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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전 세계 5G를 선도하게 된 중요한 기술은?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Huawei)는 5G 네트워크 기기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정보 통신 위험이 있다며 화웨이 배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기업이 5G 핵심 기술을 사용할 기회를 놓치고 결과적으로 화웨이가 이 기술을 획득해 5G 분야에서 약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화웨이 규제에 나서는 이유는 정보 통신 위험 뿐 아니라 5G 네트워크 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조 달러 수익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산주의 그 중에서도 중국은 악으로 간주되어 중국에 수조 달러가 쏠리는 건 수많은 서방국가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

화웨이가 이 정도까지 5G 네트워크 분야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는 건 터키 빌켄트대학 에르달 앙칸(Erdal Arıkan) 교수가 발표한 첨단 통신 방식에 대해 화웨이 연구팀이 재빨리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보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Claude Elwood Shannon)은 1940년대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정보 이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섀넌은 데이터 통신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정정하고 올바른 데이터 전송을 실현하는 오류 정정 부호 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데이터 노이즈를 제거하고 통신 용량 상한치인 채널 용량, 섀넌 한계에 접근하기 위해 터보 부호와 저밀도 패리티 검사 부호 LDPC 등 오류 정정 부호가 구현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LDPC는 퀄컴 5G 네트워크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견고하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한편 섀넌 한계 문제가 알려진 뒤 30년이 지난 1980년대 섀넌 한계 달성을 복표로 한 연구는 시들해졌다. 하지만 터키 출신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정보 이론을 연구한 앙칸은 섀넌 한계 연구에 몰두하고 터키 빌켄트대학에 취직한 이후에도 20년에 걸쳐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양칸 교수는 채널 분극이라는 새로운 공정을 이용해 노이즈가 많은 채널과 노이즈가 적은 채널을 생성해 이론적으로 섀넌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 오류 정정 부호가 있는 폴라 코드(Polar Code)를 개발했다. 앙칸 교수는 발안 후 2년에 걸쳐 이론을 개선하고 2009년 논문을 발표했다.

앙칸 교수는 당초 이 이론이 훌륭한 것으로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구현해도 기존 오류 정정 부호에 필적할 가능성은 낮아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미국 기업인 퀄컴과 씨게이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구현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2012년 화웨이 연구자인 통웬(Wen Tong)이 앙칸의 이론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연락했다. 통웬은 한때 캐나다에 있던 통신기기 제조사 노텔네트웍스 출신 연구원으로 2009년 노텔이 파산한 이후 화웨이에 채용됐다. 통웬은 2009년 폴라 코드에 주목했지만 2012년 우수한 젊은 엔지니어를 폴라 코드 연구에 할당받으면서 다시 폴라 코드 실용화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2013년 화웨이는 5G 연구를 위해 6억 달러 예산을 승인하고 대부분은 폴라 코드 연구에 할당했다고 한다. 이어 화웨이는 이론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고안했고 현재 화웨이는 폴라 코드 관련 특허 중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화웨이가 폴라 코드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다른 경쟁 업체는 몇 년 가량 뒤쳐져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물론 5G 기술 개발에 폴라 코드가 구현되어야 하는데 통신 시스템 표준화 프로젝트인 3GPP는 2016년 5G 네트워크에서 무선 연결 세계 표준 기술인 5G NR에 일부 폴라 코드를 채택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자체 연구를 진행한 폴라 코드 기술을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웨이 제품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폴라 코드를 발명한 앙칸 교수의 공적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하고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앙칸 교수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앙칸 교수는 자신은 아이디어를 홍보할 방법을 모르는 학자였다며 화웨이 연구자의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폴라 코드는 오늘날 5G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5G 기술에 뒤처진 이유에 대해 미국 기업이 5G 네트워크 장비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과 앙칸 교수의 제안을 미국 기업이 거부한 점을 지적한다. 미국이 화웨이 제품 도입을 막으려고 해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남미 국가에선 화웨이 기기 도입을 막기 어렵다. 또 화웨이 이외 기업은 5G 네트워크 장비 개발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화웨이에 많은 기술 라이선스를 취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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