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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환경에 가장 좋은 고기 대체 식재료는?

축산업, 특히 쇠고기 생산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육류 소비를 자제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인간은 균형 잡힌 식사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식품 미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마르코 스프링만 교수가 영양소, 환경 고려사항, 비용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고기 대체품으로 가장 뛰어난 식재료를 분석했다.

스프링만 교수는 12월 2일 미국 과학 아카데미 회보(PNAS)에서 발표한 이번 연구에서 육류와 유제품, 대두와 템페, 대체육 등을 포함한 24종류 식품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을 정량화해 비교했다.

먼저 영양소는 6가지 주요 영양소(칼로리·단백질·지방·탄수화물·당분·섬유), 5가지 지질(포화지방·단일불포화지방산·다가불포화지방산·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 9가지 미네랄(칼슘·철분·헴철·마그네슘·인 또는 피틴산·칼륨·나트륨·아연·구리), 9가지 비타민(비타민C·티아민·리보플라빈·나이아신·판토텐산·비타민B6·엽산·비타민B12·비타민A) 29종류로 평가했다.

다가불포화지방산·섬유·칼륨 섭취량이 많은 것과 콜레스테롤·나트륨·헴철 섭취량이 적은 건 만성질환 발병률과 사망 위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성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 대상이 됐다고 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온실가스 배출량, 토지 이용, 물 사용에 관한 라이프사이클 평가로 평가했다. 또 비용은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판매가격과 국제 시장가격을 결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구매력평가지수(PPP) 등으로 조정해 산출했다.

분석 결과는 대두(soybeans)와 완두콩(peas), 기타 콩류(beans)와 같은 전통적인 미가공 식물성 식품은 100점 만점에 93~97점을 획득해 다른 식재료를 압도하며 거의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스프링만 교수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대두는 영양가와 비용 면에서, 완두콩은 사망 위험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효과에서 각각 최고 식재료였다고 한다. 스프링만 교수는 콩류를 적극적으로 식사에 도입하는 방법으로 콩을 듬뿍 넣은 칠리콘카네나 병아리콩 카레, 템페 볶음을 만들거나 삶아서 살짝 으깬 완두콩을 호밀빵에 올려 먹는 것을 제안했다.

콩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베지버거와 식물성 우유 같은 가공된 식물성 식품으로 육류나 유제품의 대체품을 찾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선택지였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나 건강 기여도는 가공되지 않은 콩류에 비해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고 비용은 기존 식재료에 비해 10% 증가해 맛과 요리에서의 사용 편의성 면에서 도입하기 쉬운 만큼 대가가 조금 따랐다. 구체적으로는 템페가 100점 만점에 82점, 베지버거와 베지소시지가 각각 74점과 70점, 두부는 62점, 베지베이컨은 46점이었다.

대부분 예상대로 닭고기, 돼지고기, 가공육 등 육류는 46~59점으로 평가가 낮았으며 그 중에서도 쇠고기는 13점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토지 이용, 물 사용 항목에서 성과가 최저였다. 그리고 실제 동물 고기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게 동물 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배양육이다.

아직 시장에 거의 출시되지 않아 위 분석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스프링만 교수에 따르면 현행 기술로 생산하는 배양육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프버거와 비슷한 수준이며 생산 비용은 무려 4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쇠고기를 배양하면 영양가도 쇠고기와 비슷해지므로 건강 면에서도 과제가 있다. 생산 공정이 더 효율적이 되면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기술 진보가 필요하다고 스프링만 교수는 지적했다. 2023년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통해 ‘밭의 고기’로 중요시되어 온 대두 등 콩류가 고기 대체품으로 뛰어나다는 게 다시 한 번 입증됐지만 단순히 식사 중 고기를 콩으로 바꾸면 된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고기를 대두로 대체하면 전체적인 영양가는 개선되지만 식물성 식품 중심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2 등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우려가 있다. 또 육류와 유제품을 한꺼번에 특정 식품으로 대체하면 해당 식품을 생산하는 지역 농업에 부담이 가해져 천연자원과 생물다양성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스프링만 교수는 논문에서 식사 전체를 보면서 대체식품을 다양화하고 영양면, 환경면, 비용 면에서 균형을 맞춰 특정 식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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