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미국이 대중 첩보전에서 실패한 이유

중국은 더 이상 경제적이나 군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으로 전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뿐 아니라 정보 면에서도 대립해 미중 무역 전쟁 영향도 있지만 트럼프 정권은 중국 기술 기업을 중국 간첩으로 간주해 미국에서 축출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정보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싱크탱크인 아스펜연구소 국가 안보 전문가가 해설해 눈길을 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 준비를 할 무렵 미국과 유럽에선 그가 어떤 지도자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같은 해 1월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은 시진핑 주석이 경제 개혁 부활 선두에 설 것이며 아마도 정치적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정부에게조차 중국 내정에 대해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2000년대 미국 정보기관은 중국 정보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지만 지난 십수 년간 중국 정보에 대해 미국 당국은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전 미국 국가안보담당관에 따르면 연방인사관리국 OPM에 대한 해킹과 CIA가 구축한 중국 정보 네트워크 말살이라는 2가지 중국 전략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보 정찰 능력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 당국자는 시진핑 주석 성격과 의도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대중국 정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견해가 크게 나뉘어 그가 중국 시스템의 지나친 부분 일부를 개선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신모택동 주의자이며 위험한 강경파라는 주장도 있었다.

CIA 내부에서도 시 주석 대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온건파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백악관보다는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전직 CIA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 대두가 일종의 지속적 개혁이 중국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도 있었지만 CIA 내에선 공산당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중앙집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다수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전직 CIA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워싱턴에선 시 주석 자리가 국내 자유 관점에서도 미국에 대한 접근 관점에서도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중국 공산당이 부패하고 있었지만 시 주석이 이를 일소하려는 징후가 조금은 희망으로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려는 동안 중국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해킹에 힘을 다해 2012∼2014년까지 미국에서 스파이웨어를 강화했고 전례 없는 데이터를 미국에서 훔쳐 점점 중국이 보유한 정보량은 미국과의 정보전을 제압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미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2014년 중국 정보기관과 관계가 있는 해커로부터 공격을 받아 여권과 신용카드 데이터를 포함한 3억 8,300만 명 분량 이상 고객 개인 정보를 탈취 당했다. 또 주요 의료 보험 회사도 중국계 해커로부터 7,800만 명 이상 개인 정보를 도난 당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중국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적극적 조치를 시작해 2014년에는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해커 5명을 기소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타국 소속 해커를 기소하는 건 처음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제재 의미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소 이면에는 G-2 구상을 갖고 있던 오바마 행정부는 이 협상을 통해 중국 정부와의 상호 협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자 절차를 쉽게 하고 비자 유효기간을 1년에서 5∼10년으로 연장하고 미중간 관광과 교육 교류를 추진하려 했다.

CIA 고위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정을 맺는데 열심이었다며 백악관에선 중국 문제에 대해 수백 번 회의가 있었음에도 논의는 흐지부지됐으며 정부기관과 FBI 관계자는 모두 백악관이 중국 스파이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정작 사이버 보안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정을 맺으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9월 시 주석이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해킹에 의한 기업 비밀 도용을 금지하는 양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8년까지 중국은 이 협정을 무시하고 광범위하게 위반했다.

이후 2016년 러시아에서 미 대통령 선거 방해 등으로 결국 미국은 미국이 안고 있는 광범위한 취약점에 대한 논의를 강요받게 된다. 러시아에서 공격을 받아도 미국 정부는 중국이 수년 동안 축적한 미국 데이터를 무기로 삼을 것인지에 더 우려를 갖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과거 냉전 시절 대적한 러시아보다 중국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행정부 말에는 대중국 외교는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미 당시 미국 정보기관은 중국 기업과 중국 정부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2016년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 제조사 ZTE를 강하게 감시한다고 발표됐다. 정권을 떠나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을 첩보전의 적으로 간주하고 미국 내에서 제거하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