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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금지하는 지오블로킹 둘러싼 논란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는 특정 지역에서만 구매할 수 있거나 어떤 지역에서 구매한 걸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거나 언어 외에는 같은 서비스인데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른 등 지오블로킹(Geo-Blocking)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다. 유럽연합(EU)는 2018년부터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종류 지오블로킹을 규제하고 있지만 영화와 스포츠, 음악 업계가 지오블로킹 규제에 반대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EU는 지오블로킹에 대해 온라인 쇼핑이나 국경을 넘는 콘텐츠 판매를 방해하는 부당한 지역 차단이라고 표현하며 부당한 지오블로킹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EU가 규제하는 지오블로킹의 예를 보면 먼저 다른 국가로의 물리적 배송을 제한하는 경우. 벨기에 고객이 독일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고 자택으로 배송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전자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 차이. 불가리아 사용자가 스페인 기업의 웹사이트 호스팅 서비스를 구매하려 할 때 스페인 사용자와 비교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다음은 특정 물리적 장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적을 제한하는 경우. 이탈리아인 가족이 프랑스 테마파크를 방문해 입장권 가족 할인을 이용하려 했지만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할인을 거부당하는 경우다.

2021년에는 PC 게임 판매 플랫폼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밸브(Valve)와 반다이남코, 캡콤을 포함한 게임 퍼블리셔 5개사에 대해 유럽경제지역(EEA) 내 지오블로킹 규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80만 유로 벌금이 부과됐다. 의견서에서 유럽위원회(EC)는 밸브에 대해 스팀에서 게임을 실행하기 위한 활성화 키 유효화에 지리적 제한을 설정하고 사용자 지리적 위치를 바탕으로 게임 플레이를 지오블로킹했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 퍼블리셔에 대해서는 밸브에 활성화 키의 유효화에 지리적 제한을 두도록 요구한 뒤 활성화 키 판매 및 배포를 EU 회원국 내 유통업자에게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EU 지오블로킹 규제에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나 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포함되지 않지만 규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업계 단체인 모션 픽처어소시에이션(MPA) EMEA 지부는 지역적 독점권이 업계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오블로킹 규제에서 계속 제외되도록 요청했다.

MPA에 따르면 영상 콘텐츠에 대한 지리적 제한은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한 시청각 작품 개발, 자금 조달, 제작, 마케팅, 배포 기반이 된다고 한다. 지오블로킹이 있어 기업은 소비자 구매력에 따라 제품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MPA는 지오블로킹을 규제하면 영상 콘텐츠 가치가 하락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지오블로킹 규제를 영상 콘텐츠로 확대하면 콘텐츠 개발, 자금 조달, 배포 기회, 그리고 유럽에서의 미래 영화 및 오디오비주얼 콘텐츠에 대한 투자 회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격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국가별로 스포츠 인기가 다르기 때문에 방영권 가치도 지역 차이가 크게 반영된다. 따라서 국가별로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차이가 생기는 걸 피할 수 없다. 시청각 저작권 침해 방지 동맹(AAPA)은 콘텐츠에 관해 지역별로 수요가 다르며 가격 설정은 그런 수요를 반영한다며 지역별로 인기 수준이 다른 콘텐츠에 대해 EU 전체에서 같은 가격을 설정하면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지오블로킹을 규제하면 유럽 스포츠 팬 1억 명이 요금 인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역별 가격 설정 유연성이 상실되어 저소득 지역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업계는 영상 콘텐츠에 비해 지오블로킹 사례가 드물지만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 구독은 소비자 구매력을 고려해 국가별로 가격이 다르다. 영국 기반 음악 업계 단체인 IFPI는 EU 협 제출 서류에서 라이선스된 음악을 듣고 싶지만 지오블로킹 규제로 인해 통일된 고액 요금을 지불할 수 없는 소비자 다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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