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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어떻게 1조 달러 기업에 올랐나

아마존이 애플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한화 1,123조 원대) 이상을 달성한 기업명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은 9월 4일(현지시간) 오전 주가가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해 주당 2,050달러 50센트를 기록하면서 마침내 기업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기업이 1조 달러를 넘어선 건 아마존이 2번째다. 앞서 밝혔듯 물론 첫 번째 기업은 지난 8월 3일 1조 달러를 기록한 애플이다.

아마존은 그 뿐 아니라 지난 7월에는 CEO인 제프 베조스가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면서 오랫동안 이 자리를 점했던 빌 게이츠를 압도적인 차이로 2위로 내려앉힌 바 있다.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공개한 억만장자 인덱스에서 제프 베조스는 순자산액 1,500억 달러를 넘겼다. 2위는 빌 게이츠로 953억 달러. 1999년 빌 게이츠의 자산은 1,000억 달러로 지금으로 환산해도 1,490억 달러다. 이렇게 따지면 전성기 빌 게이츠보다 제프 베조스가 더 부자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액수는 포브스가 부자 랭킹을 공개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로 따져도 최대 부자다. 지난 36년간 지구상에서 나온 가장 부자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아마존은 이렇게 이젠 기업명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어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춘 이 기업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책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처음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온라인 통신 판매로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물론 온라인 서점을 연 이후에는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후 아마존은 아마존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에서 파는 제품을 홍보하는 블로그, 웹사이트를 보유한 고객이 마음에 드는 상품을 소개할 때 아마존 상품 페이지 링크를 걸어두기만 하면 제품 매출에 따른 보상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의 지명도가 높아진 이후에는 매출 확대를 하는 데 공헌을 하게 된다.

아마존은 2005년에는 상품 당일 배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담은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시작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확대한다. 같은 해에는 아마존 S3(Amazon Simple Storage Service), 아마존 EC2(Amazon Elastic Compute Cloud) 같은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도 시작한다.

아마존은 유료 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운영 중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온라인 주문을 하면 곧바로 배송해주고 음악 무제한 감상 서비스인 프라임 뮤직, 프라임 비디오, 프라임 포토, 무료 게임을 즐기는 트위치 프라임 같은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의 유료 회원 서비스다.

제프 베조스 CEO는 올해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회원 유지율이 90%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운송 속도와 콘텐츠 2가지에 초점을 맞춰 프라임 회원만을 위한 가치를 제공한다. 물론 아마존에게는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준다. 지난해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위해 50억 개 이상 항목을 출하해 회원 수를 늘렸다.

이 같은 회원 증가는 실적으로 이어진다. 아마존은 올해 호주와 싱가포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을 추가하고 지난해보다 6시간 더 많은 36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프라임데이 행사를 진행, 1억 명이 넘는 프라임 회원이 세일에 참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기간 중 아마존을 통한 매출은 10억 달러에 이른다. 아마존 사상 최고 매출을 올린 것. 판매 개시 12시간 매출을 보면 작년보다 무려 89%나 증가했다고 한다.

다시 얘기로 돌아가면 아마존은 2007년에는 전자책 서비스인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분야도 서비스를 하기 시작한다.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아마존은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아마존은 지난해 기준으로 11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3억 명 이상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월 30억 개 이상 상품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고 e커머스 사이트에선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아마존은 최근 인도 내 매출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웹과 앱에 힌두어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성장 동력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물론 아마존을 설명하는 말이 단순히 판매 하나에만 있는 건 아니다. 아마존은 아마존드라는 신생어를 탄생하게 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다. 먼저 아마존은 2002년부터 AWS(Amazon Web Services)도 진행 중이다. AWS는 비즈니스 클라우드 서비스로 아마존에 엄청난 순이익을 안겨주는 사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마존의 분기별 영업 이익을 보면 온라인 판매는 여전히 적자이거나 겨우 흑자인 경우가 많지만 AWS는 항상 25% 내외 흑자를 유지하는 등 높은 영업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아마존 매출에서도 AWS는 61억 5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세를 보였고 영업이익 역시 16억 4,2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4%나 실적을 끌어올렸다. 아마존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것.

최근에는 미 국방부가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100억 달러짜리 계획인 JEDI(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낙찰자로 아마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유는 JEDI 입찰에 필요한 조건 때문. 클라우드 사업으로 연간 2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어야 하며 데이터센터 사이 거리는 240km 이하여야 한다는 것. 여기까지만 해도 아마존을 비롯한 일부로 경쟁자는 줄어든다. 또 서버는 램 32GB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는데 이는 아마존만 기준을 충족하는 상태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8GB, 구글은 30GB여서 요구 조건을 충족하려면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손을 안대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도 서비스 중이다. 아마존은 NFL 실시간 중계를 하거나 내년부터는 프리미어 리그 방송 중계를 시작하는 등 스포츠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이 자사의 TV용 셋톱박스인 파이어TV(Fire TV) 시리즈에 프라임 회원 요금 가입 필요 없이 광고를 삽입하는 형태로 한 프리 다이브(Free Dive)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전 세계 4,800만 명에 달하는 파이어TV 사용자를 겨냥해 영상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그 뿐 아니라 스마트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Amazon Echo) 시리즈도 선보인 상태다. 내부에는 음성인식 AI 비서 기능인 알렉사(Alexa)가 탑재되어 있다. 아마존 에코 시리즈는 누적 판매 5,000만 대 이상을 넘겼다. 제프 베조스가 지난해 주주에게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수천 만대에 달하는 에코가 판매됐다고 언급되어 있지만 올해 7월 공개한 보도자료에선 타사 단말까지 더하면 알렉사 지원 기기 수는 지난 1년간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는 다른 제조사도 쓸 수 있게 공개한 상태다.

음성 비서 분야에서도 아마존은 발군의 점유율을 갖춰가고 있지만 이 시장이 커지면 음성 쇼핑 분야까지 아마존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기준으로 음성 쇼핑은 2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2년이면 4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알렉사가 2020년까지 음성 쇼핑 분야에서 연간 50억에서 60억 달러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아마존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 뿐 아니라 아마존은 올해 자동차 제조사가 알렉사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알렉사 오토 SDK(Alexa Auto SDK)도 공개한 상태다. 이에 따라 2019년 이후에는 알렉사를 탑재한 알렉사카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알렉사가 아마존이 스마트폰 다음 플랫폼을 지배할 아마존의 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타사가 이용할 수 있도록 AVS(Alexa Voice Service), ASK(Alexa Skill Kit) 등을 정의해 공개하고 있다. 덕분에 알렉사를 통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사 서비스는 이미 5,000개 이상이다. 아마존은 또 알렉사 시뮬레이터(Echosim.io)도 공개하고 있는데 웹에서 마이크로 말을 걸면 알렉사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마존은 모든 웹서비스를 알렉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이 스마트폰 시대를 지배한 터치 인터페이스 이후. 정확하게 말하면 사물인터넷 시대에 주목받을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이다. 알렉사가 운영체제는 아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으면 알렉사가 사물인터넷 등 생활 관련 제품을 지배하는 지배적 허브가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8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 비서 기능인 코타나(Cortana)와 알렉사의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코타나와 알렉사의 상호 연동 기능을 공개하기도 했다.

A sneak peek inside New York City’s first Amazon bookstore from CNBC.

오프라인 영역으로도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137억 달러에 이르는 아마존이 보유한 현금 절반을 들여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했고 아마존북스 매장을 열었다. 아마존은 또 지난 2016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할 필요가 없이 상품을 그대로 갖고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를 공개하는 한편 지난 1월 미국 시애틀에 1호점을 열었다. 일반 계산대를 없앤 대신 고객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전용 앱을 통해 매장에 들어가서 쇼핑을 하면 된다. 매장 내에 위치한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상품을 감지하고 매장에서 나갈 때 자동으로 결제를 하는 방식을 지원하는 첨단 쇼핑이 가능한 매장인 것.

지난 2016년 미국 내 인터넷 쇼핑몰 매출 중 절반 가까이를 이미 아마존이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마존이 몇 년 안에 온라인 쇼핑몰 전체 거래 중 3분의 2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해 모든 거래를 지배하는 인프라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마존의 1조 달러 진입 소식은 구글드로 대변되는 2000년대 초반 IT 시장의 트렌드가 아마존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일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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