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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지브리 밈이 불러온 논란

일부 챗GPT 사용자가 새롭게 도입된 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사진과 이미지를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하는 인터넷 밈이 유행하고 있다. 이 트렌드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이를 활용하면서 정치적 색채까지 띠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월 28일 백악관은 엑스에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된 불법 이민자 여성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수갑이 채워진 채 울고 있는 여성을 묘사한 애니메이션풍 AI 생성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었으며 이는 명백히 챗GPT의 스튜디오 지브리풍 밈을 의식한 것이었다. 물론 해당 이미지가 챗GPT를 이용해 생성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도에선 트럼프 정부가 오픈AI도 참여하고 있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를 강력히 지원하고 있으며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대통령 수석 고문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 만든 기묘한 제품 광고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트럼프와 대립했던 실리콘밸리 기업이었다면 이런 정부 게시물과 거리를 뒀겠지만 오픈AI는 해당 백악관 게시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번 정부 게시물은 자사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어려워졌고 대통령과 대립했을 때 발생할 위험을 고려하면 침묵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또 공공 기관이 AI 생성 이미지를 활용한 데다 그 중에서도 지브리풍 필터 유행에 편승한 점이 트럼프 정부가 타인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이어 백악관 게시물은 단순한 정치적 퍼포먼스일 뿐이며 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대중 앞에서 조롱하고 모욕하는 건 양식 있는 통치도 아니고 효과적인 홍보도 아니며 도덕적으로 옳은 일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지브리풍 비주얼이 이런 잔인한 메시지를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선 백악관이 이 여성을 지브리화(ghiblifying)해 원래 동정 받을 수 없는 마약 밀매 전과자 이미지를 실수로 동정적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지브리화(ghiblifying)라는 용어는 지브리(ghibli)와 ~화하다(-fy)를 결합한 신조어. 이전부터 AI 커뮤니티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지브리풍 이미지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이 유행하면서 주류 언론에서도 지브리화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 역시 이런 트렌드에 동참해 엑스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변경했으며 자신에게 지브리화된 이미지가 대량으로 보내지는 걸 재미있어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보도에선 테슬라 불매운동(Tesla Take-down) 사례에서 보듯 비즈니스가 유해한 정치와 결합할 때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챗GPT를 이용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귀여운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는 한편 오픈AI가 백악관 게시물을 묵인해 이 기술이 권력자가 약자를 공격하는 도구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다는 평가다.

또 오픈AI 연구자는 이런 행위가 정말 AI를 선한 방향으로 활용한다는 이념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실리콘밸리 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디까지 윤리적 기준을 지킬 것인지 AI 기술과 정치적 이용 사이 경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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