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피디아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전 세계 자원봉사 편집자에 의해 매일 방대한 항목이 편집되고 있지만 일부 편집자가 특정 정치적 사상에 편향된 기술을 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여 편집전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관한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편집자 간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위키피디아에서의 논쟁에 대해 판정을 내리는 판정위원회는 2025년 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관한 위키피디아 항목에서 다중 계정에 의한 편집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판정위원회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주제에서는 메인스페이스 편집 7%가 알려진 다중 계정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4년에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지구 중앙부에 위치한 누이세라트 난민 캠프에서 벌어진 전투에 대해 2가지 다른 내용이 기재된 위키피디아 글이 작성되어 각각 동시에 공개된 상태가 6개월간 지속됐다. 2024년 6월 일어난 누이세라트 난민 캠프에서의 전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 총격전을 벌임과 동시에 공습을 실시해 인질 4명을 구출했다. 반면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 작전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27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편집전은 최근에 시작된 게 아니다. 일부는 위키피디아 기술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해 왔다. 엑스 소유주이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위키피디아 예산 1억 7,7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 이상이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에 쓰이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는 엑스 게시물을 인용하며 편집 권한 균형이 회복될 때까지 워크피디아(Wokepedia)에 기부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영리단체인 위키피디아에서 벌어지는 편집전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타협이 선동적 수사와 독선으로 대체된 오늘날 사회에서 소용돌이치는 불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중립적인 내용을 공정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위키피디아 측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졌으며 다른 언론 기관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방문하는 웹사이트 중 하나이며 또 최근 생성 AI 트레이닝이나 데이터 소스로도 사용되고 있어 중립성이 손상되는 영향은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관한 영어판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누적 980만 회 이상 조회됐으며 하루 평균 조회 수는 2만 1,000건을 넘는다.
일련의 문제에 대해 위키피디아 공동 창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동을 둘러싼 위키피디아 상 대립은 일상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위키피디아 홍보 담당자도 위키피디아 편집 과정과 콘텐츠 관리 시스템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히 유대인과 연결이 강한 그룹이나 미디어 사이에서 위키피디아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2024년 3월 열린 세계유대인회의에서는 영어판 위키피디아 항목에는 반이스라엘적 편향이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또 이스라엘과 전 세계 유대인을 다루는 유대뉴스신디케이트는 2024년 11월 위키피디아의 반이스라엘 프로파간다는 객관성을 조롱하고 신뢰성을 파괴한다는 제목을 내건 글을 발표해 위키피디아는 이스라엘을 중상하고 불법화하기 위해 활동하는 집단에 점령당했다고 비난했다.
또 2025년 1월에는 유대계 보도기관(Forward)이 미국 보수계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반유대주의적 위키피디아 편집자를 식별하고 표적으로 삼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익명이어야 할 위키피디아 편집자 신원을 밝히는 걸 의미하며, 웨일스도 이 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또 다른 공동 창립자인 래리 생거는 위키피디아가 좌파적 성향이 너무 강하다고 이전부터 비판해 왔으며 헤리티지재단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1월에는 위키피디아 편집자 11명이 비중립적인 편집을 했다, 무례한 행동이 보였다, 위키피디아 외부에서 자의적인 편집을 승인하기 위한 팀을 만들려고 조정했다는 등 이유로 판정위원회에 의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페이지의 편집이 금지됐다. 이 중 1명은 이중 계정으로 인해 위키피디아에서 무기한 추방됐다고 하며 이들 편집자 중 3명은 친이스라엘 입장, 7명은 친팔레스타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또 2024년 초에는 친이스라엘 캠페인에 관여한 위키피디아 편집자 3명이 판정위원회 조사를 받아 위키피디아에서 추방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 편집자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 활동을 시작해 다른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쟁 관련 페이지 수정을 지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10월 16일에는 3명 중 1명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이스라엘에 의한 학살이라고 부른 글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중동 문제에 초점을 맞춘 위키피디아 편집자와 관리자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분쟁이 전례 없는 내부적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 편집자는 위키피디아 상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억제하고 중립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글에 나타나는 신입 편집자 대부분은 정확성이나 중립성이라는 위키피디아 기본 원칙을 지키는 데 관심이 없다고 한다.
비슷한 문제는 이란 관련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2024년 1월에는 이란을 부정적으로 기술한 내용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편집자 5명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편집자 5명은 반정부 시위 사진이나 기술을 삭제하고 누군가가 감시 하에 있을 때는 다른 편집자가 작업을 대신하는 등 서로 백업하며 편집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판정위원회 멤버는 2024년 8월 게시한 글에서 판정위원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글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며 이 매듭을 풀 힘이 부족하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