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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아키텍처는 어떻게 탄생했나

ARM CPU 아키텍처는 많은 스마트폰용 CPU에 채택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애플이 디자인한 M1 칩,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칩에도 쓰인다. 그 뿐 아니라 ARM 기반 C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능을 기록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ARM 구조는 어떻게 개발되어 전 세계 기기에 사용되게 됐을까.

ARM을 개발하는 ARM홀딩스 전신 기업인 에이콘컴퓨터(Acorn Computer)는 1978년 케임브리지를 거점으로 설립됐다. 당시 이 기업은 애플II와 아타리 2600에 탑재된 MOS 6502를 기반으로 한 가정용 컴퓨터인 에이콘 아톰(Acorn Atom)을 개발했다.

1980년대가 되자 BBC 컴퓨터 리터러시 프로젝트(BBC Computer Literacy Project)라고 불리는 국민에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을 알리는 프로젝트가 영국에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컴퓨터 개념과 베이식 프로그래밍 기초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인 컴퓨터 프로그램(The Computer Programme)이 1982년 방송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베이식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해 그래픽과 음성에 대한 처리를 할 기계가 필요했지만 당시 시장에는 BBC 요구 사양을 충족하는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BBC는 에이콘컴퓨터에 프로그램에 필요한 사양을 충족하는 컴퓨터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한다.

BBC 요청을 받은 에이콘컴퓨터는 MOS 6502를 이용한 교육용 컴퓨터인 BBC 마이크로(BBC Micro)를 개발한다. BBC마이크로는 당시로는 상당한 고성능 컴퓨터로 영국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1980년대 영국 국내 교육용 컴퓨터 점유율을 독점했다.

BBC마이크로가 개발된 1980년대는 1981년 IBM이 IMB PC를 출시하고 1983년에는 애플이 리사를 내놓는 등 컴퓨터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에이콘컴퓨터는 이 기계와 경쟁하려면 MOS 6502보다 고성능 CPU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고성능 CPU를 개발하기 위해 인텔에 인텔 80286을 기반으로 개발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인텔은 이 요청을 무시한다.

인텔 협력을 얻지 못한 에이콘컴퓨터는 자체 CPU 설계를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에이콘컴퓨터는 RISC 기반 CPU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MOS 6502 디자인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RISC 기반 아키텍처인 ARM(Acorn Risc Machine)을 개발한다. 이 ARM 아키텍처를 채택한 클록 주파수 8MHz, 트랜지스터 수 2만 7,000개인 ARM2를 탑재하고 1987년 내놓은 개인용 컴퓨터가 에이콘 아르키메데스(Acorn Archimedes)는 인텔 80286을 탑재한 컴퓨터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줬다. 인텔 입장에서 보면 인텔 80286을 요청한 에이콘 측 요청을 무시한 건 큰 실수였던 셈이다.

ARM은 타사 CPU보다 저전력, 저발열로 작동하기 때문에 당시 애플 뉴튼(Apple Newton)을 개발하던 애플의 눈에 띄었고 에이콘은 애플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에이콘은 ARM 부문을 분사아호 이후 ARM홀딩스가 되는 어드밴스드RISC머신스(Advanced RISC Machines)를 설립한다. 애플 뉴튼온 성공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2001년 출시된 아이팟과 2004년 출시된 닌텐도DS 같은 저전력, 저발열 CPU를 필요로 하는 모바일 단말 대부분이 ARM을 채택했다.

이런 ARM은 2007년 출시된 초대 아이폰에도 채택됐고 지금도 대다수 스마트폰 프로세서에 채택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무려 1,300억 개 이상 장치에서 실행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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