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우주판 골드러시 시대의 예고

인류는 이제 민간 기업이 우주 산업에 진출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단순히 신대륙을 찾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 종으로 새로운 요소 그러니까 우주에 진출하려 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영역을 정복하고 더 멀리 나간다. 생활 향상과 이익을 추구하거나 두려움과 호기심에 자극되어 더 빠르고 쉽고 저렴하고 안전하게 우주를 정복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19세기 토머스 제퍼슨은 나폴레옹에게서 루이지애나를 매입했다. 당시 미국 영토의 2배지만 제퍼슨은 대륙 중심부 지역 전체에 이주민이 정착하려면 수천 년이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십 년 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됐고 이에 따라 수많은 노동자가 밀려 자본적 동기로 인한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게 됐다. 새로운 이주민을 태운 수많은 마차가 가고 철도가 해안까지 이어지면서 마을과 정착지가 생겼다. 이렇게 200년 이상 전에 제퍼슨이 구상했던 꿈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실현됐다.

최근 우주 산업 자체는 우주판 골드러시라고 할만하다. 인간에게 우주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주 활동을 위해 개발한 기술, 위성 사진과 기상 정보, 통신 등 지상 문제 해결에 공헌할 방법을 말한다. 우주 열풍은 거액의 자금을 불러오고 단번에 우주 산업에 유입될 수 있다.

현재 로켓과 통신, 이미지, 인공위성, 유인 비행을 비롯한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전체 1,000억 달러 이하이며 전 세계 경제 중 0.1%에 못 미친다. 1990년말 닷컴 버블 시절에는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 총자본액은 전 세계 GDP 5%를 초과했다. 185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골드러시 영향을 커 미국 경제 전체를 바꾸고 서해안은 실질적으로 새로운 경제권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경제에 진짜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나 아마존의 카이퍼 혹은 더 작은 일부 기업이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 규모가 진짜 우주판 골드러시가 되려면 더 규모가 커야 한다. 참고로 전 세계 통신 시장 규모는 1.5조 달러라는 놀라운 크기로 전 세계 경제 중 거의 1.5%를 차지한다.

무인 자율주행 차량 승객에 의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이용 급증, 사물인터넷 분야 급성장 등 여러 요인이 동시 발생하면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는 중기적으로 1조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우주 산업 시장 규모를 더 성장시킬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5%에는 모 미치지만 전 세계 경제 1%에 도달하는 놀라운 수치다.

통신 위성 이미지 탐색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들은 우주 시대 초기부터 수십 년 동안 사용된 전통적인 우주 응용 기술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며 지상에서의 대안이 없다. 지구 모니터링과 글로벌 통신을 우주 이외 장소에서 하는 건 어렵다. 따라서 과거 우주 응용 기술은 우주 자산 비용이 높은 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우주 자산 비용이 높은 건 주로 높은 발사 비용과 킬로그램당 수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이 원인이다. 우주의 진정한 산업화와 우주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실현하려면 우주 수송 비용에 혁신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새로운 영역을 정복하기 위해선 운송이 필수적이다. 철도와 비행기, 컨테이너 등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는 새로운 방법이 발명되어 보급되면서 우리가 아는 현대 경제가 탄생했다. 우주 탐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주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이는 큰 과제이기도 하다.

중력을 이기고 화물을 궤도에 투입하려면 초고 8km라는 경이적 속도까지 가속할 필요가 있다. 총알보다 10∼20배에 이르는 속도다. 로켓 초기 질량 중 궤도에 도달하는 건 5% 미만이다. 열쇠는 재사용과 대량 생산에 있다. 로켓 과학을 지배하는 치올코프스키의 공식도 로켓 크기 대형화를 필요로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기업이 전략적으로 큰 재사용 로켓인 스타십과 뉴글렌 등을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 발사 비용은 킬로그램당 수백 달러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로켓이 효과적인 건 거대한 질량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경우 뿐이다. 다른 궤도에 화물을 투입하거나 정제궤도 등 높은 궤도, 달 궤도에 투입한다면 초속 3∼6km 이상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기존 로켓을 이 용도에 사용하면 손실되는 질량 비율은 5%에서 1% 미만으로 줄어든다. 궤도에 투입되는 질량이 낮은 비용인 거대한 로켓 용량을 크게 하회하면 더 비싼 중소 발사 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또 우주 수송 규모가 확대되고 지구 저궤도보다 훨씬 멀리 화물 수송을 할 수요가 생기면 지구 표면이 아닌 달과 화성, 소행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추진제 사용도 필요하다. 바로 물이다. 로켓 연료로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중 물은 태양계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후보 물질이다. 물은 달에서도 발견되며 극에 가까운 분화구에는 거대한 얼음이 존재한다. 화성 지하에 물이 얼어붙은 거대한 바다가 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는 거대한 소행성군이 있는데 태양계 형성 초기 목성 중력 영향으로 한 행성으로 형성되지 않고 조각이 수십억 소행성 형태로 붕괴된 것이다. 이곳에도 대부분 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소행성 중 1,000개 정도는 지름 1km가 넘는다.

천체역학적 관점에서 물은 지구보다 소행성과 달에서 얻는 게 훨씬 간단하다. 지구에는 강력한 중력장이 있기 때문에 중력 끝단까지 운반하는 페이로드와 초기 질량 비율은 1% 미만이다. 하지만 달 표면에선 원래 질량의 70%, 소행성에선 99%다.

크고 지사용 가능한 저비용 로켓이 늘고 우주에서 마지막 지점까지 운반하게 된다면 예전 수송 방법으론 가격 면에서 불가능하던 가격표가 붙을 수 있다. 지구 저궤도에서 달 저궤도까지 지구와 달 사이 거의 모든 지점에서 화물 운반 가격은 5∼10년 이내에 1kg당 1,000달러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재미있는 건 기존 통신과 감시, 탐색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우주 응용 기술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주의 진정한 산업화가 시작되고 지구에서 우주 산업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5∼10년 사이 우주판 골드러시가 발생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 수송으로 실현할 응용 기술에는 어떤 게 있을까.

먼저 에너지 생성. 전 세계 경제에서 에너지 점유율은 8.2%에 이른다. 우주에서 발전은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는 지속 가능한 발전. 우주에서 태양은 24시간 연중무휴 큰 핵 융합로다. 야간이나 날씨가 나쁜 날을 위해 전기를 축적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동일 면적으로 24시간 기준 지상보다 10배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우주 발전 구조는 크게 경량화되고 결국 지상 발전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는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이용해 빔을 지상으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우주 발전소를 건설할 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어도 2가지는 있다. 첫째는 우주 발사 이용과 우주에서의 운송 비용이다. 거대화하고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통해 지구에서 최적의 궤도에 물품을 수송하는 비용이 1kg당 수백 달러까지 줄이게 되면 수송 점유율은 1킬로와트당 1센트 미만이다.

둘째는 태양 복사 압력에 의해 토출되는 거대한 패널을 안정시키는데 필요한 추진제의 양이다. 발전용량 1기가와트당 연간 500∼1,000톤 추진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1,200기가와트, 미국과 같은 발전 용량을 갖는데에는 연간 최대 100만톤 추진제가 필요하다. 물론 지구에서 추진제를 들고 가는 건 경제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이다. 해답은 달에 있다. 달 북극 근처에 항상 빛이 닿지 않는 분화구 40개가 있고 여기에는 추정 6억 톤 얼음이 있다. 우주에서 전력을 사용한 작업을 수백 년은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다음은 데이터 처리다. 데이터 계산과 처리를 하는 데이터센터는 지상에서 에너지 소비가 최대 규모이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효율을 개선했지만 대규모 클라우드 기반 서버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을 뿐이다. 미국 데이터센터만으로 연간 700억 킬로와트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데이터를 처리 저장하는 시스템 운용에 필요하 전력 외에 시스템을 냉각하기 위한 에너지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려는 거액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지불하게 된다.

아무리 효율화해도 데이터센터가 확장을 계속하고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이용해 에너지를 빔으로 지상에 보내는 게 아니라 우주에서의 데이터 처리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도 있다. 테라바이트와 페타바이트 규모 데이터를 지상으로 스트리밍 전송하는 게 전력을 지상으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AI 등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응용 프로그램은 지연에 대한 내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우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우주 광산. 인류가 우주에 거주하면 결국 소행성과 달리 광물의 주요 채굴 장소가 된다. 새로운 우주 경제, 우주 산업화, 우주에서의 거주지 구축을 실현하려면 희소금속과 귀금속, 건축 자재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달과 소행성에서 처음 채굴할 자원은 물이다. 물은 미래 우주 경제에서 석유가 된다. 물은 소행성이나 다른 천체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분포 위치에서 아주 쉽게 추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열해 얼음을 녹이거나 수화물에서 물을 추출하면 된다. 물은 저온 시스템 없이 저장할 수 있고 고압 탱크도 필요 없다. 동시에 물은 다른 추진 기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추진제다. 전열식 로켓 엔진 등에서 물을 사용하거나 화학 로켓 엔진에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고 있다.

우주에서의 운송 비용이 가격 파괴된다면 인류에게 우주는 새로운 공업 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세 중력은 광섬유 등 지상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중력장에서 만들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 흠집도 우주에선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흠집이 있으면 신호 손실이 증가하고 전송된 빛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또 미래 우주 경제는 미소 중력을 이용해 발전을 위한 메가 스트럭처, 여행자를 위한 우주 호텔, 궁극적으론 인간 거주지를 구축할 수 있다. 우주에선 지구상에선 불가능한 진공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진공은 크리스털과 웨이퍼, 새로운 소재 등 초고순도 소재를 만드는데 유용하다. 원료 주산지가 지구가 아닌 소행성과 달이 되고 제품은 주로 우주 산업에서 소비될 수 있다.

우주 수송 파격 파괴로 미래에 실현될 시장 기회는 거대하다. 우주여행 없이도 10∼15년이면 우주 거주 시장은 2조 달러 규모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몇 세대에 걸친 인류 문명 발전을 추진하는 우주판 골드러시로 이어질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