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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잭팟 드롭박스, 성공과 과제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IPO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드롭박스(Dropbox)는 전 세계 180개국에서 등록 이용자 수 5억 명, 유료 이용자 1,1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1억 1,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31%나 올랐다.

드롭박스는 지난 3월 23일 미국 나스닥에 주식을 상장했고 공모가보다 36% 오른 28.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드롭박스는 상장 당일 126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 기업은 놀라운 기세로 성장해왔다. 드롭박스의 시작을 도왔던 건 와이콤비네이터. 와이콤비네이터 공동 설립자인 제시카 리빙스턴(Jessica Livingston)이 블로그(https://blog.ycombinator.com/congratsdropbox/)를 통해 드롭박스의 주식 상장을 축하하는 동시에 창업 비화를 밝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2007년 6월 26일 드롭박스에 처음 투자할 수표를 썼다고 한다. 수표 사본을 보면 투자액이 드롭박스 설립 서류를 완성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밝히고 있다. 와이콤비네이터가 투자한 금액이 드롭박스 설립에 큰 기여를 했다는 얘기다.

또 드롭박스 창업자인 드류 휴스턴(Drew Houston)이 와이콤비네이터를 처음 찾아왔을 때만 해도 혼자였지만 와이콤비네이터 측은 공동 창업자인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후 와이콤비네이터의 제안을 받아들인 휴스턴은 나중에 공동 설립자가 된 아라시 페르도시(Arash Ferdowsi)를 데려왔다.

이후 리빙스턴은 2007년 4월 21일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탄생할 서비스가 큰 결과를 가져올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당시 리빙스턴 외에도 와이콤비네이터 설립자 4명 전원이 이들을 만났지만 모두 대단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공동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트레버 블랙웰(Trevor Blackwell)은 드롭박스의 데모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물론 당시에는 수많은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가 있었지만 어떤 것도 결정적인 점유율을 쟁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드롭박스 창업자들은 이들보다 더 뛰어난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자를 압도할 생각이었다. 2007년 여름 와이콤비네이터가 개최한 스타트업 이벤트에서 드롭박스는 서비스를 위한 코딩을 했는데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설립자들도 테스터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2007년 8월 와이콤비네이터가 모은 보스턴 투자자 앞에서 데모데이가 열렸다. 이 때 휴스턴은 프레젠테이션 도중 발표 중인 자료 파일을 삭제하고 드롭박스 데모 프로그램을 통해 되살리는 시연을 진행한다. 이 발표는 투자자에게 드롭박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수표를 써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실리콘밸리 투자자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한 결과 애플이나 구글 등에 자금을 투자해온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고 드롭박스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리빙스턴은 와이콤비에이터 창업 당시만 해도 2005년 이곳 출신 스타트업이 상장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와이콤비네이터에도 드롭박스 상장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드롭박스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드롭박스 창업자들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드롭박스를 실제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4분짜리 영상을 만든다.

공동 창업자 휴스턴은 소셜북마크 사이트 디그(Digg) 사용자이기도 했다. 그는 디그를 노려 사용자가 알 만한 농담을 영상 속에 곁들였고 결국 이 영상은 디그에서 가장 높은 투표수를 기록하는 데 성공한다. 드롭박스는 단 하룻밤 만에 7만 명이 넘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기록을 세운다. 물론 여기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공유를 해주면 공짜로 추가 용량 128MB를 주겠다는 캠페인도 화제를 모으면서 캠페인 30일 만에 280만 건에 달하는 초대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드롭박스는 결국 2008년 사용자 3억 명 이상을 확보한다. 이후 2009년 애플 스티브 잡스는 드롭박스를 인수하려던 적이 있다. 이런 일 때문인지 2011년 아이클라우드가 나오자 드롭박스 개발팀은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드롭박스는 AWS나 원드라이브, 구글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등 거대 공룡 기업과 경쟁을 하며 서비스 개시 8년이 지난 2016년 사용자 수 5억 명을 달성한다. 당시 드롭박스가 밝힌 저장 데이터는 500PB에 달한다. 500PB는 세계 최대 도서관으로 불리는 미의회도서관이 소장 중인 1억 개 이상 텍스트 데이터보다 1만 4,000배나 많은 것이다. 2012년 당시 드롭박스의 저장 데이터가 40PB였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용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이 시점이 되면서 드롭박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를 바꿀 계획을 세운다. 이전까지 드롭박스는 아마존 S3(Amazon Simple Storage Service)을 이용 중이었다. 드롭박스가 저장하는 데이터는 크게 파일과 메타 데이터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전까지 드롭박스는 메타 데이터는 자사 데이터센터 내 웹서버에 저장했지만 파일은 아마존S3에 저장해왔다. 하지만 5억 명과 500PB가 넘어선 시점이 되면서 드롭박스는 자체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심한다. 서비스 성능 향상이나 블록 단위 데이터 액세스를 위한 것으로 직접 스토리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아마존S3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드롭박스는 어디까지 성장할까. 사실 서두에 밝혔듯 드롭박스는 5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료 이용자 수는 1,1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30%는 기업 고객이라고 한다. 다만 전체 사용자 가운데 유료 고객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경쟁 서비스인 박스(https://www.box.com/ko-kr/home)의 경우 사용자 수는 5,7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유료 회원 비중은 17%에 달한다.

dropbox.png

드롭박스의 성장 가능성은 5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잠재 고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유료 회원 비율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앞으로의 성장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료 회원이 된 사용자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더 많은 댓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는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의 10년 뒤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드롭박스의 성장을 반드시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시장에 뛰어든 건만은 분명하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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