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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M1 칩과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베팅

애플은 11월 11일(현지시간) 첫 맥용 자체 개발 칩인 M1을 선보였다. 성능으로 화제를 모은 M1 칩이지만 M1 칩은 스티브 잡스 마지막 도박이라는 평가를 한다. M1 칩이 애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애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발표에서 M1 칩에 대해 이전 세대 맥용보다 2배 긴 배터리 수명과 최대 3.5배 CPU 성능, 최대 6배 GPU 성능, 최대 15배 기계학습 속도를 실현했다고 밝히고 있다. 애플의 주장을 보면 성능 면에서 과장이 아니냐는 의문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다.

M1 칩은 SoC다. CPU와 GPU, 메모리, 기계학습 등 다양한 기술을 한 칩에 집적회로 하나로 결합했다. 이런 M1 칩은 애플 전 CEO인 스티브 잡스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잡스가 설립한 애플은 1984년 초대 아이폰 출시 23년 전에 초대 매킨토시를 출시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가 전성기를 맞던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조합이 주류였고 맥은 이 시장을 지배할 수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의존 관계였기 때문에 애플은 수치상 성능이 떨어지는 IBM와 모토로라 칩을 맥에 탑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애플은 인텔 칩을 채택헀고 인텔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됐다.

잡스는 자신의 경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애플이 모든 걸 만들고 제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폰을 개발했다. 아이폰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자 경험, 칩까지 잡스가 말하는 위젯 전체를 애플이 개발했다. 애플 A1 칩은 아이폰4와 초대 아이패드에 탑재된 이후 칩은 더 강력해지고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진화했다. A1 칩이 전력을 증가시키지 않고도 성능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애플이 위젯 전체를 제어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칩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오랫동안 애플에서 맥에서만큼은 잡스의 아이디어였던 위젯 전체를 컨트롤하는 걸 실현할 수 없었다. M1 칩이 등장하면서 2011년 잡스가 사망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은 위젯 전체를 컨트롤하는 완전한 실현을 했다는 의미가 생겼다.

M1 칩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칩보다 강력하지만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 다시 말해 한 칩 위에 CPU와 GPU, 이미지 프로세서 신경 엔진에 대한 액세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구성 요소와 DRAM을 탑재했기 때문에 칩 전체가 여러 구성 요소 전반에 곧바로 데이터에 액세스하고 상호 작용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이 구조는 배터리 소모를 줄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구조를 한 M1 칩이 등장하면서 애플은 새로운 도약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또 애플의 경쟁자로 AMD나 인텔 대신 SoC 시리즈로 정평이 난 퀄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양이 실제 작업 수준을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애플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인 조니 스루지(Johny Srouji)는 이 점을 중요한 건 기가헤이츠나 메가헤르츠가 아니라 이를 통해 고객이 뭘 얻느냐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M1 칩이 하이엔드 통합 그래픽 엔진을 구축하고 이를 더 고성능 UMA와 결합해 GPU를 별도 탑재한 시스템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현대 컴퓨터 그래픽은 많은 데이터 이동에 의해 이뤄지며 GPU를 탑재한 컴퓨터는 이런 데이터 이동에 성능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페러리기 부사장은 트랜지스터를 더 이상 실리콘 조각에 탑재하는 건 어렵다면서 하드웨어 한계를 위젯 전체를 컨트롤하는 애플 방법으로 넘어서겠다는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잡스의 위젯 전체를 제어한다는 생각을 이어받으면서 애플은 3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루지 부사장은 애플이 제품과 사용 방법에 완벽하게 맞는 맞춤형 실리콘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칩을 디자인할 때 3∼4년은 걸리지만 크레이그 부사장과 함께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 정의하고 작업한다며 인텔이나 AMD 누구도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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