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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류 진화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AI 발전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영향은 사회적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명체로서 인간 진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브룩스(Robert Brooks) 박사는 AI가 인간 진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주제로 설명해 눈길을 끈다.

AI가 지금보다 훨씬 고도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은 많은 사상가가 고민하는 주제다. 어떤 이는 AI로 인해 인간과 많은 종이 멸종에 이를 것 또는 인간이 사이보그화되어 AI와 융합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브룩스 박사는 진화생물학자 관점에서 AI 기술이 다양한 용도로 발전하는 모습은 생태계 내에서 미생물, 식물, 동물이 증식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며 여기서 자신은 AI가 풍부한 다양성을 가진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 진화가 어떻게 변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한다.

진화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이론으로 여겨지는 자연선택설은 기온, 기후 등 물리적 환경 특성이나 포식자, 기생충 등 다른 종, 동료, 적대자 등 같은 종 다른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생식에 유리한 유전적 차이를 가진 개체가 선택되는 걸 설명한다.

예를 들어 수만 년 전 늑대가 인간 조상과 접촉했을 때 공격성이 강한 늑대는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했다. 이로 인해 과도하게 신경질적이거나 공격적인 유전자는 도태되어 개의 가축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AI와의 상호작용이 인간 특정 유전자를 도태시키고 진화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브룩스 박사는 주장한다.

물론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AI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인간 진화 방향을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 하지만 브룩스 박사는 예측이 틀릴 수는 있지만 자신이 의도하는 건 인간 진화와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이 AI로 인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먼저 생각해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AI와 인간 관계는 인간이 AI를 개발하는 대신 AI는 인간에게 방대한 지식과 컴퓨팅 능력을 제공한다는 상호 공생 관계로 볼 수 있다. 이미 인간은 문자와 필기를 통해 지식을 외부화해 개인이 기억해야 할 부담을 줄였고 그 결과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 뇌가 축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 발전도 마찬가지로 인간 뇌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뇌가 축소된다는 말을 들으면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태아 머리가 작아지는 건 어머니와 태아 모두에게 더 안전한 출산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인간은 AI와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한 더 많은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AI와 인간이 상호 공생의 길을 계속 걷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때로는 공생 상대가 숙주에게 해를 끼치는 기생충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예로 브룩스 박사는 소셜 미디어를 언급한다.

소셜 미디어는 원래 사람이 서로 연결을 유지하는 데 편리한 일종의 공생 상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서의 주목이 지나치게 중시되면서 많은 사용자가 대면 사회적 상호작용을 잃고 심지어 수면까지 빼앗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공생 상대라기보다 유해한 기생충으로 볼 수 있다.

AI 역시 사용자 주의를 더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분노나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만일 AI가 인간 생사와 번식에까지 관여하게 된다면 특정 유전적 차이가 생식에 유리해지고 AI로 인해 진화 방향이 변화할 수 있다. 브룩스 박사는 최선의 시나리오로 소셜 미디어에 저항하는 능력이나 AI로 인해 분노를 유발당해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더 강하게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간 진화에는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 뿐 아니라 같은 인간과의 상호작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인간처럼 행동하는 AI 챗봇도 등장하고 있다. 마치 인간 친구나 연인처럼 응답을 모방하는 AI 챗봇은 AI 발전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분야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인간은 컴퓨터를 다루기 위한 사회적 능력을 진화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텍스트나 음성으로 응답하는 AI와 접촉할 때 인간과 접할 때 사용하는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AI 챗봇에는 감정이 없지만 인간은 AI를 마치 감정을 가진 인간처럼 대하는 것이다.

브룩스 박사는 AI가 갖는 친밀함 때문에 인간은 전화나 화면 너머의 교류를 더 경계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후손은 다른 사람이 함께 있지 않아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어 인간은 더 고독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많은 AI 연구자와 작가는 AI가 현대 사회에서 인간 삶을 어떻게 개선하거나 악화시킬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몇 세대 뒤 자손의 유전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브룩스 박사는 이 문제가 사소하다고 치부되어서는 안 되며 충분히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브룩스 박사는 몇 세대에 걸친 진화 변화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 특성인 우정, 친밀함, 의사소통, 신뢰, 지성 등을 변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명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인간다움 의미 자체를 변화시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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