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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는 아마존드의 이정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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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없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아마존 고(Amazon Go)가 그 주인공. 아마존 고는 지난 2016년 12월 아마존이 컨셉트를 공개한 무인 매장이다. 계산대에서 따로 지갑을 꺼내 돈을 지불할 필요 없니 제품을 원하는 대로 집어넣은 다음 그대로 매장에서 나가도 계산이 된다. 물론 계산하려고 늘어선 긴 행렬도 없다. 아마존의 표현을 빌리자면 ‘Just Walk Out Technology’다.

아마존이 처음 아마존 고를 발표할 당시 공개한 영상을 예로 설명하면 매장에 들어간 고객은 선반에 있는 원하는 물건을 그냥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간다. 아무런 정산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쇼핑 (결제)는 이미 끝난 상태다. 물론 사실 매장에 들어설 때 전용 앱을 시작하고 코드를 인식시켜야 한다. 한번만 이런 인식 과정을 거치면 다음부턴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들 일은 없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아마존 고를 이용하려면 아마존 계정이 필요하다. 또 아마존 고 앱도 설치해야 한다. 아마존 고 앱은 iOS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한다. 앱 이용이 필요한 만큼 당연히 스마트폰도 있어야 한다. 이들 3가지만 준비되면 아마존 고를 이용할 수 있는 것.

매장 안에 들어서면 자동개찰기처럼 생긴 기기에 스마트폰에 설치한 아마존 고 전용 앱에 표시된 바코드를 인식시킨다. 이젠 쇼핑타임.

아마존 고는 머신러닝을 한 컴퓨터 비전을 통한 이미지 처리, AI 센서 등을 이용한다. 손님이 매장 안 선반에서 뭔가 물건을 집어 들면 마치 가상 장바구니 같은 상태가 되지만 선반으로 다시 옮기면 이곳에서 삭제된다. 쇼핑 이후 스마트폰 앱을 열면 뭘 구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실제 매장 천장에는 수많은 검은 상자가 매달려 있다. 내부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담겨 있다. 아마존 고는 이를 통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쇼핑백에 담는지 여부를 감지한다. 아마존 측은 자율주행 차량 기술에 쓰이는 컴퓨터비전, 딥러닝 같은 AI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선반 위에 진열한 상품 자체에 특정 칩셋을 탑재할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이런 상태에서 모든 상품을 식별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기술력을 요한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 컨셉트를 공개 4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아마존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관련 특허 2개를 확보한 바 있다. 특정 영역 밖으로 이동하는 상품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관련 특허, 카메라를 이용해서 선반에 있는 상품을 자동 감지하는 시스템 관련 특허가 그것이다).

아마존이 처음 아마존 고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아마존이 2017년 1호점을 열고 이를 기점 삼아 20개 매장 규모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며 10년 안에 2,000개 매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또 중소형 규모 슈퍼마켓 같은 형태 외에도 대형 매장도 등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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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졌지만 아마존 고 1호점(2131 7th Ave, Seattle, WA 98121)은 미국 시애틀에서 1월 22일 문을 열었다.

이 매장에는 현지 인기 요리사나 레스토랑 메뉴 같은 것을 사거나 빵, 우유, 초콜릿 같은 식료품과 필수품 등을 진열하고 있다. 그냥 구입해서 곧바로 조리하면 30분 안에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아마존 밀 키트(Amazon Meal Kits) 같은 것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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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는 월∼금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21시까지 영업한다. 1호점 매장 면적은 167m2다. 앞서 밝혔듯 대형 매장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1호점 자체는 도심에서도 고객이 마치 편의점처럼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작고 편리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1호점에 들어서면 샐러드나 샌드위치, 음료는 물론 조리한 형태로 판매하는 아침점심저녁 식사, 앞서 설명한 아마존 밀 키트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맥주나 와인 등 주류도 많다. 미리 조리한 도시락은 매장 한켠에 자리잡은 주방에서 조리한 것이라고 한다. 요리하는 장면도 고객에게 공개되어 있어 고객 입장에선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 밖에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Whole Foods) 브랜드 감자칩이나 쿠키, 견과류 같은 것도 전용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전반적인 구성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매장 안에서 쇼핑할 때에는 아마존 고라고 쓰인 쇼핑백을 이용하면 된다. 점원이 아예 없는 만큼 카트나 바구니를 쓰는 게 아니라 고객이 아예 직접 상품을 담는 것이다. 물론 점원이 없는 매장이라고 했지만 실제 1호점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있고 내부에도 점원이 있고 개방형 주방에도 6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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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마존 고를 써본 외신 반응을 보면 쇼핑에서 계산까지 1분도 안 걸리고 매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거나 뉴욕타임스의 경우 아예 기자가 도둑질(?)을 시도해봤지만 매장 내 카메라 시스템이 이를 모두 인식, 나중에 전용 앱으로 확인해보니 고스란히 계산이 되어 있었고 화면에는 쇼핑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까지 친절하게 나왔다고 한다. 물론 일반 고객이 몰려 매장이 혼잡해지면 상품을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 앞서 밝혔듯 당초 2017년 열려고 했던 매장을 올해로 늦춘 것도 이런 시스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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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는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 아마존은 이미 홀푸드 인수(137억 달러짜리 쇼핑이었다) 등 파괴적 혁신을 계속하면서 아마존드(Amazon’d·아마존화)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킬 만큼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다. 아마존 고 역시 단순하게 계산대에 줄을 서 필요가 없다는 아이디어 이상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물론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것 자체가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미래 쇼핑 구현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 시장만 해도 관련 시장 규모는 25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아마존 고가 테스트를 통해 검증 과정을 끝내면 편의점처럼 라이선스를 걸어 확장을 시도한다면 이 시장에서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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