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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통신? 달에 LTE네트워크 구축한다

아폴로계획(Apollo Project)은 1960년대 미국이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고 다시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하는 걸 목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1969년 7월 16일 아폴로11호가 드디어 달에 위치한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고 닐 암스트롱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 발을 디딘 첫 인류로 이름을 남겼다. 인류사에선 우주원년의 시작으로 남게 될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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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시만 해도 통신은 골칫거리였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8호의 경우 유명한 지구 사진을 촬영했지만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려면 며칠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달 착륙 50년을 맞는 오는 2019년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보다폰과 노키아가 달에 4G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우주 통신’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열리는 MWC 2017 기간에 맞춰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보다폰은 달 탐사 레이스에 참여하는 독일 파트타임사이언티스트(PTScientists) 임무를 지원하는 형태로 달에 4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 파트너로 노키아가 참여한다는 것.

파트타임사이언티스트는 구글이 후원하는 달 탐사 경연대회인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에 참여하기도 했던 팀. 이 대회는 민간기업인 구글이 달 착륙선과 달 탐사용 로봇 개발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달에 착륙해 500m를 이동하고 사진과 영상을 지구로 전송하면 승리한다. 구글이 이 대회에 상금을 내건 건 2007년이지만 시한은 오는 3월 31일 끝난다. 시간상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금의 주인공을 찾지 못한 채 끝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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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대회에 참여했던 파트타임사이언티스트가 달에 4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미션에 참여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로켓인 팔콘9에 필요한 장비를 탑재하고 2019년 안에 발사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미션 진행을 위해 노키아는 소형이면서 경량인 울트라 콤팩트 네트워크(Ultra Compact Network)를 개발한다. 무게는 1kg 이하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파트타임사이언티스트는 달에 도착하면 울트라 콤팩트 네트워크를 현지 기지국으로 사용한다. 이 현지 기지국은 직접 개발한 탐사용 로봇인 아우디 루나 콰트로 로버(Audi Lunar Quattro) 2대를 위한 통신 거점 역할을 한다. 또 울트라 콤팩트 네트워크가 지구와 통신하는 방법은 검토 단계지만 1,800MHz 대역 전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통신 채널을 이용하면 달에 위치한 로버가 촬영한 고화질 사진이나 동영상을 지구로 보내게 된다.

보다폰 독일 CEO인 하네스 아메츠라이터(Hannes Ametsreiter)는 이번 프로젝트가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트다임사이언티스트 설립자인 로버트 뵈메(Robert Böhme) 역시 태양계 탐사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지구 밖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LTE 솔루션의 장점은 통신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이를 다른 곳에 더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설립한 엘론 머스크는 최근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면서 위성을 통한 우주 통신을 통해 글로벌 인터넷 시대를 예고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https://steemit.com/kr/@lswcap/52zsaj). 하지만 이번 달에서의 4G 네트워크 시험은 말 그대로 우주 통신 인프라를 위한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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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13년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우주 통신을 위한 레이저 통신 LLCD(Lunar Laser Communication Demonstration) 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레이저 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지구에서 38만 5,000km 거리에 떨어진 달 주위를 도는 달 탐사 위성과 레이저 통신 실험을 진행, 최고속도 522Mbps를 기록한 것. 물론 안정적으로 오류 없는 통신을 기준으로 하자면 20Mbps를 기록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실험 이전에 기록한 이미지 데이터 통신 속도는 300bps에 불과했다.

당시 나사가 진행한 방식은 이전까지 사용하던 RF 통신을 레이저 빔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통신 속도 한계를 높이려는 것이다. 결국 우주에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통신할 수 있는 데이터 통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또 2016년에는 유럽우주국 ESA가 에어버스와 공동으로 우주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인 EDRS(European Data Relay System)를 개발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 관측 결과와 국제우주정거장 ISS의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통신은 우주 내에서의 통신만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해상 운송 안전에 해가 되는 유빙을 체크하는 역할은 인공위성 관측에 의존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설사 이를 찾아도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지상에 보내려면 우주 통신이 필요하다. EDRS 같은 중계 시스템은 이처럼 인공위성이 탐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상에 보낼 수 있다. 나사와 마찬가지로 레이저를 이용해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낸다. 반대로 지상에서 명령을 받아 인공위성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EDRS는 우주 공간에서 통신 속도가 최대 1.8Gbps라고 한다. 사정 범위도 4만 5,000km로 그 안쪽에 위치한 인공위성과 데이터 송수신을 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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