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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기업, 이젠 IPO 경쟁?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이번에는 IPO 경쟁을 벌이고 있다. 9월 들어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싱가프로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 등 2개 이상 기업이 IPO를 통해 주식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상태다.

지난 16개월 동안 최악의 폭락을 거듭하면서 한편에선 ICO 시장이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전통적인 투자 모집 방식인 IPO 쪽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IPO는 주식 시장에서 써온 투자 모집 방식이다. ICO가 토큰 배포를 통해 진행되는 반면 IPO는 투자자에게 기업 주식 보유권이 주어지게 된다는 게 다르다.

기업이 주식을 기관투자자나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이 같은 과정은 ICO 시장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 틀 안에서 이뤄진다. IPO는 미 증권거래위원회 SEC 같은 규제 당국 감독 하에 이뤄지며 1개 이상 투자 은행 인수가 필수적이다. 인수 회사가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SEC와 협상을 통해 고객의 증권 거래소 상장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조달 자금 수수료를 징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뉴욕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주식을 공개한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 주식이 공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것이다. 중요한 건 기업은 이 시점부터 감시기관에 따라 투자자에게 회사의 업무 정보를 계속 공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IPO에 성공하면 더 많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거나 자본을 다양화하고 기업 전반적인 존재감이나 명성을 끌어올리고 더 많은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법적 비용이나 민감한 금융 정보 공개 같은 단점도 존재할 수 있다.

보통 ICO의 경우 투자자는 암호화폐 지불을 인정받는 만큼 얼마간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IPO는 투자자 지불이란 건 법정통화로 한정된다. 물론 하이타임스홀딩스(High Times) 같은 기업은 IPO를 진행할 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결제를 인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통화 투자를 인정한 첫 주식 공개가 될 전망이다. 물론 SEC는 암호화폐를 통한 주식 매입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제3자를 통해 디지털 통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지면 겉으로만 보면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인정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오스(EOS)를 개발 중인 블록원이 실시한 지난 6월 ICO처럼 암호화폐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ICO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에 본사를 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 비트코인그룹은 암호화폐 기업으론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 IPO를 진행했다. 2015년 발기 설명서를 호주증권거래소 ASX에 제출하는 한편 호주 증권투자위원회 ASIC의 조정 연기를 거친 이후 IPO를 통해 590만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물론 ASX는 결국 비트코인그룹 자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곳은 주식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ASX에선 적어도 2개 이상 암호화폐 기업이 성공을 거뒀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Kyckr가 520만 달러를 조달한 이후 201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또 금융기관 결제 정보 거래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이덴티티(Identitii) 역시 1,100만 달러 규모 IPO를 실시한 뒤 올해 8월 상장했다.

영국에선 2015년 12월 블록체인 프로젝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인실리움그룹(Coinsilium Group)은 런던 ISDX에 상장, 기업 공개를 실시했다. 이 기업은 보통주 1,000만 주를 주당 13센트에 2ᅟᅡᆯ행해 총수익 100만 파운드를 조달한 바 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인 아르고 블록체인(Argo Blockchain) PLC 역시 지난 8월 런던 증권 거래소 LSE에 상장, 3,2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는 고객이 비트코인골드와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제트캐시를 채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행 주식은 전체 자본 중 53.2%에 해당하는 1억 5,625만 주 보통주를 주당 21센트에 판매했다.

IPO 경쟁에 참여할 가장 큰 공룡은 비트메인이다. 비트메인은 지난해 이익만 35억 달러를 올린 동시에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지난 6월 보도에 따르면 비트메인은 홍콩처럼 달러 거래가 가능한 주식 시장에서 IPO를 실시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초기 지원자가 투자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맥스가 트위터를 통해 유출된 비트메인 사전 IPO 자료를 소개하면서 비트메인이 사전 IPO로 140억 달러를 조달하려 하며 IPO를 통해 200억 달러를 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물론 비트메인의 IPO 관련 내용은 불확실한 정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규모 면에서 암호화폐 산업에 상당한 파급력이 생길 수 있다.

중국에서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비트코인 채굴 하드웨어 기업인 가나안 크리에이티브(Canaan Creative)와 이방 커뮤니케이션(Ebang Communication) 2곳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IPO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의 목표 금액은 모두 10억 달러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렇게 늘어나는 핀테크 기반 IPO 대응을 위해 지난 8월 블록체인에서 동작하는 HKEx 마켓을 발표했다. 작은 스타트업이 큰 시장에 진입해 규제나 감독 하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 IPO를 통해 자금 지원을 하려는 의도다. 이 시장은 연말까지는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초기 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주식 등기나 송금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에 따라 증권 선물 거래법 하 거래소가 아닌 환경에서 사전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나 다른 활동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이 기업 공개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할 때까지 보육을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캐나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스퀘어 역시 해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1억 2,000만 달러 규모 IPO를 9월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역시 지난 2017년 12월 이후 IPO 실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까지 일체 공개된 건 없다. 다만 암호화폐 관련 기업의 IPO 진입 검토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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