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자율주행 트럭과 물류의 미래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2020년대에는 실제 도로에 투입할 목표를 세우고 자율주행 차량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도로에 자율주행 차량이 뛰어들게 되면 어떤 것부터 이뤄질까. 1순위 후보는 바로 물류 운송을 맡는 트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의 경쟁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보다 조용하지만 뜨겁다. 다임러와 볼보, 웨이모나 우버, 테슬라 등이 이 시장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럭 실현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다임러의 경우 지난 2015년 프레이트라이너 인스퍼레이션(Freightliner Inspiration)을 공개한 바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트럭이다. 다임러 측은 가까운 미래의 물류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임러는 이 차량의 자율주행 운전을 위한 하이웨이 파일럿(Highway Pilot)이라는 기술도 선보였다. 이 기술은 2025년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 하이웨이 파일럿은 차체 주위에 위치한 카메라와 프론트그릴에 탑재한 레이더 등을 통해 주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카메라는 100m, 레이더는 250m에 이르는 거리까지 인식할 수 있다.

자율주행 외에 수동 운전은 물론 기존 크루즈 컨트롤 같은 기능도 지원한다. 도로상에 있는 차선을 감지해 안전하게 주행을 한다. 자율주행 상황 자체는 네트워크를 통해 일일이 관리할 수 있어 물류를 원활하게 모니터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같은 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을 높이는 데에 있다. 다임러 측에 따르면 이 차량의 자율주행 모드를 이용하면 운전자 졸음 25%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트럭은 네바다에서 주행 허가를 받아 시험 주행도 지난 몇 년간 진행해왔다.

자율주행 트럭이 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플래튜닝(Platooning)이다. 프레이트라이너 인스퍼레이션 트럭끼리는 서로 통신을 하기 때문에 적당한 차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가감속 역시 서로 통신하면서 안전한 운전이 가능한 것이다. 차간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럭이 받는 공기 저항도 최적화할 수 있어 트럭 3대가 이 같은 플래튠 주행을 한다면 평균 5.3%, 5대라면 6%까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플래튜닝은 이렇게 트럭 여러 대가 서로 통신을 해가면서 집단 대열로 주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연료 절감 같은 혜택은 물론 차량 사고를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트럭이 차간 거리를 줄이게 되면 정체를 완화하는 건 물론 앞서 밝혔듯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20% 가량 환경 오염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플래튜닝은 서로 연동해 차간 거리를 유지해 마치 하나처럼 일체화한 상태로 주행을 한다. 차간 거리를 줄이면 공기 저항이 줄어 뒤따라오는 차량의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플래튜닝 상태에선 와이파이를 통해 차량끼리 통신을 하는데 와이파이 외에 GPS 정보를 결합해 대열 주행을 한다. 선두 차량이 앞에서 장애물을 발견하면 해당 정보는 뒤따라오는 후속 차량에도 보내지며 후속 차량은 이를 바탕으로 차선을 바꿔 효율적으로 장애물을 극복해 정체 원인도 싹을 자르게 된다.

지난 2016년 네덜란드 연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플래튜닝을 이용하면 연료 소비량은 15%나 줄일 수 있으며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에선 2016년 플래튜닝 기술 개발을 위한 행사인 유러피언 트럭 플래튜닝 챌린지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다임러와 볼보, 스카니아 등 6개 제조사가 참여해 최대 2,000km까지 주행을 했다고 한다.

자율주행 트럭은 실용화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 2016년 버드와이저 캔맥주 4만 5,000개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를 160km에 달하는 거리까지 자율주행을 통해 운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우버가 인수한 자회사 오토(Otto)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한 것.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대시보드에 위치한 자율주행 스위치를 켜고 달린다. 버드와이저는 당시 운송 위탁비용으로 오토 측에 450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우버 측은 오토를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운송 서비스인 우버플라이트(UberFreight)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2017년 전기 트레일러인 세미(Semi)를 발표하고 오는 2019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차량은 디젤 엔진처럼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고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주행한다. 한 번 충전하면 800km까지 연속 주행할 수 있다. 전기 차량인 만큼 제로백은 5초 안팎이며 미국에서 보통 이용하는 36톤 화물을 뒤에 연결해도 20초대에 이르는 뛰어난 가속력을 갖췄다고 한다.

물론 이 차량 역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을 지원하며 앞서 밝힌 여러 대가 함께 주행하는 플래튜닝이 가능하다. 집단 주행을 통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소비전력을 낮추는 한편 이를 통해 운영비용을 줄이겠다는 것. 이에 따라 테슬라의 당시 주장에 따르면 2년간 20만 달러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어 2년간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웨이모 역시 올해 3월 자율주행 트럭의 도로 테스트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시절부터 쌓아온 자율주행 노하우를 대형 트럭에 옮겨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 나선 것이다.

물론 트럭용 트레일러는 차체가 일반 자동차보다 크고 회전이나 제동 역시 일반 차량과 다르고 사각이 많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 자율주행 기술을 그대로 응용할 수는 없는 만큼 자율주행 트럭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한다. 웨이모는 미래에는 공장이나 물류센터, 항만 등 터미널 네트워크와 협력해 화주와 운송업체간 업무에 자율주행 트럭을 통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임박(Embark)은 지난 2월 자율주행을 통해 미국 횡단에 성공하기도 했다. 임박은 지난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와이콤비네이터 지원을 받은 이곳은 아우디와 스페이스엑스 출신 엔지니어가 참여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임박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 머신러닝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해상도 지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을 할 때 미리 자세한 경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전혀 새로운 루트를 만나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박은 이를 증명하려는 듯 로스엔젤리스에서 엘파소까지 1,000km, 다시 잭슨빌까지 3,900km 거리를 이동하는 등 자율주행을 통한 미국 횡단에 도전해 5일 뒤 예정 경로를 무사히 달렸다. 평균 110km/h 속도를 유지한 채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추월도 해당 차선을 통해 진행했다. 물론 이번에는 보조 운전자가 탄 상태여서 5일이 걸렸지만 완전 자율주행이라면 2일이면 횡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자율주행 트럭이 탄생했을 때 생길 장점 중 하나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맥킨지에 따르면 오는 2025년이면 미국에서 매년 나오는 트럭 중 3분의 1은 자율주행 같은 기능을 탑재할 전망이라고 한다. 물론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업체 일부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운전을 돕는 하이브리드 형태 트럭 실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운전 방식을 취하면 복잡한 시가지 등 일반 도로에선 인간이,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운전을 하게 된다. 미국트럭운송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s)는 이런 점에서 자율주행 트럭은 마치 여객기 등 비행기에서 조종사가 자동 조종 중인 기체를 모니터링하는 것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기 대부분은 이착륙 단계만 인간이 맡고 목적지를 향해 순항할 때에는 좌표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 조종을 한다. 자율주행 트럭 역시 이 같은 형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트럭이 앞으로 5년에서 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고속도로 제한 등 한정적일 수 있고 법적 규제 등 풀어야할 문제도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운전을 고속도로에 도입하면 운전자 사망 사고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에선 물류 대부분을 트럭이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트럭이 자율주행 시장을 위한 얼리어답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복잡한 시가지가 아니라 이보다는 훨씬 단순한 고속도로에서 실용화할 수 있다는 점도 첫 도입에는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지난 2014년 메르세데스벤츠는 컨셉트 모델인 퓨처트럭 2025(Future Truck 2025)를 선보인 바 있다. 테슬라의 세미도 그렇듯 이 컨셉트 트럭은 차체 전면에 헤드라이트를 밋밋하게 디자인하는 등 미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물론 진짜 미래로 생각해볼 만한 건 주위 상황을 감지하는 레이더와 각종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자율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트럭은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하게 되면 어떤 점이 바뀔지를 조금 상상하게 해준다. 마치 호텔 객실 같은 디자인을 갖춘 운전석에선 편안하게 다음 일과를 준비할 수 있고 후방 카메라로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을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게 보여준다.

트럭은 물류에서 큰 몫을 맡고 있다. 장거리가 많은 운전자 부담도 많고 그 탓에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런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