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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2019년 말부터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친 코로나19는 많은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다. 비상 사태 선언에 따른 국경 봉쇄와 외출 금지 조치로 산업마다 로드맵에도 지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코로나19가 반도체 산업에 미친 영향을 뭘까.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TSMC는 애플과 화웨이, AMD 등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다. 2020년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에 5nm 제조공정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협정을 미국 정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 협정에 대해 중국이 첨단 기술을 지배하고 중요한 산업을 지배하려고 하는 만큼 미국은 국가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TSMC가 중국 기업 화웨이의 새로운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효율성을 추구하고 비교 우위 원칙에 전념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회복력을 포기한 결과 코로나19 같은 글로벌 리스크 뿐 아니라 화웨이 수출 규제에 의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취약성에 대해 반도체 업계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가에 생산기지와 공급기지를 집중하는 위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칩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산 중 70%, 포토레지스트 중 90%가 일본에 의해 제조된다. 2019년 일본은 우리나라에 실질적 경제 제재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 등은 일본에서 불화수소산 수출 제한을 받았고 결국 불화수소산 국산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는 기업이 가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다른 국가보다 자국에 중요한 기업을 유치하면 공급망 안정성이 높아진다. AMD 리사 수 CEO는 미국이 기술과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계속 견인하려면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MD도 소속된 미국반도체산업협회 SIA는 연방정부에 대해 반도체 공장에 50억 달러, 제조 시설에 150억 달러를, 연구비용으로 170억 달러, 기초·응용 연구에 100억 달러, 새로운 기술 센터에 50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신청하고 있다. 미국이 TSMC를 미국 내에 유치한 건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본 것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반도체 산업 공급 확보, 또 차세대를 짊어질 인재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과 화웨이 등 주요 업체는 최신 디바이스용 칩 생산을 2019년 반도체 시장 점유율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TSMC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TSMC가 미국 내에 5nm 제조공정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 내 자사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TSMC의 경쟁업체인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SMIC는 중국 내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0억 위안 자금을 조달하고 홍콩증권거래소에 IPO를 신청했다는 보도가 6월 나오기도 했다.

또 반도체 업계에선 기업마다 부품이나 공정에 따라 지나치게 전문화하고 특화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DRAM 시장 중 97%는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차지한다. 부품에 대해 개별 기업이 점유율을 과하다가 잡으면 기업 상호 의존성이 강해지고 한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업계 전체에 영향이 파급되는 위험을 안게 된다.

반도체 업계는 비즈니스 연속성 위험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다. 삼성전자나 TSMC도 이곳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코로나19나 무역 마찰 등에 의해 ASML 장비 출하가 지연되면 이들 기업의 로드맵에 지연이 생기고 전 세계 반도체 제조공정에 큰 영향이 나온다.

2011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 공급망은 커다른 개편을 강요당했다. 지진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현은 전 세계 시장에 중요한 자동차 부품 중 60% 생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마다 자동차 부품 조달과 생산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했다. 코로나19 역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도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소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IA가 트럼프 정권에 반도체 산업은 중요한 인프라라고 진언했듯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반도체 산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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