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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업이 정부 역할을 침해하는 방법

스탠포드 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정책 연구원인 마리트예 샤케(Marietje Schaake)는 기술 기업이 정부 역할을 침해하고 그 과정에서 민주적 법치주의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담당하는 기능을 민간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맡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디지털 영역에서 기업 정보 관리, 제한 없는 행동력, 그리고 행동하는 권력이 정부의 그것을 거의 상회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 정보부문에서는 NSO그룹 같은 기업이 페가수스(Pegasus) 같은 스파이웨어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금력만 있다면 누구든 정보기관과 같은 능력을 갖고 정적이나 판사, 언론인, 비판적인 직원, 경쟁사 등 극히 사적인 정보를 해킹할 수 있게 됐다.

또 공격적인 사이버 능력에 대해 대형 기술 기업 뿐 아니라 소규모 기업도 방어를 위한 공격이라는 명목으로 국경을 넘어 해킹을 하거나 그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예로 NSO그룹과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클리어뷰(Clearview), 선거 기술을 제조하는 기업,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스타링크(Starlink) 제공과 관련된 일론 머스크의 판단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사이버 능력과 해킹 기술은 과거에는 국가가 독점했지만 현대에는 민간 기업 손으로 이전되고 있다며 법치주의가 기능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견제와 균형이 수반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지상부대 투입을 원하지 않는 자세를 명확히 보이고 있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공격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모순은 디지털 세계가 법적으로 그레이존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기업이 통치, 민주주의, 국제법에 대해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인식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법적 명확성과 설명 책임 메커니즘, 투명성을 디지털 세계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기술 기업에 외주를 줄 때의 설명책임 확대와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에 관한 투명성 향상 등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기술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에너지와 물 사용량에 관한 보고 의무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아마존과 구글 등 대기업 입찰에서 국방부와 기업 간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등 투명성 결여가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사건이 마치 먼 곳 일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경시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의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에 관한 프로파간다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습격 사건 등 멀리서 일어났다고 생각되던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결과적으로 미국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적 시민으로서의 행동에 대해 개인 기술 이용 선택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기술 기업이 제공하는 편리한 디지털 도구가 실은 국내외 정치와 자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시민이 이해하고 독립적인 감독과 대항력 필요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커뮤니티에선 정부 지리적 통치 모델이 인터넷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게시물도 있다. 댓글을 단 사용자는 예를 들어 코카콜라가 독일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싶은 경우 독일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사람이 필요하고 또 독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기술 기업은 다르며 독일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도 독일이라는 국가가 있고 독일 법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독일 국민 대다수 데이터와 소통하는 제품을 인터넷상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고속으로 저가 위성 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은 모든 사람을 연결해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가능하게 하지만 자유로운 정보 유통으로 인해 사람은 신뢰를 잃었다. 모두 언론 자유를 원하지만 사람은 말을 사용해 타인을 속이거나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요한다. 이를 막는 규칙을 만들 수는 없으며 사람은 언제나 규칙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서로를 신뢰하는 건 인간 본능이지만 인터넷상에서는 거짓말이 급속히 퍼지고 여러 번 속은 결과 사람은 타인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인터넷 군중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냐는 의견도 게시되어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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