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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 스파이 행위 우려‧하버드대는 “트럼프 정권 요구 거절”

유럽위원회가 미국 스파이 행위를 우려해 미국에 출장가는 직원에게 일회용 휴대전화를 배포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유럽위원회는 중국에 여행하는 직원에게도 같은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미국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춘계 회의가 열린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위원회는 춘계 회의에 참석하는 직원에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미국 스파이 행위로부터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국경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 휴대전화를 스파이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케이스에 넣기 등 대책이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또 유럽위원회는 미국에 여행하는 직원에게 일회용 휴대전화나 기본적인 기능만 탑재한 노트북을 배포했다고도 보도됐다.

유럽위원회는 그동안 중국에 여행하는 직원에게도 유사한 대응을 해왔다. 또 러시아 스파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여행하는 직원에게도 같은 대책을 지시했다.

브뤼셀 지정학연구소 루크 판 미델라르는 워싱턴은 베이징이나 모스크바와는 다르지만 자국 이익과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면 초법규적 조치도 마다하지 않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3년 오바마 정권 하에서 미국이 독일 메르켈 총리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를 들며 민주당 정권도 같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위원회가 사실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은 프리즘이라고 불리는 세계 규모의 도청 시스템을 개발했던 게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됐다. 참고로 중국은 해외 의존에서 탈피하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정부 직원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적이 있다. 러시아에서도 미국의 스파이 활동을 우려해 아이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과학자가 출장 중단이나 외부 정보 발신 중지 같은 명령을 받거나 연구에 대한 지원금이 대폭 감소하거나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미국에서 진행되는 과학 연구에 대한 트럼프 정권 측 공격이 국가에 손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에도 연방정부로부터 하버드대학과 연방정부 재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목록이 전달됐지만 하버드대학은 이런 요구를 거절할 의사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연구 지원 프로그램 중단이나 연구 내용에 대한 명령 등 과학자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자 75%가 퇴직이나 해외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또 트럼프 정권은 50개 이상 대학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대학은 징계 처분 방침을 채택하고 정권이 표적으로 삼은 학술 부문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자금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통보받았다. 이런 상황을 받아 미국 과학 아카데미와 미국 기술 아카데미, 미국 의학 아카데미 회원인 미국 최고 과학자가 트럼프 정권은 과학 기관에 대한 자금을 삭감하고 과학자에 대한 지원금과 연구실 자금 제공을 중단하고 국제적인 과학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자금 삭감으로 인해 연구 기관은 연구를 일시 중단하고 연구원을 해고하고 차세대 과학자 파이프라인인 대학원생 입학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고 경고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은 4월 11일 연방정부 관계자로부터 하버드대학과 연방정부 간 재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합의 기초로서 요구 사항을 열거한 서한을 받았다. 서한 서문에는 미국이 하버드대학 운영에 투자해 온 건 학문적 발견과 탁월한 학문이 국가에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만 투자는 하버드대학이 연방 공민권법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으며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지적 창의성과 학문적 엄격함을 낳는 환경을 하버드대학이 조성할 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버드대학은 최근 연방정부 투자를 정당화하는 지적 조건과 공민권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실패를 수정하겠다는 결의 표명에 감사하며 하버드대학이 그 약속을 회복하기 위한 협력을 환영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미국 정부가 요구한 주요 사항을 살펴 보면 첫째 거버넌스와 리더십 개혁. 명확한 권한과 책임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학문적 사명에 전념하는 종신 교수 및 고위 리더십에게 권한을 집중시킨다. 학생 권한이나 종신이 아닌 교원의 영향력을 감소시킨다.

둘째 능력주의에 기반한 채용, 입학 개혁.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또는 출신국에 기반한 모든 우대 조치를 폐지하고 능력주의에 기반한 채용 정책을 채택・실시한다. 입학 데이터를 연방정부와 공유하고 2028년 말까지의 개혁 기간 동안 연방정부로부터 포괄적인 감사를 받는다.

셋째 국제 입학 개혁. 미국 헌법 및 독립선언서에 기재된 미국 가치관이나 제도에 적대적인 학생, 테러리즘이나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학생 입학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학생 모집, 심사, 입학 과정을 개혁한다. 그 중에서도 하버드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특정 국가나 지역, 인종 학생이나 고용을 늘리는 다양성 프로그램을 폐지할 걸 트럼프 정권은 요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정부 요구에는 학생이나 교직원 연구 데이터를 감사하는 것,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특정 학생이나 교직원 권한을 축소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 측 서한을 받고 하버드대학은 4월 14일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연방정부 지배를 허용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며 정부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의사를 표명했다. 하버드대학은 정부 측 요구가 미국 헌법 수정 제1조에 기반한 권리를 침해하고 정부 권한을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안된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걸 법률 고문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학 앨런 가버 학장은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하고 어떤 연구 분야나 탐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는지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성명에서 말했다.

하버드대학이 정부 측 요구를 거부하면서 미국 교육부는 하버드대학에 대한 다년 지원금 22억 달러와 다년 계약액 6,000만 달러 동결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은 홈페이지에 연구는 진보를 촉진한다며 연구자와 연구 내용에 대한 찬사를 게재하고 연구 의의와 연구 자금이 삭감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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