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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신체 기능 외 정신 쇠약 가능성”

암이 진행되면 신체적 통증과 기능 저하가 발생할 뿐 아니라 많은 환자가 이전에 즐기던 활동에 대한 관심을 잃고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2025년 4월 발표된 논문에서는 암이 단순히 신체를 쇠약하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의식을 제어하는 특정 뇌 회로를 장악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말기 암환자가 활동에 무기력해지는 경향은 신체 쇠약에 대한 불가피한 심리적 반응이라고 생각해왔다. 암이 진행되면 카헥시아라고 불리는 영양학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 빠지게 되며 환자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어려운 치료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치료가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신경학과의 아담 케펙스 등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카헥시아는 도파민 신호를 억제하는 뇌간에서 기저핵으로의 회로에 작용해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는 암성 카헥시아 쥐 모델에 신경과학 도구를 사용해 쥐 뇌 활동이 질병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자는 뇌 염증을 감지하는 기관으로 기능하는 최후야(area postrema)라 불리는 작은 뇌 영역을 특정했다.

실험에서 쥐는 먹이가 들어있는 상자에 코를 넣어 먹이를 얻는 첫 번째 과제와 물을 얻을 수 있는 상자가 좌우에 배치된 다리를 반복적으로 건너 좌우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는 2번째 과제를 학습했다. 두 과제 모두 먹이나 물을 반복적으로 얻을수록 필요한 활동 수가 많아진다. 예를 들어 물을 얻기 위한 다리에서는 마시는 동안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 반대편 물을 획득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의 양이 줄어들어 더 빠르고 반복적으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암성 카헥시아가 증가함에 따라 쥐는 여전히 먹이와 물 보상을 추구했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과제만 수행하고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추가 보상 과제는 곧 포기했다. 동시에 도파민 수준이 실시간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신체에 종양이 증식하면 염증을 유발하는 분자인 사이토카인이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최후야가 염증 분자의 증가를 감지하면 여러 뇌 영역에 걸친 신경 전달이 일어나고 결국 뇌 동기부여 중추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에서의 도파민 방출이 억제된다. 도파민은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의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신경학적 작용해 종양 증식이 의욕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암성 카헥시아가 동기부여를 저하시키는 작용이 밝혀졌을 뿐 아니라, 저하된 의욕을 회복시키는 방법도 발견된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암 자체는 계속 진행되더라도 최후야 염증 감지 뉴런을 차단하거나 뉴런을 직접 자극해 도파민을 방출시켜 쥐의 정상적인 의욕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염증을 유발하는 분자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약물을 쥐에게 투여했을 때 최후야가 측좌핵에 도파민 억제를 일으키는 작용도 억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쥐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인간에 대한 치료에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암에만 국한되지 않고 훨씬 더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암에서 의욕 상실을 일으키는 염증성 분자는 다른 많은 질병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이 뇌 회로는 다양한 만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수백만 명이 경험하는 무기력 상태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발견을 인간에 대한 치료법으로 응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발견은 유망한 치료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연구 의의에 대해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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