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2년 엑스박스용 게임 소프트웨어 격투초인(Kakuto Chojin: Back Alley Brutal)을 출시했지만 이슬람교 성전 내용을 포함한 BGM이 있어 판매 중단에 이르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사과하게 됐다.
격투초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본 시장에 초대 엑스박스를 판매하기 위한 킬러 소프트웨어로 개발이 시작된 게임으로 개발에는 버추어파이터, 철권, 철권2, 토발No.1, 토발2 등을 만든 이시이 세이이치가 참여했다.
그가 이끄는 게임 개발사 드림팩토리는 바운서를 완성한 뒤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본에서 엑스박스 그룹을 설립하는 것과 동시에 사명을 드림퍼블리싱으로 바꾸고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게임 스튜디오와 공동으로 격투초인 개발에 착수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프로덕트 플래너를 지낸 조나 나가이는 당시 협상에 대해 그들은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팀이었고 일본 엑스박스 사업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리했다는 건 없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내 새롭고 작은 팀이 전설이라고까진 말할 수 없지만 그에 가까운 게임 크리에이터와 일했다는 것뿐이라고 회상했다.
격투초인 개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K-X라는 기술 데모로 시작되어 이후 어둡고 폭력적인 분위기를 가진 대표작이 됐다. 그 중에서도 그래픽에 공을 들였으며 엑스박스 비주얼 성능을 어필하는 론칭 타이틀로 설계된 전략적인 작품이라는 위치였다. 하지만 개발 지연으로 엑스박스 출시에는 맞추지 못했고 리뷰에서는 빈약한 내용과 독창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으로는 완성되지 않았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프로듀서였던 카나마루 요시카츠는 어느 해 E3에서 격투초인이 대대적으로 선전된 걸 기억한다며 완전히 새로운 격투 시스템으로 싸울수록 피투성이가 되는 느낌이었다면서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어서 해당 아이디어만으로도 팔린 것 같았지만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투초인에는 사전 평가나 유사 타이틀과의 점유율 경쟁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건 게임에 등장하는 소말리아 출신 무에타이 사용자 아사드 BGM에 아랍어 성가처럼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출시 직전인 2002년 11월 문제를 알게 된 지정학 전략팀 책임자 케이트 에드워즈가 게임 음성 파일을 입수해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던 아랍어 학자 아흐마드 무스타파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 결과 해당 음성은 코란 일부로 더구나 신의 미덕을 언급한 수라트 알-이클라스 일절이었음이 밝혀졌다.
이게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에 대해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중동 사업 매니징 디렉터였던 모하메드 카티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교가 생활 모든 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코란은 신의 말씀으로 숭배된다며 따라서 코란 성구는 엄숙한 마음으로 낭독되어야 하며 음악을 붙이거나 엔터테인먼트에서 듣는 건 무례한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연관 짓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사내 조사 결과 문제가 된 오디오 파일은 닌텐도가 1998년 출시한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에도 사용됐으며 같은 작품 팬이었던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작곡가가 BGM에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인터넷상 팬이 조사한 결과 문제의 음원(prayer 1′)은 독일 샘플링 라이브러리 제작사 베스트서비스(Best Service)가 1995년 발매한 샘플 CD(Voice Spectral Vol.1)에 수록된 음성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 문제가 밝혀졌을 때는 이미 아사드를 중앙에 그린 패키지가 출하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제조된 ROM은 그대로 두고 향후 출하할 ROM 오디오 파일을 교체하는 대응을 취했다.
한편 이베이에서 격투초인 10개를 무작위로 구매해 확인한 결과 3장이 BGM 수정판이고 7장이 오리지널 버전이었다고 한다.
문제 발각 3개월 뒤 격투초인은 아랍어권 게시판에서 화제가 됐고 더구나 주요 보도 기관에 의해 다뤄지면서 사태는 빌 게이츠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서신이 도착하기까지 발전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중동에서 엑스박스를 판매하지 않았지만 수입을 통해 상당수가 사우디아라비아인 손에 넘어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등록된 엑스박스가 수천 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카나마루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오피스에 탄저균이 든 소포가 배달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탄저균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당시는 이라크 전쟁을 향해 중동에 미군이 파견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민감한 문제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 2월 6일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격투초인을 리콜했다. 이로 인해 출하가 지연되고 있던 일본판도 오디오 파일이 수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에서 회수됐으며 유럽에서의 발매도 중지됐다.
리콜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드림퍼블리싱은 결별하게 됐다. 카나마루에 따르면 드림퍼블리싱은 이미 보수를 받았기 때문에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관계자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슈퍼바이저였던 제임스 스펀은 어떤 타이틀이든 개발자는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작품이 출시된 직후에 리콜되고 속편 희망이 끊어졌다는 것에는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며 적어도 일본 개발팀에게는 이 장르 전체가 묻혀버린 것 같았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하는 게임은 모두 지정학 전략팀 검토를 받게 됐다고 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부문 책임자였던 로비 바크는 자신이 배운 큰 교훈은 게임이 모든 오락과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매우 문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떤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해당 지역 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