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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회수 노린다

지난 1월 미국 코넬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백화현상이 발생하고 산호가 대량으로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달라붙어 병원균이 번식하고 산호가 죽어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은 4년간 미얀마와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 4개국 159곳에 위치한 산호초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산호 중 4%가 질병에 걸릴 확률은 플라스틱이 달라붙으면서 89%까지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물고기 거처로 가능한 복잡한 모양을 한 산호일수록 플라스틱 쓰레기가 달라붙기 쉬워 일반 산호초보다 8배나 질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물론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산호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도 있지만 인도네시아 같은 곳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차고 넘치는 곳도 있는 등 산호에 미치는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상황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산호초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으며 이 지역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최악 10곳 중 8곳이 위치하고 있다. 또 여기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110억 개가 바다에 떠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 조사 결과에는 중국 데이터가 빠진 것이다.

이렇게 산호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플라스틱 조각에 손상된 산호 표면에 플라스틱에 묻은 세균이 침입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발표된 한 연구에선 플라스틱 입자인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바다에 확산되면서 해양 오염이 심화되고 대서양 지역 심해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 73%의 뱃속에 들어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금까지 심해층에 사는 물고기는 마이크로 플라스틱에 영향을 별로 안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해층 물고기 중 4분의 3 위에서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수십 년 동안 환경 오염으로 바다에 축적된 것이다.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인간과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해양 생물에 염증이나 체중 감소 같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생태계에서 육식이 반복되면서 오염도 확산, 마이크로 플라스틱에 화학적 오염물질이 붙어 독이 포식동물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뱃속에 담은 물고기는 궁극적으론 인간이 먹을 신탁 위에 올라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심해층에서 자란 물고기는 참치나 황새치, 돌고래, 물개, 조류 등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다. 수심 200m에서 1,000m에 서식하다가 밤이면 해수면에 올라와 먹이를 먹고 낮에는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런 행동은 지구 물질 순환에는 중요하지만 이 때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삼킬 수 있다.

2016년 연구에선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수에서 자란 치어는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없는 해수에서 자란 치어보다 이동거리나 행동이 극단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이크로 플라스틱 밀도가 높아질수록 치어 성장이 느려진다고 한다.

마이크로 플라스틱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오션 클린업 프로젝트(Ocean Cleanup Project)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하기 위해 출범한 것이다. 태평양에 떠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물 그 중에서도 대형 해양 포유류가 먹이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소화를 못해 죽어버리는 사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미 페트병 등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끝없이 떠도는 거대한 쓰레기 지대가 바다 위에 존재하기도 한다. 오션 클린업 프로젝트는 이 같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 프로젝트는 해상에 띄운 오션 클린업 시스템 Oxx(Ocean Cleanup System 0xx)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개발해 60개까지 늘려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떠도는 8만 8,000톤에 달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회수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1호 격인 오션 클린업 시스템 001을 견인하는 선박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86km 떨어진 해안을 목표로 견인을 시작했다. 2주 예정 실험을 통해 시스템이 물고기와 플랑크톤을 비롯한 해양 생물에 해를 입히지 않고 제대로 동작하는지 엽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오션 클린업 시스템은 외형만 보면 길이 600m짜리 길쭉한 튜브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수면 아래 3m로 치마처럼 처져 있으며 이 부분을 통해 해수면 아래쪽으로 가라앉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남김 없이 잡아챈다. 치마 아래쪽 부분은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해양생물이 이곳에 들어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그 자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파도와 바람, 해류 등에 휩쓸려가면서 바다를 이동한다. 해상에 위치한 구조체 양쪽이 먼저 바람을 타서 시스템은 U자 형태가 된다. 이런 형태를 취하면 쓰레기를 잡아채기도 좋아진다.

시스템에는 카메라와 센서 여러 개를 갖춰 현재 위치를 위성을 통해 계속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스템은 쓰레기 일정량이 모이면 이를 크레인 선박을 통해 회수,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2주간 실험이 잘 진행되면 오션 클린업 시스템 001은 1,600여k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본격 운용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6개월간 모니터링을 위한 인력을 상주시킬 수 있지만 그 다음에는 무인 운행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션 클린업 시스템은 연간 55톤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간 55톤이라고 해도 목표인 8만 8,000톤을 회수하려면 한참이지만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9톤은 상쇄해줄 만한 양은 된다. 이 프로젝트는 나중에는 시스템 60개를 투입해 5년간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 있는 쓰레기 50%를 회수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50년까지는 이런 쓰레기 지대 자체를 태평양에서 없애버리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플라스틱이 대규모로 생산된 시점을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 이후 65년으로 보고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량을 중량 기준으로 산출, 83억 톤을 추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양은 인류가 만든 물질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것이다. 코끼리로 환산하면 1억 마리에 이른다. 플라스틱은 경량이지만 튼튼하다. 이런 이유로 산업 분야에서 두루 사용된다. 하지만 이 중 70%는 짧은 기간만 쓰이다가 폐기된다.

83억 톤 중 절반은 과거 13년간 생산된 것이며 과거 생산된 플라스틱 중 30%만 지금도 계속 사용 중이다. 또 폐기된 플라스틱 중 재활용 처리되는 건 90%. 다만 이 중에서도 12%만 소각되고 79%는 매립 처리된다. 또 지금 추세대로 상황이 진행된다면 오는 2050년에는 120억 톤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은 바이오 플라스틱 등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높아져 채산성이 낮다. 매일 만들어져 재활용과 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은 계산상으로는 아르헨티나 국토를 완전히 뒤덮을 만한 양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비단 바다의 문제가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구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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