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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사이트 광고 대신 가상통화 채굴을?

블로그 형태에 글을 쓰면 스팀코인으로 불리는 가상통화를 지급해주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스팀잇(steemit)이나 블록체인과 저널리즘을 결합한 프로젝트인 시빌(Civil. https://joincivil.com/) 등 요즘 미디어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수익 모델 중 대표적인 건 역시 광고다. 인터넷 매체에선 더더욱 그렇다. 사이트를 열 때 나오는 광고는 수입원 역할을 해 운영을 뒷받침해주는 기본 구조가 된다. 물론 크롬 같은 브라우저의 경우 확장 기능 중 광고 차단을 통해 수입을 막을 수 있기도 하다. 인터넷 매체는 계속 늘어가는 반면 광고 효율을 높이기는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인 것. 그런데 광고를 표시하거나 혹은 가상통화 채굴에 협력하는 것 가운데 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미디어인 살롱(Salon. https://www.salon.com/)이 그 주인공이다. 브라우저에서 광고 차단을 선택한 상태에서 페이지를 열면 메시지가 나온다. 기사를 보려면 광고를 보거나 혹은 PC에서 유휴 CPU 전력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게재, 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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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는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광고를 게재 중이지만 광고를 차단한 독자라면 앞으로 원활한 기사 제작을 할 수 있게 광고 차단을 해제하거나 광고를 안 보려면 PC에 남은 전력을 살롱 측이 쓸 수 있게 해주는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했다. 베타로 도입한 이 기능은 독자에게 광고 수입을 얻을 수 있게 해주거나 가상통화를 채굴할 수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해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살롱 측은 독자에게 미리 PC에 남은 처리 능력 중 몇 퍼센트를 쓸 것이라는 점도 설명한다.

만일 가상통화 채굴을 선택하면 사용자 PC에 자바스크립트가 다운로드되며 곧바로 가상통화인 모네로(Monero) 채굴을 시작한다. 이 방식은 가상통화 채굴 서비스인 코인하이브(CoinHive)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PC 여러 대에서 채굴을 분산 처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 자체가 문제될 건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영미권 사이트를 중심으로 코인하이브를 이용해 사용자 몰래 악성코드를 통해 4,200개에 달하는 웹사이트에서 가상통화 채굴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스웨덴에 위치한 비트토렌트 파일 공유 사이트인 파이러트베이(The Pirate Bay) 역시 살롱과 비슷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물론 파이러트베이 역시 고객의 CPU 파워를 무단 점유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이러트베이의 경우 지난 2017년 무단으로 사용자의 CPU 자원을 가상통화 채굴에 사용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무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광고를 보는 것보다는 이게 더 좋지 않겠냐는 그러니까 광고 수입을 대체할 수단으로 가상통화 채굴의 가능성을 시험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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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트베이는 영화나 음악, 소프트웨어 등 토렌트 파일이나 링크를 배포하는 포털로 월 사용자만 해도 수백만 명에 달한다. 파이러트베이 운영진 측은 사이트에 있는 광고를 없애기 위해 가상통화 채굴 활용을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트 운영에 필수적인 광고가 사용자 경험을 해칠 수도 있으니 광고에서 가상통화 채굴로 전환할 수 있을지 여부를 테스트했다는 것이다. 또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가상통화 채굴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파이러트베이가 이 같은 시도를 하자 포럼에선 무단으로 테스트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일부에선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가상통화 채굴을 하는 건 서비스 대가로 이용자가 CPU 자원을 제공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물론 가장 많은 의견은 무단 사용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살롱의 경우에는 사전에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채굴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시도 자체가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채굴을 할 때에는 CPU 처리 능력 중 상당 부분이 채굴에 할애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파이러트베이의 경우 특정 페이지를 열 때만 CPU 사용률이 크게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파이러트베이 역시 코인하이브를 이용해 모네로를 채굴하는 방식이었는데 일부에서 CPU 사용률이 20∼30% 수준에 올라가거나 탭 여러 개에서 채굴을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물론 이 중 몇 가지는 오류 수정이 가능하지만).

앞서 밝혔듯 가상통화 관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최근 4,200개에 이르는 웹사이트가 해킹 피해를 당한 바 있다. 사이트 방문객도 모르는 사이 채굴에 이용하는 스크립트를 보내고 해커의 가상통화 채굴에 이용당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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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범죄인 크립토재킹(Cryptojacking)이 이뤄지는 것이다. 해커는 장애인에게 사이트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플러그인인 브라우즈얼라우드(BrowseAloud)를 이용했다. 이 플러그인인 눈이 멀었거나 약시인 사람이 웹사이트를 탐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애인을 위한 기능으로 웹사이트 내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해커는 이 플러그인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CPU 자원을 빼앗을 수 있게 코인하이브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통합해 크립토재킹을 했다. 이를 통해 모네로 채굴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늘어가는 크립토재킹 등 해킹 피해도 있지만 웹서비스 입장에서 광고나 혹은 오랫동안 이뤄졌던 유료화(과금) 같은 방식보다 가상통화 채굴을 위해 CPU나 GPU 자원을 사용자가 일부 부담하는 건 훨씬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슈퍼컴퓨터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골렘(golem. https://golem.network/)처럼 사용자가 분산컴퓨팅을 통해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면 보상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일부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살롱처럼 광고를 단순 대체하는 형태보다는 시빌의 예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자와 독자가 직접 뉴스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형태의 마켓 구조가 더 이상적일 수는 있겠다. 위키피디아를 설립한 지미 웨일스가 만든 위키트리뷴과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지만 위키트리뷴의 경우 특별한 구조보다는 막연하게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것이었다면 시빌은 블록체인을 통한 기본 골격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블록체인, 가상통화를 결합한 미디어 구조나 수익 모델의 새로운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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