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푸드테크에 열광할까. 푸드테크(Food-Tech)는 말 그대로 식품(Food)와 기술(Technology)를 결합한 신조어다. 식품에 기술을 접목한 것. 인공고기처럼 기술을 통해 식품 자체를 가공하거나 혹은 아예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이미 국내에서도 활성화된 배달의 민족 같은 음식 주문 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맛집을 추천해주거나 예약을 하는 O2O나 자율주행 차량 등을 활용해 유통 혁신을 꾀하는 것, 혹은 햄버거를 만들거나 피자를 굽는 로봇까지 푸드테크의 범위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농업 생산 효율을 높이는 쪽까지 푸드테크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 기술과 식품이 만나야 할 이유=푸드테크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의식주 그러니까 인간이 생활하기 위한 기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에도 농업이나 유통, 음식 배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시장에 혁신을 요구해야 할 이유는 많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는 73억 가량이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90억, 2100년이면 112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존 농업 시스템으로 지탱할 수 있는 인구수를 100억 정도로 추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문제는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 같은 이상 기후를 겪으면서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5년 전 세계 평균 400ppm을 넘어선 상태. 그런데 현재 농축업 시스템은 효율성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가축을 키우는 땅덩어리는 이미 3,300만km2로 아프리카 대륙 크기 만한 수준에 이른다. 지구 전체 지표면 가운데 무려 25%가 가축을 사육하는 땅으로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또 전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을 호소하지만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물 1만 5,000리터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소를 사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다른 동물보다 공간은 28배, 물은 11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문제 탓에 오는 2050년이 되면 1인당 1일 섭취 에너지가 99kcal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채나 과일은 14.9g, 육류는 0.5g 줄어들고 과일 생산량도 4%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관련 질병 사망자만 해도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제 식량 문제에 대한 근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 줄기세포 배양·육류·계란·우유 ‘인공 식품 시대의 예고’=가장 주목받는 기술을 접목한 음식으로는 인공고기를 들 수 있다. 멤피스미트(Memphis Meats) 같은 기업은 고기 세포를 배양해 인공고기를 생산한다. 동물 개체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고기로 성장시키는 것. 줄기세포에 영양분이나 미네랄, 당분 같은 성장 필수 요소를 공급해 육류를 만든다. 이런 고기를 멤피스미트 측은 클린미트(Clean Meat)라고 부른다. 물론 아직까지는 생산비용이 높지만 멤피스미트 측이 목표로 하고 있는 2021년 실용화 단계가 되면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인공고기를 개발하고 있는 곳은 이 회사 외에도 네덜란드 기업인 모사미트(Mosa Meat)가 있다. 이 기업은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출자한 곳이기도 하다.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는 건 아예 식물성 원료로 인공 육류를 만드는 것이다. 콩으로 만들어서 구우면 마치 진짜 소고기처럼 육즙까지 나오는 비욘드 버거(Beyond Burger)나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 같은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동물성 원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식물성 원료, 콩을 이용한다. 식물성 원료를 썼지만 구우면 냄새나 식감까지 비슷하다. 고기를 분자 수준으로 분석해 구우면 소고기 같은 색이나 냄새로 변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인공육류는 실제 고기 생산에 들어가는 것보다 자원이 덜 들고 건강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햄튼크릭(Hampton Creek. JUST, Inc로 사명 변경) 역시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만든 인조 계란인 비욘드 에그(Beyond Egg)를 개발했다. 실제 계란보다 지속 가능한 건 물론. 영양은 풍부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나 항생제, 각종 세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콜레스테롤이나 알레르기 염려도 할 필요가 없다.
비욘드 에그를 이용하면 실제로 계란 요리까지 할 수도 있다. 햄튼크릭은 이 제품을 바탕으로 인공 계란 마요네즈인 저스트 마요(Just Mayo), 저스트 스크램블(Just Scramble) 같은 제품도 선보였다. 클라라푸드(Clara Foods) 역시 마찬가지로 인조계란을 개발했다.
더플랜잇 같은 국내 스타트업도 계란을 넣지 않은 마요네즈인 콩으로마요 같은 제품을 선보였다. 그 밖에 무프리(Muufri)는 우유 안에 있는 단백질 효모를 이용해 만든 인공 우유를 개발하기도 했다.
식사 대용 영양식인 소이렌트(Soylent)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엔 분말 형태로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액상 형태로 병에 담아 제공한다. 해조류 등에서 성분을 빼와 혈당지수를 낮추고 필수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을 함유하고 있다.
비슷한 곳으론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랩노쉬가 필수 영양소를 고르게 분말 속에 담은 식사 대용 식품을 내놓기도 했다. 필수 영양소를 85g 분말에 담아 물만 섞으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한 것.
◇ 패티 굽는 로봇·요리하는 3D프린터=3D프린터로 음식물을 출력하려는 시도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우주 식량을 3D프린터로 출력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초콜릿 브랜드 허쉬는 지난 2015년 아예 초콜릿을 출력할 수 있는 3D프린터인 코코젯(CocoJet)을 내놓기도 했다. 팬케이크를 구워주는 3D프린터인 팬케이크봇(PancakeBot)도 나왔다. 3D프린터를 이용한 제품의 장점은 모양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소로보틱스(Miso Robotics)가 개발한 로봇 플리피(Flippy)는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 로봇팔 형태로 생긴 이 로봇을 주방에 설치하면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를 이용해 패티를 비롯해 햄버거용 재료를 인식, 온도 센서를 통해 굽는 상태까지 감지하면서 패티가 적당하게 익으면 뒤집는다. 인공지능을 접목해 패티 뿐 아니라 야채를 자르거나 감자를 튀기는 것 같은 다른 기능도 배울 수 있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요리가 능숙해진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도입한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는 레시피. IBM이 선보인 인공지능 셰프왓슨(Chef Watson)은 1만 개가 넘는 레시피를 알고 있다.
그런가하면 피자계의 아마존을 꿈꾸는 스타트업 줌피자(Zume Pizza)는 로봇으로 피자를 구워 시간당 372판에 이르는 피자를 만든다. 사람을 대신해 로봇을 쓰는 이유는 당연히 빠른 속도를 위해서다. 줌피자의 경우 눈길을 끄는 건 생산에는 로봇을, 배송에는 GPS를 통한 실시간 도로 상황을 통해 배송까지 시간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투여했다는 것이다.
◇ 아마존·우버이츠가 노리는 유통 혁신=줌피자의 예처럼 유통에선 이미 활발한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이다. 아마존 프레시(AmazonFresh)는 아마존이 지난 2007년 시작한 서비스다. 야채나 육류 같은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 등을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것이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한정했던 이 서비스를 2016년 영국 런던, 2017년 일본 도쿄로 확대했다. 물론 이미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중심으로 신선식품이나 일용품 배송 서비스도 등장했지만 아마존드(Amazon’d)라는 말이 상징하듯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려는 그러니까 온라인에서의 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아마존의 기세는 멈출 줄 모른다.
또 다른 공룡 우버이츠(Uber Eats)는 지난 2015년부터 우버가 시작한 음식 배달 서비스. 맛집이나 유명 식당 음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자사 기술과 인프라를 결합해 앱으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실시간으로 배달 예상 시간이나 현재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에도 진출해 현재 서울 지역에만 800개 가량 식당과 협력 중이며 최근에는 야놀자와 손잡고 룸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우버이츠가 공룡은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시장 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으며 요기요 35%, 배달통 14% 순이다. 기술 접목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지난해 간편 결제 기능인 배민페이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네이버와 손잡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15년 두바퀴콜을 인수하고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강화한 바 있다. 요기요 역시 최근 배달 대행 스타트업인 바로고를 인수하는 등 물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바람도 거세다. 국내 모바일 푸드마켓을 표방하는 마켓컬리의 경우 고급 식자재와 신선식품을 선별, 새벽에 배송해준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지난 3년 동안 일 평균 주문 고객은 무려 1,439배, 판매 상품 가짓수도 199배로 늘어나는 등 높은 호응을 이끌고 있다.
앞서 소개한 아마존 역시 아마존 프레시를 통해 24시간 안에 식료품을 신선한 상태로 배송한다. 아마존은 신선식품 시장 강화와 오프라인 진출을 위해 지난해 유기농 식품 마켓인 홀푸드를 인수한 바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배송 시간을 줄여 신선도를 강조하는가 하면 프리미엄 요소를 더하는 등 기존 구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 블록체인 결합 시도…푸드테크 혁신은 현재진행형=최근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있다. 팬텀 컨소시엄은 배달앱 같은 푸드테크 거래와 블록체인을 접목할 계획이다. 판매자가 상품 배송을 한 걸 확인하면 송금을 하는 안전거래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축산물 같은 것이라면 언제 도축이 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유통됐는지 이력 정보까지 추적, 고객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거래 수수료는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이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푸드테크를 둘러싼 기술 혁신은 식재료 자체부터 레시피, 실제 조리는 물론 유통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 접목 뿐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이나 드론 같은 유통 혁신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에서의 경쟁은 ‘맛’이나 ‘신선도’ 같은 기본기에 있었다. 물론 이런 기본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앞서 살펴본 예는 앞으로의 경쟁은 기술을 접목한 기본기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이 글은 한국발명진흥회 웹진에 기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