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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진료에도 디지털 트윈 활용한다

듀크 대학에서 생물의학 부교수로 재직 중인 아만다 랜들스 교수는 컴퓨터상에 인간 클론인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환자 관상동맥과 적혈구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해 정확한 의료 예측을 수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랜들스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 환자 혈류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구축했으며 이 모델은 이미 의사가 비침습적 방법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당시 10대였던 랜들스 교수는 이미 코딩과 생물학을 융합한 경력을 꿈꾸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듀크 대학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 후 IBM에서 3년간 근무하며 동사 슈퍼컴퓨터인 블루진(Blue Gene) 개발에 참여했다. IBM을 퇴사한 뒤 랜들스 교수는 하버드 대학에서 응용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재학 중 하비(Harvey)라고 불리는 혈액 순환 모델을 구축했다. 하버드 대학 졸업 후, 랜들스 교수는 듀크 대학에 취직해 디지털 트윈을 의료에 응용하는 연구실을 설립했다. 2024년 4월 랜들스 교수는 연구 성과로 컴퓨터 과학 분야 국제 학회(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컴퓨팅 부문상을 수상하고 25만 달러 상금을 획득했다.

랜들스 교수가 개발 중인 혈액 순환 모델은 환자 혈관 3D 이미지를 촬영하고 예상되는 유체역학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이 혈액 순환 모델을 이용하는 의사는 환자 맥박이나 혈압 등 일반적인 측정값 뿐 아니라 혈관 내 혈액 행동 예측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혈액 순환 모델을 사용해 의사는 심장병과 관련된 혈류 와류나 혈관벽이 느끼는 응력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10년 전까지 랜들스 교수 혈액 순환 모델은 30회 심박동 혈류만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지만 2024년 시점에서는 70만 회 이상 심박동 그러니까 1주일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됐다. 또 혈액 순환 모델에서는 처방된 약을 복용한 환자 혈류를 시뮬레이션하거나 혈류 개선을 위해 스텐트를 추가한 경우의 혈류를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가능하다.

랜들스 교수에 따르면 혈액 순환 모델 가능성을 깨달은 계기는 2010년에 발표한 심박 중 관상동맥 전체를 세포 수준에서 포착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라고 한다. 이 논문은 랜들스 교수가 개발 중인 혈액 순환 모델 하비의 전신인 머피(MUPHY)를 사용해 작성한 논문인 것으로 보인다. 머피는 전신 혈류를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비를 만들 필요에 직면했다고 랜들스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비가 환자 측정값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실증됐다. 표준적인 진단 방법의 경우 동맥에 가이드와이어를 직접 삽입해 협착 전후 압력을 측정해 혈류예비량비가 산출된다. 하지만 랜들스 교수는 하비를 이용하면 비침습적이면서 정확하게 이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랜들스 교수 등이 개발하는 혈액 순환 모델에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건 방대한 데이터량이다. 하비에서는 최대 5억 8,000만 개 적혈구를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한 모델당 데이터 크기가 0.5TB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심박마다 방대한 계산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컴퓨팅 자원을 갖추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따라서 랜들스 교수 등 연구팀은 기계 학습을 이용해 컴퓨팅 부하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환자별 혈류 시뮬레이션용 모델을 단시간에 훈련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 기술은 기존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도구가 훈련에 24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단 10분 만에 훈련을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에 진찰을 위해 방문했을 때 실시간으로 모델을 만들어 진찰에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훈련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연구팀은 기계 학습과 더 작은 물리 기반 모델을 결합하고 있다. 실시간 예측을 제공하기 위해 각 환자 훈련에서 시뮬레이션해야 할 외과적 치료 옵션 수를 계산한다. 기계 학습 훈련에 3D 모델을 이용하는 대신 1차원 모델을 사용해 데이터량을 줄이고 훈련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디지털 트윈을 의료에 응용하는 한계에 대해 랜들스 교수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단지 과제가 많을 뿐이라면서 신경계나 림프계 등 연결할 수 있는 게 많으며 다양한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통합하고 싶지만 피드백 루프로 서로 통신하게 하는 건 복잡하다면서 하지만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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