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산하 딥마인드(DeepMind)는 지난 2016년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시작한 바 있다. 먼저 2월 딥마인드 헬스(DeepMind Health)를 통해 로열프리병원(Royal Free Hospital)과 협력해 환자의 급성 신장 손상 상태를 의사와 간호사가 곧바로 판단할 수 있는 모바일앱(Streams) 개발에 나선 바 있고 7월 무어필드안과병원(Moorfields Eye Hospital)과 제휴를 맺고 안과 검사 방법에 혁신을 일으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당시 영국에서만 맹인이나 부분적으로 시력을 잃은 인구만 36만 명이라고 한다. 안과 질병을 규명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건 눈을 스캔하는 방식을 이용했지만 검사 결과 분석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였다.
딥마인드 헬스는 눈 스캔 데이터와 증상, 치료 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임상의가 환자 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질병 진행을 막을 가능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연구는 실명의 원인이 되는 황반변성 같은 질병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 2050년에는 실명자 수가 2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을 통해 눈 질환을 방지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망막증에 걸린 사람은 3억 5,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뇨병 망막증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병이 진행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신경망에 눈 스캔 분석 학습을 시키면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 98%까지 실명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구글이 같은 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상 인식 처리 정밀도가 높아졌고 이를 통해 이 같은 당뇨병에 따른 안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데 전문의를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당뇨병 망막증은 초기에 망막에 경성 백반이 붙는 기미를 나타내며 더 진행되면 망막 혈류가 악화되는 덩어리가 나타나는 등 질병 진행 상태에 따라 망막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안과 전문의가 망막 상태를 보면서 이 같은 발병을 볼 수 있지만 전문의 수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진행이 되다가 실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은 인도와 미국 안과 전문의 54명과 협력해 망막 이미지 12만 8,000장을 이용해 딥러닝을 통해 당뇨병 망막증을 감지하는 시도를 했고 이를 통해 당뇨병 망막증 9,963명을 발견했다. 결과에서 나타난 수치는 안과 전문의 8명보다 높았다고 한다. 물론 당시 구글이 실험한 건 당뇨병 망막증 발견에 국한된 것이고 이미지 인식 정확도 자체를 더 높이고 다른 검사 방법을 결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딥마인드가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 의사와 같은 정밀도로 눈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됐고 몇 년 안에 병원에 도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눈 질병을 진단할 때 많이 이용하는 건 OCT(Optical coherence tomography)라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환자 안저와 혈관을 대상으로 3D 스캔 데이터를 촬영하는 것이다. 10분 정도면 3D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안과 전문의는 이를 바탕으로 안 질환 징후를 발견한다. 딥마인드는 앞서 밝혔듯 무어필즈안과병원과 협력을 진행해 치료 받은 환자 7,500명으로부터 얻은 OCT 데이터 1만 5,000개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또 인간 안과 전문의 진단을 병행해 훈련을 하도록 해 인공지능의 진단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이렇게 훈련시킨 인공지능은 의사 8명과 비교한 결과 94% 이상 일치율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의료계에서도 인공지능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청 FDA는 당뇨병 망막증 진단에 인간 의사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을 허용하고 있다. 딥마인드의 진단 시스템은 인간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인증을 받게 되면 미래에는 50개 이상 안과 질환을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은 어떻게 입력 데이터에서 결과를 도출했는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인간이 아예 판단에서 빠지면 인공지능이 치명적 실수를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딥마인드 측은 이렇게 인간의 손을 떠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치명적 실수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첫째 소프트웨어는 여러 독립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된 일부 알고리즘에 따라 운용한다. 알고리즘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 진단 프로세스를 통해 알고리즘에 오류가 발생해도 다른 알고리즘이 오류를 커버해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은 결과 하나만 출력하는 게 아니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여러 결과를 동시 출력한다. 또 환자 3D 스캔 데이터 중 어디가 진단 이유로 작용했는지 표시를 해준다. 이를 통해 나중에 인간 전문의가 출력 결과를 보고 실수나 오류를 고칠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은 인공지능 시스템은 환자가 질병이 있는지 여부를 진단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고 어떤 환자를 우선 치료할 것인지 결정하는 심사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약을 둬서 인공지능에 인간이 개입할 기회를 제공해 인공지능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의사가 바로잡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이뤄진 OCT 검사만 해도 535만 건이라고 한다. 다만 검사 과정 자체는 긴 시간을 요구하는 만큼 빠른 검사와 판단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사람을 실명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OCT 검사는 인간이 진단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만큼 안과 질환 진단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진단 속도가 향상되고 결국 시력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