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반도체 노광기의 지배자…ASML은 어떤 기업?

반도체를 주문해 납품할 때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이 20주 이상 걸리는 등 반도체 부족이 악화되고 있다.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대당 1,600억 이상 값비싼 제조 장치인 EUV가 필요하지만 EUV 장비 공급은 ASML이라는 시가총액 300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네덜란드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ASML은 어떤 기업일까.

ASML 주요 제품은 고급 광학 기술을 이용해 작은 회로를 실리콘 웨이퍼에 인쇄하는 극단자외선 리소그래피 EUV 장비다. EUV 장비 생산 대수는 연간 50대 정도이며 ASML이 해당 기술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ASML 주요 고객은 인텔이나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기업으로 무어의 법칙에 따라 컴퓨팅이 계속 발전하면서 EUV가 필요하다. ASML은 2020년 160억 달러어치를 판매했다.

ASML은 1984년 필립스와 ASM인터내셔널 합작 회사로 설립됐다. 첫 제품은 실리콘 설계를 투영하는 반도체 노광기 PA2000 스테퍼였다. 하지만 반도체 노광기는 일본 경쟁 업체인 니콘과 캐논에 뒤지고 있었다. 1990년 ASML은 모기업과 자본 관계를 해소하고 독립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ASML이 처음 히트를 시킨 제품은 1991년 등장했다. 이 기세를 몰아 ASML은 1995년 상장한다. 상장 이후 다수 미국 리소그래피 기업을 인수해 1990년대 말에는 니콘과 캐논과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ASML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큰 베팅을 한다.

첫 베팅으로 ASML은 2006년 액침 노광(immersion lithography)을 이용한 트윈스캔(TWINSCAN) 시스템을 개발했다. 액침 노광은 물을 렌즈로 이용해 레이저 파장을 단축하고 칩 회로를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트윈스캔은 ASML이 내놓은 첫 고급 제품이었다.

2000년대 중반 ASML은 EUV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EUV 리소그래피를 이용하려면 삼성전자나 인텔, TSMC가 공장을 완전히 재설계, 재구축하 필요가 있기 때문에 EUV 기술에 대한 투자는 큰 위험이었다. ASML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50억 달러를 EUV 기술 연구에 투자했다.

EUV 기술에 필요한 과학이 확립된 건 1980년대로 미국에너지부와 AMD, IBM, 인텔 등 기업에 의한 미국 주도 노력 덕이다. 그리고 ASML이 1999년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캐논은 재정적 문제에 EUV를 추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니콘은 기존 기술을 세련되게 다듬는 선택을 했다.

EUV 가능성은 매우 컸기 때문에 인텔과 삼성전자, TSMC 같은 기업은 공동으로 ASML 지분 23%를 인수했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인텔은 250억 유로로 15%를 받았다. 이 때 획득한 주식 대부분은 이미 팔았다. 첫 상용 EUV 제품은 2016년 출시됐다.

ASML은 1,000억 원 이상 상품을 취급하는 항공사 보잉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 공장 기계와 일본 화학, 독일 렌즈 등 4,750개 글로벌 고부가가치 부품 공급업체 통합을 하고 있다.

ASML이 EUV를 연간 50대 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데에는 먼저 공급을 조정하는 게 곤란하고 장치마다 사용자 정의 가능하며 30개 이상 변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자이즈렌즈 같은 특수 부품 생산에 40주 가량 리드타임이 길다는 점 등이 이유라고 한다.

납품도 EUV 개별 무게가 180톤이고 분해된 EUV는 컨테이너 40개를 이용한다는 것, 운송에는 트럭 20대와 보잉 747 3대가 필요하다는 점과 ASML 팀이 관리를 위해 현장에 있어야 하고 EUV를 수용하려면 최소 10억 달러가 필요하다.

2021년 시점에서 ASML은 EUV와 딥UV 반도체 리소그래피 분야에서 9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선 매년 1,200억 달러 이상 설비 투자가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도 자동차 등 주요 부문 성장과 더 EUV를 필요로 하는 5nm 제조공정 전환 등 EUV 순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EUV 장비 자체 판매는 느리지만 ASML 사업은 시스템 유지 보수와 마이그레이션 업그레이드를 유지한다. ASML 기계는 20년 수명 중 서비스 기반 매출이 장비 가격 50%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칩은 데이터센터와 AI, 자동차, 광업 등 모든 분야에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는 21세기 원유라고 할 수 있다. EUV 라이선스 기술을 네덜란드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건 미국에 금지될 만큼 기술 냉전이 과열되면서 300조 기업으로 성장한 ASML의 이름을 들을 기회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