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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넘어 로봇 산업 내 우위 확보 요인은?

최근에는 레스토랑에서 고양이형 서빙 로봇이 사용되는 등 로보틱스 산업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휴머노이드형 로봇인 아틀라스나 상용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 미국이 로보틱스 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중국이 로보틱스 기술과 제조업에서 급속히 지위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분석기업인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에 따르면 중국 내 로봇 국산화 노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 국내 로보틱스 산업에서 중국 제조업체 점유율은 2020년 30%였지만 올해 3월에는 50%에 도달했다고 한다. 또 일부 중국 제조업체는 서방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로우엔드 로봇 시장을 떠나 최근에는 보다 고가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로봇 개발 제조업체인 유니트리(Unitree)가 개발한 유니트리 G1으로 세미애널리시스는 미국 부품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로보틱스 산업에서 중국 제조업체가 보인 급속한 발전 배경에는 강력한 정부 추진력과 압도적인 제조 능력, 국내 시장이 가진 특성,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투자가 꼽힌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로보틱스 산업을 국가 전략의 중요한 분야로 위치시키고 중국 제조 2025 등 계획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와 보조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엔진으로 여기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해온 중국은 고도의 대량 생산 기술과 거대한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반은 로봇 제조에 있어서도 비용 효율성이나 생산 속도 면에서 다른 국가를 크게 앞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유니버설 로봇 UR5e를 제조하려고 할 경우 중국 국내에서 제조했을 때와 비교해 그 비용은 2.2배까지 증가한다. 또 배터리 같은 중요 부품도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중국 로봇 제조업체 중에는 주요 부품 수직 통합에 나서고 있는 기업도 있으며 실제로 로봇 제조업체 ESTUN의 내제화율은 95%에 달한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속도와 유연성을 현저히 향상시킬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국내 시장에서는 가장 빠르게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업이 유리해지는 구조가 존재하며 이런 환경이 빠른 기업 제품 개발과 개선을 촉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DJI로 경제특구인 심천에 거점을 둬 부품 조달과 정책에 대한 신속한 반복을 실현하고 드론 시장에서 경쟁 업체에 대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로보틱스 산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높은 적응력과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중국 제조업체가 빠르게 자동화를 진행해 노동력 부족을 보완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로보틱스 산업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대표로 하는 미국이 큰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위성이 상실되고 있으며 이유에 대해 세미애널리시스는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 디지털 혁신이나 최첨단 기술, 서비스업에 중점을 둬 왔으며 이 결과 제조업 능력이 저하됐다. 그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는 비용 효율성이 우수한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두게 됐다. 이 결과 국내 제조 기반이 취약해지고 로보틱스에 필요한 부품이나 재료의 제조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메이드인아메리카(Made in America) 라벨 표시에 관한 원칙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주요 부품을 미국 내에서 조립한 경우에도 메이드인아메리카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의존 실태가 모호해지고 있다.

또 중국이 장기적인 국가 이니셔티브로 로보틱스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CHIPS법과 같은 정권마다 그 방향성이 바뀌는 제도가 정해져 있을 뿐 일관된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오랫동안 로보틱스 업계를 이끌어온 빅 4라고 불리는 기업(FANUC, ABB, 야스카와전기, KUKA)은 연구 개발 투자나 차세대 로봇 개발에 대한 의욕이 중국 제조업체에 비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중국 시아순(Siasun)은 독일 직업 훈련 학교를 인수하고 해외에서의 인재 육성이나 기술 노하우 획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모든 작업을 모든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는 범용 로보틱스는 현대 로보틱스에서의 성배이며 가장 먼저 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현대 로봇은 구조화된 환경과 정적인 작업에 한정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하드웨어 제약이나 데이터 부족, AI 한계 등이 극복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로보틱스 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와 산업계, 연구 기관 연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중국 로보틱스 산업 지배를 저지하고 미국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국가 전략 수립과 국내 제조업 재건, 공급망 강화, 연구 개발 투자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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