍 주택에서 쓰이는 마슈라비아(mashrabīya)라는 격자창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해 건축 소재를 개발하는 이머징오브젝트(EMERGING OBJECTS)가 이런 마슈라비아에서 영향을 받은 기화 냉각 시스템의 냉각 효율을 높인 소재로 개발한 게 바로 쿨 브릭이다. 쿨 브릭은 다공성 세라믹을 이용한 벽돌로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공기를 통과시킬 수 있다. 쿨 브릭은 공기가 통과할 때 내부에 있던 수분은 미세홈을 통해 바람에 날려 실내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기화 냉각으로 온도가 떨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되는 것.

쿨 브릭은 당연히 블록끼리 연결할 수 있고 표면에 있는 요철이 퍼즐처럼 생겨 소재를 단단하게 접착시킬 수 있다. 울퉁불퉁한 특수 형상 덕에 차양 효과를 갖고 있으며 표면 온도 저하 뿐 아니라 강한 태양광으로 인한 소재 열화도 방지할 수 있다. 창문이나 거푸집이 필요 없어 이론상으론 건조한 기후라면 쿨 브릭만으로 주택을 만들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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