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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불필요…평생 사용 가능한 베타볼타 전지

스마트폰, 모바일 배터리, 전기차 등 주변 많은 제품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는 몇 시간에서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으며 충전할 때마다 성능이 저하된다. 국내 연구자가 소형이면서 안전한 원자력 에너지로 충전 없이 수십 년, 이론상 수천 년 사용 가능한 전지를 발표했다.

드론이나 원격 감지 장치 등 보급에 따라 오래 지속되는 전지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지만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에 따르면 더 나은 리튬이온 전지가 그 해결책이 될 여지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연구팀은 리튬이온 전지 성능은 거의 포화 상태라고 말한다.

채굴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에 대한 부하도 큰 리튬과는 달리 연구팀이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는 미국화학회(ACS) 춘계 대회(ACS Spring 2025)에서 발표한 차세대 원자력 전지는 원자력 발전 부산물인 방사성 탄소를 사용하므로 저렴하고 입수하기 쉬우며 재활용도 쉽다.

연구팀이 탄소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로 만든 프로토타입 베타볼타 전지는 이렇다. 원자력 전지라고 하면 불안한 이미지를 가진 이들도 있지만, 탄소14에서는 얇은 알루미늄 판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베타선만 방출되기 때문에 베타선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베타볼타 전지는 안전한 원자력 전지로 기대되고 있다. 또 탄소14 반감기는 6000년이나 되기 때문에 방사성 탄소를 사용한 전지는 이론적으로 수천 년 사용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베타볼타 전지를 설계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반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 전극을 사용했다. 루테늄이라는 색소로 증감, 그러니까 반응성을 증강시키기 위해 구연산 처리로 이산화티타늄과 색소 결합을 강화했다.

여기까지는 기존 색소 증감 베타볼타 전지(DSBC)와 동일하지만 연구팀은 카소드 측 전극에만 사용되던 방사성 탄소를 양극에 배치하는 듀얼 사이트 접근법을 채택해 더 효율적으로 베타선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듀얼 사이트형 색소 증감 베타볼타 전지(d-DSBC)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프로토타입 d-DSBC 데모를 진행한 결과 양극 방사성 탄소에서 베타선으로 방출된 전자가 애노드 색소를 자극해 전자 눈사태를 발생시키고, 이게 이산화티타늄 층에서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는 걸 확인했다. 또 한쪽 전극에만 방사성 탄소가 있었던 기존 설계와 달리 양극에 방사성 탄소를 사용한 새 설계 d-DSBC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0.48%에서 2.86%로 상승했다.

베타볼타 전지는 출력이 낮아 충전 없이 계속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인공위성 동력원이나 외과 수술 없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심박조율기 같은 용도를 고려할 수 있다.

기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변화하고 있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여전히 멀리 있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베타볼타 전지로 안전한 원자력 에너지를 손가락 크기의 장치에 통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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