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개발된 백신 중 가장 빠르게 완성된 건 1960년대 개발된 유행성 이하선염 백신으로 개발 기간은 4년이었다. 따라서 코로나19(SARS-CoV-2) 백신이 완성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2020년 11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SE(BioNTech SE)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BNT162b2이 3상에서 90% 이상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냈다. 그 뿐 아니라 같은 해 12월 14일에는 미국식품의약국 FDA에서 첫 사용 허가를 취득하기에 이르렀다. 기존 백신 개발보다 훨씬 짧은 1년 미만이라는 기간 중 완성까지 도달한 코로나19 백신은 왜 그렇게 개발이 빠르게 진행됐을까.
하버드의대 바이러스학·백신연구센터 CVVR 소장을 맡고 있는 댄 바라우치(Dan barouch)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이 미래를 크게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위는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빠진 가운데 연구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할 경우 백신 개발을 얼마나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 백신 개발에 있어 새로운 기법인 mRNA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검증된 것으로 이런 새로운 수법이 안전성 저하 없이 개발 프로세스를 크게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진행된 이유는 새로운 개발 기법 도입 외에도 기업이 여러 시험을 동시에 실시하는 게 가능한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는 동시에 규제 당국이 평소보다 빠르게 자극 관련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코로나19 백신 외에 다른 백신 개발에도 도입되면 앞으로 더 빠르게 모든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보장이 꼭 된다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빠른 백신 개발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 예산 같은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사회적 정치적 긴급성이 생길 필요가 있다는 것. 또 SARS-CoV-2처럼 비교적 천천히 변화하고 많은 과학자가 연구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빠른 백신 개발이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원래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연구는 2020년 1월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 SARS와 중동 호흡기 증후군 MERS 등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존재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은 코로나19 등장 전부터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한몫하고 있다.
또 DNA와 RNA 길이에 따라 핵산 백신 개발에 20년 이상 종사해왔다는 예일대학 의대 면역학자인 이와사키 아키코는 BNT162b2 같은 mRNA 백신은 지난 10∼15년에 해당하는 DNA와 RNA 백신 기초 연구 혜택을 받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는 DNA와 RNA 백신 관련 기술이 성숙기가 됐을 때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났다면서 만일 5년 전이었다면 RNA 백신 관련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준비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 밖에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증연구소 NIAID 연구자는 메르스와 사스 관련 연구에서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 세포와 결합하기 전에 안정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RNA 배열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NIAID 백신 연구 종사자인 바니 그레이엄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 세포와 결합하기 전에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더 나은 백신 항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NIAID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모더나와 협력해 백신 개발을 하고 있으며 NIAID 연구 결과에 의해 백신 개발은 순조롭게 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세스가 정말 가속됐으며 선행 연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SARS-CoV-2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HIV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와 달리 비교적 변이가 늦은 인간 면역 체계를 무효화하는 효과도 갖고 있지 않다. 이와 대조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회피 능력이 높고 항체 결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포진에 효과적인 약제를 찾아내는 건 상당히 어렵다. 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빠르게 변이하기 때문에 계절마다 다른 백신 제제가 필요하다. 이런 특성이 SARS-CoV-2에는 없던 점도 백신 개발 가속화에 기여한 건 분명하다.
또 백신 개발에 큰 병목은 자금인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경우 거액이 쏟아졌고 개발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제약사 GSK 백신 부문 수석 과학자를 역임한 리노 라푸올리(Rino Rappuoli)는 공공기관과 민간자선단체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면서 임상시험에서 여러 단계를 동시 진행할 수 있고 이는 백신 개발을 가속화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프리카를 괴멸시킨 에볼라에도 이런 백신 개발 자금을 통한 대규모 원조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에볼라 백신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경제 위기를 일으켜 많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말라리아 등 기존 감염을 위한 백신 개발은 그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경제를 끌어들여 세계적 유행병을 일으킨 코로나19이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많은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베일러의과대학 바이러스 학자인 피터 호테즈(Peter Hotez)는 코로나19를 막고 싶다는 생각 뿐 아니라 정부기관의 윤택한 자금이 제약사 백신 개발 동기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에볼라와 사스 등 감염이 확대되면서 감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던 점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02년 사스가 코로나19처럼 유행했다면 백신 개발 기술은 현재만큼 발전하지 않았고 감염 대응 인프라도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19보다 훨씬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감염증 대책 인프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전염병대비혁신연합 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다. CEPI는 2017년 발족한 단체로 목적은 메르스나 에볼라 등 유행 가능성이 있는 감염에 대한 백신을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CEPI는 모더나와 옥스퍼드대학 연구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는 여럿이지만 SARS-CoV-2처럼 여러 요인이 겹쳐 빠른 개발이 가능하게 될 수 있었다. 따라서 미래 위기에 대비해 바이러스에 대해 더 깊이 알 필요가 있다. 기초 과학을 바탕으로 한 견고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미래 감염 대책과 백신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