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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마트폰’이 온다

왜 콜드 월렛(Cold Wallet)을 찾을까. 암호화폐는 개인 키(private key)를 필요로 한다. 이런 개인 키를 보관할 수 있는 게 바로 지갑, 월렛이다. 월렛은 크게 핫월렛과 콜드월렛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래소 지갑 같은 걸 내려 받아 폰에 설치했다면 이런 게 핫월렛이다. 핫과 콜드의 차이는 바로 인터넷 연결 유무에 따라 다르다. 콜드 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요즘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해킹 피해가 계속 나온다. 핫월렛이라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니 거래는 편하겠지만 이 같은 해킹에선 자유롭기 어렵다. 반면 콜드 월렛은 이보다 거래는 불편하더라도 해킹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 콜드 월렛에 대한 관심을 소환한 건 바로 해킹, 보안이다.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콜드 월렛 종류는 다양하다. USB나 신용카드와 비슷한 형태, 스마트폰을 닮은 단말기 형태도 있다. 중국 스타트업이 선보여 국내 시장에도 선보인 콜드라(Coldlar)는 언뜻 보면 스마트폰을 닮았다. 크기도 비슷하다. 이 제품은 지문 인식 뿐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QR코드를 인식해 모바일 앱에 접속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보안성을 높인 것. 거래 자체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표 암호화폐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 선보인 모델은 콜드라프로2+다.

아예 폰과 결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스마트폰 개발사인 시리랩스(Sirin Labs)는 오는 11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을 예정인 핀리(Finney)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전용 운영체제인 시린OS(Sirin OS)를 바탕으로 하드웨어 지갑을 갖췄고 디앱 저장소 등을 곁들인다.

기본 사양 자체는 여느 스마트폰과 다를 건 없다. 퀄컴 스냅드래곤 845에 6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췄고 저장공간은 128GB, 램 6GB, 본체 앞뒤에는 800만, 1,200만 화소 카메라를 곁들였다. 지문인식 센서와 내장 배터리 3,280mAh를 갖췄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역시 시린OS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스마트폰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비트볼트(BitVault) 같은 제품도 나올 예정이다. 이 제품 역시 블록체인 스마트폰을 표방한다.

미국 블록체인 개발사인 지피(Zippie) 역시 마찬가지 컨셉트를 곁들인 블랙처(Blacture)라는 블록체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 제품 역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지피OS(Zippie OS)를 내장하고 폰을 통해 온라인 구매를 하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혹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를 취한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예정 가격대는 350∼395달러대. 퀄컴 SD450 옥타코어 SoC에 풀HD 해상도, 1,600만 화소 카메라, 지문 센서와 무선 충전 기능, NFC 같은 기능을 곁들였다.

HTC 역시 지난 5월 블록체인 탑재 스마트폰인 엑소더스(Exodus)를 발표한 바 있다. 아직 출시한 건 아니지만 최근 HTC가 이 제품을 3분기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엑소더스는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다양한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지갑을 내장한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HTC 측은 엑소더스가 중앙집중화가 아닌 분산화를 위한 하드웨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자체의 노드 수를 2∼3배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아 디앱(DApp)을 제공할 목표도 세우고 있다. 모바일을 대상으로 한 디앱 확산을 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HTC는 최근 홍콩에서 개최한 행사 기간 중 앞서 밝혔듯 3분기 엑소더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건 물론 공식 사이트를 통한 예약도 시작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한 육성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 제휴도 밝혔다. 크립토키티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교배해서 키울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이더리움을 통해 거래를 할 수도 있다. 고양이에 대한 소유권이나 거래 내역 자체는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하게 된다.

블록체인 스마트폰은 콜드 월렛 지원 등 보안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볼 수 있지만 탈중앙화를 위한 분산 컴퓨팅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디앱의 모바일 확산 등을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제품 중 아직 시중에 나온 건 없다. 물론 중국 일부 제조사가 올초 블록체인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게 있지만 채굴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어쨌든 블록체인 스마트폰이 올해는 꽤 나올 모양이다. 블록체인 열풍이 성숙기에 들어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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