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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에서 지구를 지키려는 노력

지난 7월 25일 지구와 소행성이 이상 접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갑자기 나타난 소행성 2019 OK는 직경 57∼130m에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소행성은 지구에서 7만 3,000km 그러니까 달까지 거리보다 5분의 1 거리까지 지구에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만일 지구에 떨어졌다면 거대한 원자폭탄보다 강하게 도시를 통째로 소멸시켰을 것이라고 말한다.

2019 OK의 접근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 원인은 소행성이 작은 크기라는 것과 극단적인 타원 궤도를 그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백 년 동안은 지구에 재앙을 불러올 것 같은 소행성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대로 2008 ST라는 작은 소행성이 지난 2014년 이상 접근을 하기도 했고 2019 OK 같은 위협이 언제 머리 위를 스쳐 갈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소행성 위협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연초에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연방비상관리청 FEMA가 각국 우주개발기관과 합동으로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사태를 상정한 예행연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태양계는 원시 태양을 둘러싸고 있던 먼지에서 형성된 것이다. 먼지 대부분은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됐지만 나머지는 서로 부딪치면서 점점 소행성을 형성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수많은 소행성대가 있지만 이는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행성 형성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소행성은 간혹 목성 중력에 의해 궤도를 방해하고 지구 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소행성 외에도 혜성 같은 물체가 지구에 접근할 수도 있다. 이런 소행성과 혜성을 지구 접근 천체 NEO(Near-Earth Objects)라고 한다. NEO에는 태양의 1.3천문단위 내에 존재하는 소행성과 태양 주위를 200년 이내에 도는 혜성도 포함된다. 1천문단위는 지구와 태양 평균 거리인 1억 5,000만km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NEO 중 지구에 위험을 초래한 가능성이 높은 걸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 PHAs(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s)로 분류한다. 직경 140m 또는 그 이상 크기로 지구 궤도를 가로 지르는 궤도를 갖고 지구에서 0.5천문단위 그러니ㅣ까 지구에서 달 평균 거리의 20배 이내까지 접근하는 걸 말한다.

만일 PHAs가 지구에 낙하하면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며 운석 하나 낙하로 인한 재해는 지진과 해일, 폭염, 충격파 등 복합적이 될 것이다.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이미 1694년 혜성이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908년 퉁구스카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퉁구스타 강 상공에 떨어진 운석이 대기 중에서 폭발하면서 숲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것이다. 이어 지구 근처를 통과한 소행성 헤르메스가 관측되고 1930년대에는 큰 소행성이 다수 발견되어 점차 불안이 커져간다.

1980년에는 멕시코만 해저에서 이리듐을 포함한 6,500만 년 전 지층이 발견되면서 소행성 충돌설이 탄생했다. 이 발견이 바탕이 되어 운석에 의한 공룡멸종설이 나왔고 이제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 가장 큰 운석 낙하 사건은 지구가 아닌 목성에서 일어났다. 목성 주위를 돌던 슈메이커-레비9(Comet Shoemaker–Levy 9) 혜성은 1993년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주목받았다. 분석 결과 궤도가 목성과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25년 전인 1994년 7월 슈메이커-레비9 혜성은 목성에 충돌했다. 목성 표면에 몇 개월간 남은 자국이 충격의 강도를 생생하게 말해준다. 슈메이커-레비9 혜성의 충돌은 큰 충격을 줬다. 목성에 소행성이 부딪쳤다면 지구에 소행성이 부딪치는 것도 상당히 발생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리조나에 있는 분화구에서 알 수 있듯 지구가 과거 운석 충격을 받은 건 분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슈메이커-레비9 혜성 충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 운석이 충돌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려준 것이다.

슈메이커-레비9 혜성 충돌과 루이스 알바레스가 주장한 소행성 충돌설이 서서히 인정을 받으면서 미국 의회가 운석 대책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1990년대다. 1992년 나사 소행성 관측 프로그램 출시를 의뢰하고 1998년에는 NEO를 포함한 지름 1km 이상 소행성을 10년 이내에 모두 나열하도록 요청한다. 그 해에 탄생한 NEO 관측 프로그램이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JLP에 설치된다. 이어 지구접근천체연구센터 CNEOS(Center for NEO Studies)로 개명에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5년 미 의회는 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한다. 2020년까지 직경 140m 이상 NEO 중 90%를 나열할 계획을 세우고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이다.

소행성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사업에는 수백만 달러 규모 예산이 투입됐고 국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나사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소행성을 수색하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정보를 정부나 언론, 대중에 공유하는 일을 맡는다. 어떻게 충돌 충격을 방지하거나 운석이 지구와 충돌할 것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을 연구한다. 그 밖에 유럽 ESA나 러시아 로스코스모스(Roscosmos) 등 전 세계 우주 기관이 각각 NEO 관측 연구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나사는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라는 천문 위성을 이용해 주로 소행성을 수색한다. 또 하와이에 설치된 적외선 망원경 시설 IRTF가 최근 발견된 NEO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새로운 NEO가 발견되면 해당 소행성의 특징을 데이터화해서 지구 접근 천체연구센터와 공유하고 주기와 궤도를 계산한다. 비슷한 시도는 전 세계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실제로 현재 알려진 바로는 지구를 위협하는 것 같은 소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접근천체연구센터 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소행성은 모두 앞으로 188년간 지구에 충돌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있다.

하지만 정말 걱정해야 할 건 아직 등록되지 않고 발견조차 되지 않은 소행성이 많다는 것이다. 각국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2만 5,000개로 알려진 NEO 중 아직 3분의 1 밖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설치 투자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가장 귀찮은 건 직경 140 m 이하 작은 소행성이다. 지난 7월 지구를 스친 2019 OK도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작은 운석은 발견하기 어렵고 충돌 직전까지 존재조차 모를 가능성이 있지만 상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위협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직경 20m짜리 운석은 퉁구스카와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폭발해 1,491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근에는 2018년 12월 베링해에서 공중 폭발한 운석도 있었다. 이 운석은 미 의회가 수색 범위로 정한 140m 미만이지만 재해 위험성은 충분히 갖고 있다.

사실 모래알 크기만한 무해한 소행성은 끊임없이 지구와 충돌하고 있지만 대기권을 통과할 때 불타버리기 때문에 지상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직경 1m급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년에 1회 정도, 직경 100m급 소행성은 1만 년에 1회, 직경 1,000m급 소행성은 1백만년에 1회 등으로 소행성 지름이 클수록 확률은 낮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첼라빈스크급 운석이 살아 생전에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 운석 충돌 사례는 몇 건에 불과하지만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 재해는 매년 지구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물론 운석이 비록 지구에 다가왔더라도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피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나사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미션은 앞으로 수백년간 지구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벤누를 도는 궤도에 올라 지속적인 관찰을 수행한다. 2021년에는 탐사선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미션도 발사된다. 이 미션은 소행성 디디모스에 초속 6km로 본체를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대담한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앞으로 비슷한 기술로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궤도를 바꿀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소행성 충돌은 가능성이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소행성으로부터 지키려는 지구 방위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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