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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어떻게 인간의 뇌를 속일까

가상현실에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영상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만큼 가상현실은 현실처럼 보인다. 가상현실은 왜 현실처럼 보일까.

리치 플랭크 익스페리언스(Richie’s Plank Experience) 같은 가상현실 게임을 해보면 80층 높이에 설치된 나무판 1개를 걷는 유사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그래픽도 잘 되어 있지만 빛 반사가 비정상적으로 보이거나 빌딩 외벽이 부드럽거나 세부 사항을 보면 그래픽이 다소 거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현실 같은 체험을 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유튜브 같은 곳에서 검색을 해보면 가상현실 게임에 열중해 아끼는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상현실이 전혀 현실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현실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다른 사람이 가상현실을 겪는 걸 보는 것과 실제로 자신이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오큘러스 퀘스트2 같은 가상현실 헤드셋 유무에 있다.

가상현실은 TV 등에서 시청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뇌에 제공ㅇ한다. TV나 스마트폰 등을 보면 화면 영상을 사진처럼 평면으로 인식하고 스크린에 공이 날아오는 영상을 보여줘도 피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상현실로 공이 날아오는 영상을 보여주면 사람은 피하는 반응을 취한다.

이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은 가상현실 헤드셋 양쪽 눈앞에 1장씩 2개 화면을 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각 화면은 양쪽 눈 근처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화면마다 조금 다른 영상을 표시한다. 양쪽 눈에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건 얼굴 앞에 손가락을 1개 세워 한쪽씩 눈을 감아보는 실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왼쪽 눈이나 오른쪽 눈을 감았을 때에는 손가락 위치는 조금 어긋나 있다.

인간은 양쪽 눈에서 얻은 시각 정보 차이에서 깊이를 결정한다. 이는 입체(Stereopsis)라는 현상으로 입체는 바로 가상현실을 3차원적 영상으로 착각하게 하는 정체다. 입체 영상이 자신의 얼굴 움직임에 따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경우 인간의 두뇌는 이 영상은 자신이 보고 있는 현실 영상이라고 오인한다.

그 밖에 입체 음향도 가상현실 영상을 현실처럼 생각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리치 플랭크 익스페리언스 같은 게임에서고 방향을 바꾸면 바람 소리가 바뀌는 등 연출을 한다. 20년 가까이 가상현실 기술을 연구해온 한부르크대학 프랭크 스타닉은 가상현실에서 얻은 정보를 실제 정보와 명확하게 판별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1만 5,000년에 걸쳐 인간 뇌에는 CG 영상과 실제 영상 분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가상현실은 인류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지만 선천적인 시각 메커니즘을 모사한 기술이기 때문에 뇌는 곧바로 가상 환경에 적응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정보 중 80%를 시각에서 얻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등 시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엄청나다. 가상현실 영상에서 똑바로 걸으면서 실제로는 반경 20m 원형을 그리듯 걷는 실험에선 피험자 모두 현실 세계에서 원형을 그리듯 걷고 있는지 몰랐다는 결과를 얻는 등 사람의 뇌는 시각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는 시각 정보에 의존한 나머지 시각 정보와 시각 이외 정보에 차이가 있어도 뇌는 시각에서 정보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 세계에선 더운 기온이라도 설산 영상을 가상현실로 보여준 피험자가 추위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을 이용해 화상을 입은 환자가 붕대를 바꿀 때 설산 가상현실 영상을 보여줘 통증을 완화하는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가상현실 영상은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 있지만 앞으로 5년이나 10년 정도 뒤에는 현실과 구별이 되지 않는 CG가 등장할 전망이며 이런 상황이 되면 윤리적 문제가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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