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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농장과 미래 먹거리

수직 농장(vertical farm)은 높은 고층 건물을 이용해 수직으로 작물을 성장시키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식량 위기가 우려되면서 몇 년 전부터 주목받는 솔루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첨단 농장은 세계적인 밀 생산에 혁명을 가져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밀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작물이다. 전 세계인이 일상적으로 많은 양을 소비하고 평균 식사 칼로리와 단백질 중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필연적으로 지금 이상으로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는 것.

다만 경작지는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수직으로 쌓는 형태로 농작물을 키우는 수직 농장에 기대를 해볼 수 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0층 수직 농장을 2개 이용해 작물에 최적의 인공조명과 온도, 이산화탄소 수준에 설정된 환경을 재현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제 1헥타르당 연간 1,940톤 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혔다. 현재 밀 수확량은 1헥타르당 연간 평균 3.2톤이다. 이 수치만 보면 수직 농장 연구에 임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이미 9명 중 1명은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 이대로 인구가 증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60% 이상 더 많은 밀 생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현재까지도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따른 환경 변화에 따라 전 세계 작물 수확량은 감소 경향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검증 결과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질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선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이만큼 밀을 재배하는데 어떤 장벽이 있는지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도 존재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명백한 부분도 있다. 이는 엄청난 비용. 기존 농법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외에 인공조명 시스템도 필요하다. 다만 논문 저자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태양으로부터 직접 받는 것보다 30∼50% 광강도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이런 실내 환경에서의 급수 시스템이나 기술도 최적 온도와 공기 질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전력 공급 방법에 따라 환경 영향에도 이어질 수 있다. 이전 조사에선 이런 시스템 전력 공급은 현재의 높은 배출 시스템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태양만큼이나 강한 인공조명을 이용해 작물을 키우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이유는 간단한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논문 저자는 최근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기 비용은 하락하고 조명도 효율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수직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은 현재 농작물 시장 가격과 경제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 또 다른 전문가는 10년 전 계산이지만 1파운드 곡물을 생산하는데 밀이 필요로 하는 빛의 양을 고려하면 미국 내 밀 작물을 모두 실내에서 재배하면 국가 전체 연간 전력량 8배가 소비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명 기술이 더 발전했더라도 지금이라면 미국 내 총 전력 공급량 4∼5배 수준일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논문 저자는 자동화 혁신에 의해 수직 농업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선 물론 농업 노동자의 임금 삭감 문제 등이 반대로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수직 농장이 잘하면 밀 생산 효율성을 수백 배가 뛰어 오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내에서 재배한 밀의 영양, 품질, 발생할 수 있는 질병 등 현재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또 하나는 수직 농장이 잘 되어도 인류의 농업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식생활을 둘러싼 문제는 여러 음식 폐기물 감소, 고기 중심 농업 시스템 탈피, 작물 재배와 토양 개선 등 다른 부분에 대한 체계적 변화도 동시에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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