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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피해 中 코인 공장과 채굴의 세계

지난 6월 27∼28일 안후이성과 장쑤성, 쓰촨성, 산둥성, 지린성 등 중국 동북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암호화폐 채굴장이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쓰촨 지역에선 온 마을이 침수된 곳도 있는데 쓰촨 산간 지역에서 수력 발전을 곁들여 저렴한 전기 요금을 활용한 암호화폐 채굴 공장이 가동 중이었다고 한다. 전기 요금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집중 호우로 결국 채굴장이 물벼락을 맞게 된 것.

피해를 입은 채굴장 주위 사진을 보면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나 전용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등 채굴 장비가 공장 밖으로 실려 나와 있다. 이틀 동안 집중 호우를 받은 이 지역에선 공장 바로 옆에는 강물이 넘치고 토사로 인한 2차 재해 위험까지 있다고 한다. 밖으로 빼낸 장비는 모두 진흙투성이다. 메인보드나 전원공급장치 등에 물을 뿌려 진흙을 털어내고 있지만 다시 쓸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에 발생한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채굴 장비만 해도 수천 대에서 많게는 수만 대 이상은 족히 침수됐다고 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채굴 공장이기도 하다. 전체 중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쓰촨 지역 채굴 공장이다. 이 지역 공장이 피해를 받으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컴퓨팅 처리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률이 같은 기간 다시 올랐다는 점을 들어 집중 호우로 인한 타격이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에 주는 영향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 대규모 채굴 공장이 운영된다는 건 이미 2013년 정도부터 꾸준히 보도되어 왔다. 비트코인은 분산 저장한 원장에 거래 기록을 기록하는 처리를 하고 이 계산 처리 과정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새로운 비트코인을 할당해주는 채굴로 시스템을 유지한다. 비트코인 채굴 공장이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쓰촨성도 마찬가지지만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전기 요금이 저렴한 곳에 주로 채굴 공장을 만들기 때문.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으로 전기 요금이 저렴하다든지 수력 발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등 전기 요금에 따라 입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보통 비트코인 채굴용 기기는 공장 하나에 2만 대에서 2만 5,000대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상당 규모인 만큼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도 수십 명에 이른다.

발열이나 소음이 상당하기 때문에 거대한 팬을 이용해 공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순환 냉각 시스템은 필수. 앞서 밝혔듯 암호화폐 채굴에는 방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퓨즈박스를 갖춘 전원 콘센트를 통해 PC난 전용 채굴기 ASIC에 전원을 공급하는데 아무리 요금이 저렴한 곳이라도 2만 대 이상을 돌리면 하루 4,0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야 할 정도다. 물론 채굴 공장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암호화폐를 파낸다(?).

이 같은 채굴 공장의 수준이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하면서 채굴 경쟁도 과열 양상을 보였고 세계에서 가장 큰 비트코인 채굴 업자라고 할 수 있는 비트메인(Bitmain)의 경우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보다 많은 웨이퍼를 주문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비트메인은 지난해 4분기 TSMC로부터 16nm 제조공정으로 만든 웨이퍼를 월 2만 장씩 구매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발주량을 넘어서는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물론 비트메인이 발주량 반도체는 모두 채굴 전용 기기인 ASIC용 칩 제조에 쓰인 것이다. 웨이퍼 장당 5,670개까지 ASIC 칩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비트메인은 월 60만 개에 달하는 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비트메인은 지난 4월에는 이더리움이나 이더리움클래식 등을 지원하는 채굴용 기기인 앤트마이너 E3(Antminer E3)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ASIC를 통해 기존 GPU를 이용한 시스템보다 효율적인 채굴을 돕는다. 이더리움이 지난해부터 주목받았다는 점,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채굴을 통해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SIC를 내놓은 것이다.

이런 전용기는 알고리즘을 곁들여 효율을 높였다. 앤트마이너 E3을 예로 들면 같은 연산 처리 능력을 확보하려면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 Ti 6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 전원까지 다 갖춰서 구축한다면 6,000달러는 족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용기 가격은 800달러 수준이다. 가격대비 성능이나 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런 전용기를 택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ASIC 문제에 대한 지적도 많다. 암호화폐 자체가 중앙 집중을 벗어나려 한 것인데 오히려 ASIC이 등장하고 채굴 공장 등 대형 업자간의 경쟁이 되면서 자금이 있는 대기업이나 조직이 독점하는 중앙 집중화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도 이미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였지만 2016년 이후부터는 70%에 이른다.

또 채굴기 문제를 떠나 일반 그래픽카드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밝힌 올해 2∼4월 매출 32억 700만 달러 중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인한 매출 규모는 2억 8,900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AMD 역시 채굴 덕을 본 건 마찬가지다. AMD의 전체 그래픽카드로 인한 이익 중 3분의 1은 채굴 수요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난 한 해 동안에는 암호화폐가 급등하면서 채굴용으로 그래픽카드를 활용하려는 탓에 시장에 그래픽카드 제품이 말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시세가 떨어지면서 암호화폐 버블이 꺼진 이후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암호화폐 시세가 급락을 하면 덩달아 채굴 수요도 출렁이는 만큼 이에 따라 그래픽카드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행여 채굴 버블이 붕괴되면 그래픽카드 수요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암호화폐와 이를 캐기 위한 채굴 시장은 이미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암호화폐의 가치가 고정적이지 않은 만큼 유동적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쓰촨성에 몰아친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처럼 급락과 급상승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의 세계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셈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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