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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AI에 가장 중요한 장소인 이유

AI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 기술 기업이 개발 경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AI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제조는 거의 모두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대만이 다른 기술 강국을 제치고 AI 칩 제조 분야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첨단 반도체와 칩 가운데 90%가 대만에서 제조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도 AI용 칩을 모두 대만에서 생산한다.

1970년대 무렵 대만은 값싼 장난감이나 쉽게 망가지는 제품 등 산업적으로 열등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정부는 대만을 더 선진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집적회로 제조에 힘썼다. 이런 노력에는 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분야를 지칭하는 STEM 교육 추진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를 통해 우수 인재가 기술 분야에 모였다.

1986년 대만 행정기관인 행정원 대표이자 대만 경제 기적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궈딩(李國鼎)은 대만 반도체 산업 구축을 위해 공업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듬해인 1987년 대만 정부 프로젝트로 설립된 게 TSMC이며 후일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AI를 구동하기 위한 서버로 이야기를 바꿔보면 AI 서버는 우선 칩에서 시작하며 칩은 메인보드에 장착된다. 메인보드에는 많은 전원 모듈이 포함되어 있으며 냉각 시스템과 함께 서버 랙에 들어가 여러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대규모 서버가 된다. 대만에서는 이 모든 걸 제조하고 있다.

대만에 본사를 둔 AVC(Asia Vital Components)는 컴퓨터와 서버 냉각 시스템을 제조한다. AVC의 제품은 방열에 특화되어 있어 기존 팬 등 냉각 솔루션에서 액침 냉각이라 불리는 수류로 식히는 기술도 제공한다. 액침 냉각은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해 열을 발생시키는 AI 서버에 적합하기 때문에 AVC는 AI 공급망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AI 관련 제품 수출액을 중국과 대만 간 비교하면 2023년 대만 AI 관련 수출이 중국을 추월했으며 2024년에는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 수출액에는 대만 성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 대립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기술적 성장은 군사 산업으로 전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 정부는 2022년경부터 중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 9월에는 엔비디아와 AMD에 대해 중국으로의 AI 칩 수출을 규제하는 라이선스 요건을 도입했다.

중국과 미국 간 기술 전쟁으로 인해 AI 관련 칩 제조 90%를 담당하고 있는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공격 대상이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TSMC와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장비 제조사인 ASML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원격으로 무효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회장을 지낸 TSMC 류더인이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략한다면 자사 반도체 제조는 중단될 것이라면서 침략은 대만 뿐 아니라 중국에도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대만 AI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려되는 중국 침공 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포함한 세계 정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만 기업은 미국과 멕시코, 동남아시아 등으로 제조 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2월에는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TSMC 공장이 완성되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는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장 유치와 자국 제조 능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전 세계에서 AI 관련 칩 제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만이 이제껏 이룬 역사를 단기간에 재현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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