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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ISA ‘RISC-V’ 시대는 올 것인가

전 세계 PC나 서버에 이용하는 CPU 대부분은 인텔 x86이라는 명령세트 아키텍처 ISA로 설계한 것이다. 또 스마트폰 등에 이용하는 CPU 대부분에 사용하는 건 ARM 아키텍처다. CPU의 ISA 시장은 인텔과 ARM 2곳이 과점한 상태인 것.

이런 가운데 오픈소스 ISA인 RISC-V는 이들의 아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RISC-V가 시장을 석권할 만한 원동력이 되는 강점과 약점은 어떤 게 있을까.

보통 사용자라면 PC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데 운영체제를 걱정하는 일은 있어도 CPU가 뭔지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CPU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할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반대로 소프트웨어가 어떤 CPU를 필요로 하는지 알 필요가 있는 하드웨어 개발자는 CPU가 어떤 명령에 작동하는지를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CPU에 이용 가능한 명령어와 관련 내용을 미리 표준화한 게 바로 ISA다.

하지만 지금까지 ISA는 누구나 부담없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ISA를 이용한 CPU를 개발하려면 인텔이나 ARM 같은 업체에 고액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등장한 게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ISA인 RISC-V다. CPU를 제조하는 반도체 업체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과 교육기관 등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RISC-V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혁신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RISC-V에는 지금까지 ISA에는 없던 3가지 강점이 있다. 첫째는 로열티 지불. 로열티 지불이 필요 없다는 건 장치를 저렴하게 제조하는 걸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충분한 성능을 갖춘 기기와 인프라 장비 등이 단숨에 대중화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새로운 진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ISA 를 이용하기 위한 협상이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제공하는 ISA를 이용하려면 고액 로열티 뿐 아니라 장기 협상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상업 ISA 라이선스 협상에 걸리는 기간은 짧아도 6개월, 길면 2년이 걸린다. ISA 이용 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건 소규모 개발자나 스타트업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런 협상이 불필요한 RISC-V를 이용하면 가벼운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혁신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번째는 국가와 대기업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쌍방이 보복 관세와 수출 규제라는 응수를 벌이는 상황이다. 중국 기술 기업은 미국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을 사용하지 못해 곤경에 처하기도 하는데 오픈소스 RISC-V라면 수출 규제와는 무관하다.

사실 지난 7월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중국 알리바바는 RISC-V를 채택한 CPU를 발표했고 화웨이도 자사 CPU에 RISC-V를 채택한 의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RISC-V는 이런 장점을 무기로 대중화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단점도 안고 있다. 이는 인텔이나 ARM보다 역사가 짧아 아키텍처가 아직 세련되지 않다는 것이다. 인텔이나 ARM은 수십 년 동안 CPU 시장을 독점해왔기 때문에 기존 제품 대부분은 이런 CPU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 인텔과 ARM은 CPU 개발에서 테스트, 제조까지 혼자 담당하고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CPU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일정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장단점을 토대로 RISC-V는 먼저 PC와 스마트폰 이외의 제품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또 지난 10년간 일어난 스마트폰 보급에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주인공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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