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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알약’이 온다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오는 2020년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올림픽 기간 중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수에게 먹여 우리나라가 요즘 그렇듯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쿄 올림픽이 열릴 시기는 7∼8월 사이다. 올림픽 기간 중 상당히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 스포츠 과학자인 트렌트 스텔링베르프(Trent Stellingwerff)는 캐나다 올림픽 선수단과 이 같은 기록적 폭염 하에서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는 선수에게 삼키는 알약 타입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먹이면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경기 중 30초마다 이뤄지는 심부체온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50km 경보에서 4위를 기록한 바 있는 에반 던피(Evan Dunfee)는 신체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삼킨 상태에서 8월 중순 열릴 예정인 육상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한다.

심부체온은 심장이나 방광 등 신체 내부 기관의 온도를 말한다. 심부체온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심부체온이 너무 내려가거나 혹은 반대로 올라가도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어렵다. 심부체온을 좌우하는 요인은 외부 온도와 습도 뿐 아니라 운동 강도도 빼놓을 수 없다. 알약 타입 삼키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블루투스 근거리 무선 통신을 통해 외부 수신기와 연동, 실시간으로 선수의 심부체온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선수가 일정 거리 이상 멀리 가버려 전파가 닿지 않는 범위라면 실시간은 안 되지만 본체에 데이터를 축적해뒀다가 전파가 닿는 거리에 오면 다시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 측정을 통해 수집을 하면 체온을 분석하는 방법 자체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력과 신부체온을 분석해 어떤 조건에서 몸에 더 부하를 걸거나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선수단이 사용하게 될 삼키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프랑스 기업인 바디캡(BodyCap)이 만든 것이다. 이 회사는 e-셀시우스(e-Celsius)라고 불리는 심부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알약을 개발한 곳이다. e-셀시우스는 알약처럼 생겼다. 그냥 삼키면 된다. 물론 소화는 안 되며 몸속에서 심부체온을 16시간까지 연속 측정할 수 있다. 역할을 다 하면 몸밖으로 배출된다.

e-셀시우스는 심부체온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만일 일정 수치가 넘어선다면 알람을 해주도록 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개당 70달러(한화 7만 원대)이며 재사용은 할 수 없다. 캐나다 선수단은 이 제품 외에도 땀에 포함되어 있는 나트륨과 포도당, 단백질을 측정하는 패치를 착용하게 하는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폭염에 대처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로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보행수나 심박수 측정 등 운동량을 측정하는 건 누구나 가능해진 상태다. 지난 2016년 스탠포드와 UC버클리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의 경우 여러 요소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땀을 분석할 수 있다. 땀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운동량과 근육 피로도 등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땀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대사 물질로 근육 피로도 외에 체내 수분 정도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다만 이제까지는 땀 성분은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측정이 쉽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실시간으로 땀 성분을 측정, 분석할 수 있는 소형 장치로 해결한 것이다. 젖산염, 나트륨, 포도당, 칼륨, 체온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땀 성분을 분석한다. 땀만 측정할 수 있어도 근육 피로도 등을 알 수 있어 운동을 할 때 어떤 동작에 몸이 반응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병원에서나 알 수 있는 혈류와 혈압 측정을 할 수 있다.

물론 캐나다 선수단이 활용하려는 땀 센서 패치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1회성이 아닌 착용, 연속 데이터 제공 가능이라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e-셀시우스처럼 예전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스마트 알약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프로테우스디지털헬스(Proteus Digital Health)는 일본 제약업체인 오츠카와 스마트 알약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을 공동 개발,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상용화를 하는 첫 번째 디지털 알약이 된 것이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정신질환인 조현병 환자를 위한 약이다. 내부에는 구리와 마그네슘, 실리콘 같은 재질로 이뤄진 센서를 담았다. e-셀시우스는 소화가 안 되게 설계되어 있지만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위액에 접촉하면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해 신호를 보낸 뒤 녹아 분해된다. 센서를 만든 소재는 모두 인체에는 무해하다. 이 제품이 신호를 보내면 웨어러블 패치를 통해 감지하게 된다. 패치가 인식한 정보는 다시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되며 환자와 의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약을 거부하는 환자의 투약 순응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스마트헬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올해 기준으로 230억 달러 규모에 이르지만 오는 2022년에는 1,020억 달러, 한화로 115조 원이 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1987년 개봉한 영화 이너스페이스(Innerspace)를 보면 이너스페이스, 그러니까 인체 내부에서 초소형 비행선을 타고 모험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렇게 탐사선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통신이 가능한 센서를 갖춘 알약이 이너스페이스를 오갈 날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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