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에는 철학이 중요하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재피어(Zapier) 공동 창립자가 공동으로 지능을 가진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자에게 최대 50만 달러 이상 상금을 주는 콘테스트를 실시하거나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10년 안에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 리소스 20%를 할당하는 등 AI 시대는 점점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AI 시대에서 과학기술 뿐 아니라 철학도 AI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철학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 런던 철학 교수인 앤서니 그레일링에 따르면 철학은 AI 탄생 이래 계속해서 AI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첫 AI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1956년 로직시어리스트(Logic Theorist)는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버트란드 러셀의 1910년 저서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Principia Mathematica)에서 제시된 명제를 사용해 수학적 정리를 증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는 기호 논리학에서 공리와 추론 규칙으로부터 수학적 진리를 얻는 철학과 수학과 논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책이며 로직시어리스트는 이 책에 있는 52개 정리 중 38개를 증명해 보였다.

그 밖에도 초기 AI가 초점을 맞췄던 로직은 수학자와 철학자의 기초적인 논의에 크게 의존했다고 그레일링 교수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 독일 철학자인 고틀로프 프레게는 수리논리학, 분석철학의 시조라 불리며 AI 로직에도 중요한 현대 논리를 발전시켰다. 또 1930년대 논리학자·철학자인 쿠르트 괴델은 수학 기초론과 컴퓨터 과학에서 중요한 기본 정리인 완전성 정리와 불완전성 정리 연구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AI 개발 역사는 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더 나아가 딥러닝에 기반한 현대 AI에서도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자연스러운 대화문을 생성하는 챗GPT는 수십억에서 수조 개 데이터세트로 훈련되어 언어별 통계적 패턴을 추적하고 활용한다. 이는 20세기 철학자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및 분석철학 생각에 가까우며 20세기 가장 중요한 철학서라 불리는 철학 탐구에는 AI 분석 방법에 관한 중요한 통찰이 포함되어 있다고 그레일링 교수는 지적한다.

또 AI는 의식을 획득할 수 있는가, AI는 처리하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가, 이미지나 문장을 생성하는 AI는 창조적이 될 수 있냐는 의문에 관해서는 과학 범위를 넘어선 문제이며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도 있다. 영국 인지과학자이자 AI 철학 연구도 하는 마거릿 보든은 AI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창조적인 인간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같이 작품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뒤 딥러닝과 논리철학 모두를 사용한 아키텍처만이 AGI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픈AI는 앞으로 10년 안에 AGI가 출현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을 발표했을 때 AI 시대에서의 철학 역할에 대해 질문받아 철학은 AI 개발과 사용이 인간 가치관과 일치하도록 노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시사했다. 그레일링 교수는 AI 조정이 심각한 문제라면 엔지니어나 기술 기업에 의한 기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철학자와 사회과학자, 변호사, 정책 입안자, 일반 시민 사용자 의견도 반영해 사회적인 문제로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I가 철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17세기 독일 철학자인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철학적 및 과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신탁처럼 도출해내는 계산 추론 장치가 등장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AI가 논리를 코드화해 인간 주관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가치 지향적 평가가 가능해지거나 소셜 미디어 정보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우리가 어떻게 의견을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젝트가 있는 등 철학이 AI 발전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AI 진보가 철학자 생각을 크게 바꾸거나 이전에 얻을 수 없었던 답을 제공할 가능성이 고려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