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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의 아버지가 우려하는 것들

팀 버너스 리(Timothy John Berners Lee)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3)의 발명가, 웹의 아버지로 불린다. 컴퓨팅이 보급되고 이런 수많은 분산 자원을 이어줄 거대한 웹이 만들어지면서 인류는 또 다른 가상 생태계를 보유하게 됐다. W3은 이런 현재 인터넷을 형성한 골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말하기 전에 팀 버너스 리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보면 이렇다. 인터넷 자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따져보려면 물론 먼저 알파넷(ARPANET)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알파넷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운용된 통신 네트워크다. 컴퓨터 1대에 있는 CPU 처리 시간을 사용자 단위로 분할해 여러 명이 동시에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시분할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알파넷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네트워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메인 프레임이라고 불리는 대형 컴퓨터를 쓰고 있었던 것. 당시에는 메인 프레임은 동시에 여러 대를 연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분할 개념이 생기면서 동시에 컴퓨터 여러 대를 연결할 수 있게 된다면 컴퓨터간에 이뤄지는 통신을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 것이다.

1960년대 영국에선 영국국립물리학연구소가 개발한 상업용 네트워크도 있었지만 자금 부족 탓에 널리 활용되지는 못했다. 다만 이곳이 개발한 네트워크는 컴퓨터 데이터를 패킷으로 변환해 다른 컴퓨터로 전송하는 패킷 통신(packet mode communication)이라는 새로운 통신 방식을 채택했다. 패킷 통신 탄생과 거의 같은 시기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도 컴퓨터를 연결해 네트워크를 실현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실험 중 연구원이 르인터넷(Le Internet)이라는 말을 발표하면서 이 말이 인터넷의 어원이 됐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다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기 컴퓨터 인프라가 발전하고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게 된다. 다만 이 때가 되면서 서로 종류가 다른 네트워크간에는 서로 통신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종류가 다른 네트워크끼리 통신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한 게 바로 TCP/IP다. 보통 빈트 서프(Vint Cerf )를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이건 그가 이 TCP/IP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TCP/IP가 등장하면서 1975년 정도에는 여러 네트워크끼리 서로 통신할 수 있게 됐고 이게 바로 인터넷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이메일의 경우 1972년 알파넷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1976년까지만 해도 인터넷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 시기가 되면서 네트워크간 상호 통신은 가능해졌지만 통신은 대부분 텍스트 기반이었고 문자를 식별하는 것 정도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다시 등장하는 게 바로 팀 버너스 리다.

팀 버너스 리는 30년 전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이었다. 그는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걸 도우려는 목적으로 웹 플랫폼을 개발한다. 물론 당시에도 데이터 공유 플랫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웹 소스코드를 무료로 풀었고 보급에 기폭제가 됐다.

팀 버너스 리는 http, html, url을 설계하고 인터넷 브라우징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 첫 브라우저가 바로 W3(World Wide Web)으로 명명됐고 이 일로 그는 웹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어쨌든 그가 만든 세계 첫 웹 사이트는 CERN 사이트로 1991년 8월 6일 문을 연다. 어쨌든 지금의 인터넷 자체는 누구 하나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엔지니어와 과학자의 아이디어가 수십 년 동안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

PC를 이용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웹에 접근, 개발자마다 브라우저나 블로그, e커머스 사이트 같은 걸 만들었다. 웹은 누구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인터넷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태어난 것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팀 버너스 리는 지난 몇 년간 인터넷의 독점화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제기해왔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이 누가 어떤 뉴스를 읽고 뭘 사는지 개인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걸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그는 웹 탄생 29년을 맞아 공개한 서한을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음모론 같은 가짜 뉴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가짜 계정, 개인 정보 분실 사태 같은 상황에 대해 이런 문제의 배경에 페이스북이나 구글, 트위터 같은 거대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예전에는 다양한 웹사이트로 분산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독점적 플랫폼에 힘이 쏠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거대 플랫폼이 인수를 거듭해 새로운 혁신 기술을 흡수하고 자사 울타리 안에 모든 걸 담으면서 승자독식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계 웹 검색 중 87%는 구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2억 명에 달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구글이나 페이스북 산하 서비스나 기업까지 모두 합산한다면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중 무려 60%는 이들 두 회사가 운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팀 버너스 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률이나 규제 프레임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술 측면에 대한 동기나 사회에 대한 기여를 맞추도록 시민사회나 학계, 예술 분야까지 폭넓은 조언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런 점에서 일부 독점적 플랫폼의 웹 지배는 팀 버너스 리가 꿈꾸는 누구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지리적 장벽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기회와 협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 플랫폼 실현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일 수 있다.

그렇다면 웹이 유용한 도구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팀 버너스 리는 지난해 이 같은 웹의 유용성을 유지하기 위해 바꿔야 할 3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는 개인 정보 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웹사이트 대부분이 개인 정보 교환을 조건으로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취한다. 복잡하고 긴 약관에 동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용자 대부분은 이에 동의한다. 이를 통해 무료 서비스와 개인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팀 버너스 리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누구와 언제 공유할지 등에 대해서 관리할 수 있게 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서비스를 지원하더라도 실제 꼼꼼하게 체크하고 절차대로 설정을 하는 사용자가 적다는 문제도 지적한 것이다.

두 번째는 가짜뉴스 같은 잘못된 정보는 웹상에서 쉽게 퍼진다는 점이다. 수많은 뉴스 사이트나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있어도 결국 실제 사용자는 이 가운데 극히 소수 서비스만 쓴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사이트는 클릭 정보나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독자가 좋아하는 걸 보여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보 비대칭성이나 가짜 뉴스 같은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진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클릭수가 높을 것 같은 것이라면 놀라운 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마지막은 온라인상에서의 정치적 광고는 투명성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온라인상 정치 캠페인은 사용자를 직접 대상으로 한 광고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페이스북에 매일같이 5만 개에 달하는 정치 광고가 게재됐다고 한다. 전 세계 일부 지역에선 정치적 광고를 비윤리적 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가짜 뉴스 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여론 유도 같은 것도 많다. 일부 정치적 입장이 같은 층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선 모순 같은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해결이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뉴스를 전달하는 측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익 모델을 구축하거나 정당한 데이터 관리 기관이나 방식을 마련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올해는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온라인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대로 그 혜택을 누리거나 혹은 누릴 수 없는 사람간의 디지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팀 버너스 리 역시 이 같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이 없다면 마지막 10억 명이 웹을 이용하게 될 시기는 2042년이나 될 것이고 이들은 무려 1세대나 뒤에 웹의 세계를 접하게 될 것이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유엔은 인터넷 연결이 깨끗한 물과 주거, 음식, 전력 같은 삶을 위한 기본 요소와 동등한 기본 인권 중 하나로 선언한 바 있다. 이미 웹은 이 같은 기본권이 됐다. 월드와이드웹 재단(World Wide Web Foundation)은 오는 2022년까지 무료 오픈 웹 추진, 웹 기능과 구조 안정성 확대,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웹 혜택을 확대하는 걸 해결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수십 년 변화를 이어온 웹이 일부가 독점적 지배를 하는 중앙집권화에서 다시 팀 버너스 리가 꿈꾸던 자유롭고 분산된 환경으로 바뀔 수 있을까. 웹이 준 엄청난 영향력 만큼이나 아직도 남은 숙제도 많은 듯하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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