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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RPG 명작 ‘디아블로’ 첫 기획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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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Diablo)는 1997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액션 RPG 게임이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지금까지 3편이 나온 상태. 디아블로3 출시 당시까지 이전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2,000만 장 이상을 기록했고 2012년 나온 디아블로3 역시 예약 판매만 200만 장을 넘기면서 아마존 역대 게임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2014년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 장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물론 디아블로3 출시가 꽤 지난 지금은 열기가 상당히 식은 상태지만 여전히 시즌제를 운영 중.

그런데 이런 디아블로 시리즈의 초기 아이디어를 정리한 제안서가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http://www.graybeardgames.com/download/diablo_pitch.pdf). 디아블로는 지하 미궁을 깨면서 인간계를 위협하는 악마인 디아블로를 이겨야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퀘스트를 깨면서 스토리를 따라 즐기는 것보다는 적을 물리쳐 얻은 경험치,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강화하고 더 강한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무대가 되는 지하 미궁 역시 매번 랜덤 생성되는 만큼 업그레이드해 높아진 장비로 강한 적과 몇 번이라도 계속 대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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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처음 만들어진 기획서는 디아블로 개발자로 디아블로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브레빅(David Brevik)이 2016년 진행한 강연에 맞춰 공개된 것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북부에 위치한 작은 개발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었다. 학생 시절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하고 몇 번이라도 놀 수 있으며 확장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 던전 탐험과 전투, 캐릭터 강화에 중점을 둔다는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기획서에 있는 게임 디자인 항목에선 게이머는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 디아블로를 물리치기 위해 던전으로 향한다는 기본 개념은 그대로인 걸 알 수 있다. 또 무대가 되는 던전은 무작위로 생성하고 마우스 클릭으로 캐릭터 이동이나 공격 등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기록도 기획 당시부터 존재하고 있다. 다만 기획 단계에선 실시간 액션 RPG 대신 제한시간을 정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턴 방식 로그라이크(Rogue-like. 로그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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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를 보면 디아블로는 중세 판타지 분위기에서 검과 마법을 이용하는 주인공이 어둠의 세력과 싸우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게이머가 움직이는 캐릭터는 악한 자의 가족을 살해해버린 탓에 수렁에 빠진 설정이며 악의 제왕 디아블로에 지배 받는 마을 트리스트럼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험가다. 실제 제품 버전과는 조금 다른 것.

디아블로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3가지 직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지만 기획서에선 직업을 선택하려면 인종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또 어떤 인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태가 변화한다는 아이디어도 담고 있다. 또 캐릭터가 모험 도중 죽어 버리면 재시도를 하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고난도 사양도 담고 있다.

기획서는 또 상품 판매 전략으로 추가 콘텐츠 데이터를 4.95달러에 판매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디스크에는 레어아이템을 그린 카드를 곁들여 함께 담아 수집욕을 자극한다. 이런 전략은 유명 카드 게임인 매직:더게더링(magic the gathering)을 참고한 것이다.

또 디아블로와 확장팩이 성공하게 되면 콘텐츠를 추가한 버전 판매도 고려할 수 있고 현재 다운로드 콘텐츠 비즈니스와 비슷한 방식도 제안하고 있다. 추가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초기 디아블로 시리즈에선 채택하지 않았지만 다음 버전인 디아블로2 확장팩 형태로 일부 채택한 바 있다.

디아블로는 개발 도중 개발사 콘도르(Condor)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블리자드노스(Blizzard North)로 바꾸고 디아블로 개발을 계속 진행, 마침내 1997년 PC용 게임으로 디아블로를 출시한다. 또 브레빅이 생각했던 턴 방식 시스템은 주위 설득으로 실시간 액션으로 바뀐다. 이렇게 나온 디아블로 첫 버전은 좋은 평가를 끌어내면서 30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2017년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데이비드 브레빅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걸 보면 차기 버전인 디아블로4가 적어도 디아블로2 이후 3편까지 12년이나 걸린 것보다는 훨씬 짧은 시기 안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오픈월드 형식 맵, 3인칭 시점을 이용하는 한편 이전보다 더 어두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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