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IoT 기기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

요즘 AI 스피커가 집집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 스피커나 인터넷을 통해 도어 개폐 제어, 에어컨 조작 같은 게 가능해지는 스마트 가전이 주위에 증가하고 있는 것. 물론 여기에는 편리함이 따라오지만 이면에는 사용자가 감시될 수도 있다는 측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 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6명 중 1명이 아마존 에코(Amazon Echo) 같은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말까지 300만 대가 보급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결국 항상 주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이런 스마트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가 AI 스피커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스마트 조명이나 스마트 잠금, 스마트 화장실, 스마트 토이 등 온갖 기기가 스마트화되고 있는 것. 이런 스마트 기기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음성 명령을 통해 상호 작동하게 된다.

TED 강연에 나선 케시미어 힐(Kashmir Hill)과 남편은 IT 업계에서 오랫동안 개인 정보와 보안 관련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침실 달린 작은 방을 스마트홈으로 바꿔보기로 한다. 침대까지도 스마트화, 매일 밤 수면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방에는 18개에 이르는 스마트 장치가 도입됐는데 이들 장치간 통신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라우터를 설치했다. 장치간 통신 내용을 모두 파악해 어떤 데이터가 인터넷 너머 서버로 전송되고 있는지 알기 위한 것이었다.

2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는데 데이터 통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시간은 1시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항상 어떤 장치는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려고 일을 계속 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들이 언제 일어나고 언제 이를 닦고 몇 시에 집을 나가서 언제 돌아왔는지 모든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또 언제 TV를 보고 얼마나 봤는지도 알 수 있다. 특정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알 수 있다. 이는 모든 TV가 인터넷 어딘가 서버에 발신을 하는 데이터 내용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스마트TV가 이런 데이터를 항상 전송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미국연방거래위원회는 TV 제조사인 비지오(VIZIO)에 220만 달러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물론 집안에 있는 스마트 기기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낸 건 아마존 에코로 무려 3분에 1번꼴로 데이터 패킷을 계속 전송했다고 한다. 아마존 에코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는 건 해당 업체에 자신의 데이터가 전송된다는 걸 적지 않은 사람이 잊고 있다. 하지만 가장 편하게 살아야 할 공간인 집에서 자신의 행동 데이터를 검색하고 어딘가에 계속 보낸다는 건 잘 생각해보면 이상한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다.

데이터 하나만 보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량으로 쌓인 빅데이터가 되면 여기에선 다른 의미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양치질 횟수 몇 번 정도 데이터는 그것만으론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보험사 빔(Beam)은 지난 2015년부터 스마트 칫솔 데이터를 수집해 보험 계약자 보험료를 할인할 때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 사회 특유의 거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의 개인 정보를 조금 포기하면 편리한 기능과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관계 말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스마트홈은 편리하고 살기 좋은 집이 아닌 스트레스 하우스가 됐다. 모든 장치는 전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콘센트를 점령한 건 물론. 스마트폰에 장치별 앱을 내려 받아 각각 로그인 설정도 해야 한다. 스마트 칫솔 하나에도 비밀번호를 따로 부여해야 한다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다.

또 간편하게 커피를 끓일 수 있어야 하는 스마트 커피 메이커 역시 아마존 에코와 함께 작동하는 비머(Behmor) 모델을 사용 중이었는데 단순히 알렉사에게 커피를 끓이라고 지시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명령을 해야 했다. 이런 명령이 기억나지 않거나 막 잠에서 깬 상태에선 명확하게 지시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던 것.

또 침대 옆에 놓여 있던 에코닷 같은 모델은 잘 인식을 하지 못해 매일 같이 큰 소리로 말을 건네야 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직접 주방에 가서 커피 메이커 스위치를 넣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이 같은 부부의 에피소드는 예일 뿐이다. 하지만 집안에 있는 수많은 스마트 기기는 다양한 형태로 사용자 데이터를 검색하고 전송한다. 사용자 프로필과 더해 고객이 어떤 수준의 경제 활동, 상황에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실제로 이 같은 기술에 대한 특허도 취득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가 사용자를 추적하는 행위는 스마트폰이나 PC로 인터넷을 검색할 때 행동을 추적하는 것과 같다. 스마트 기기의 경우 추적 범위가 브라우징 중일 때만이 아니라 집에서 쉬거나 침실에서 자고 있을 때까지 가능하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동안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사용자 데이터를 빨아들여왔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 같은 사물인터넷 제품은 자신이 돈을 내고 기기를 얻었지만 자신의 데이터가 기업에 이용되는 상황을 만든다. 스마트 기기로 혜택을 받는 건 과연 소비자 뿐인가?

제조사는 이런 점에서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 자신의 데이터가 기업에 이용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청소기나 칫솔 같은 기기가 사용자 행동을 감시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적다. 스마트 기기에 카메라가 없는 제품이 많아 사용자는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별로 실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는 스피커나 TV, 진동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용자의 생활을 몰래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계속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