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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과학과 오픈소스화

원자력과학이라고 하면 삼엄한 연구소 내에서 극비 서류나 파일을 취급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오픈소스로 누구나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며 다양한 발견과 진보를 이루고 있다.

2022년 12월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가 실시한 핵융합 반응 실험 성공은 오픈소스를 이용한 연구 중 하나다.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가 실시한 핵융합 실험에선 실제 장치에서 실험하기 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때에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와 아르곤국립연구소 등 여러 원자력과학기관이 출시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복잡한 물리 시뮬레이션이 이뤄졌다. 그 결과 오픈소스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 성공은 핵융합 반응을 연구하는 다른 원자력 과학 기관 연구자에게도 핵융합 실험의 길을 열게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원자력 과학 기관이 소프트웨어나 소스코드 오픈소스화에 찬성한 건 아니었다. WWW(World Wide Web)를 개발한 유럽원자핵연구기구 CERN을 빼고 많은 원자력 과학 기관이 비밀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2002년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없는 경우 가능하면 소스 코드 공개를 권장하는 권고를 내렸지만 악의적 인물에 의한 코드 조작 등을 이유로 원자력 과학 분야를 비롯한 많은 연구 그룹은 소스 코드 공개에 응하지 않았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수학자인 데릭 가스턴은 2008년 슈퍼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을 용이하게 하는 MOOSE라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발명을 가능한 한 많은 연구자에게 사용해줬으면 하고 처음부터 오픈소스화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아이다호국립연구소는 2014년까지 MOOSE를 비공개로 한 상태였다.

이들은 연구 결과를 오픈소스화하는 이점과 깃허브 같은 도구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회의에 보냈다고 한다. 그 결과 2014년 아이다호국립연구소는 MOOSE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깃허브 내 리드미프로젝트(The Readme Project)를 진행하는 클린트 핀레이는 소스 코드가 악용되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사태를 상정하면 원자력 과학 분야가 비밀주의를 유지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비밀주의가 원자력 과학 연구나 교육 진보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 같은 기존 원자력 연구는 널리 보급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험이나 해석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그 결과 발표된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해 더 연구를 하거나 데이터를 해석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이전에는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에 액세스하려면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소스코드 사용을 특정 용도로 제한하는데 동의하는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또 연구소 규모에 따라 소스코드에 액세스하는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 연구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고 말한다.

원자력 과학 분야에서 오픈소스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개되는 소프트웨어는 모든 소스 코드가 공개되는 건 아니다. 핵무기나 무기에 전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코드는 오픈소스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자력 과학 기관에서 오픈소스화 방식에 대해 오픈하면서도 오픈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센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2010년 MFEM이라는 독자 컴퓨팅 프레임워크를 공개해 오픈소스화 움직임에 빠르게 공헌해왔다. MFEM은 이산화와 병렬 확장성 등을 제공해 과학자가 시뮬레이션을 할 때 필요한 코드를 작성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걸 목적으로 한 소프트웨어다.

또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AI와 기계학습 기술과 MFEM을 조합한 인지 시뮬레이션(CoqSim)이라는 접근법도 개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실험에 의해 수집된 엄청난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을 수행하고 과거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 모델을 통합하고 다양한 실험 성공 확률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22년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가 실시한 핵융합 실험에서 점화 확인에서 CoqSim은 50% 강한 확률로 성공한다는 지금까지 실험에서 제시된 17% 성공 확률을 크게 웃도는 예측을 실시했다.

CoqSim을 통해 실험별로 얻은 데이터는 시스템에 피드백되어 미래 시뮬레이션과 성공 확률 예측 개선에 사용된다. 또 인간에 의한 추억이나 편견을 없애는 더 혁신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또 슈퍼컴퓨터에서 이뤄지는 AI에 의한 워크플로 관리를 간소화하기 위해 멀린(Merlin)이라는 도구를 오픈소스화했다. 멀린은 연구자가 기계학습 작업에서 수많은 작업 관리를 효율화해 수백만 건에 이르는 시뮬레이션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원자력과학을 염두에 두고 오픈소스화된 이런 소스 코드와 소프트웨어 대부분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FEM은 심장 시뮬레이션 툴키트인 카디오드(Cardioid),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원 MRI 연구, 아마존 양자컴퓨터 연구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티에서 사용된다. 또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자가 멀린을 이용해 감염증 발생을 예측하고 항체 모델링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원자력 과학 기관이 소스 코드 등을 오픈소스화해 과학적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과학을 진보시킬 수 있다. 또 일부 과학자에게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픈소스화해 경험이 풍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부터 피드백을 얻을 기회도 있다고 한다. 또 오픈소스화된 소스 코드에 대해 버그 보고 등을 실시하는 것도 연구에 참가하는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나 비전문가 모두 리포지토리를 개방하고 공동 작업을 하는 건 비밀주의 이미지가 강한 원자력 과학 분야와는 크게 다르다. 하지만 과학자가 자신이 속한 연구 조직 이외에서 피드백을 얻는 건 중요한 경험이며 과학 진보에도 중요한 요소다. 비밀주의도 중요하지만 원자력 발전에 있어 어느 정도 개방성을 갖는 게 과학 진보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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